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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조선 구원투수…LNG선 심장 '화물창'의 비밀은?

[르포]'LNG선 세계 최강'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를 가다

(거제=뉴스1) 장은지 기자 | 2014-11-23 17:25 송고 | 2014-11-24 09:38 최종수정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News1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News1


수주 부진으로 세계1위 조선강국의 자존심이 꺾이며 최근 조선주가 바닥을 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1일 방문한 대우조선해양의 거제 옥포조선소는 흔들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옥포조선소 트러스트홀에서는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작업복을 입고 직접 중국 선주를 영접하고 있었고, 야드 한쪽에선 강재절단식과 유조선 명명식이 진행됐다.

여의도 1.5배인 495만㎡(150만평) 대지 위에 자리한 옥포조선소 제1도크에선 세계 최대 크기인 1만8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건조가 한창이었다. 갑판면적만 축구장 4개 크기인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지나 'N1안벽'(기본 건조 작업을 마친 배를 대고 작업하는 시설)으로 향하자 거대한 LNG(액화천연가스)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선박의 이름은 '마란가스 미스트라스'. 선주는 그리스 안젤리쿠스그룹의 LNG운영 자회사인 마란가스다. 마란가스가 발주한 7척의 시리즈선 중 두번째 선박이다. 이 배는 무게 8만2391CGT(선박 무게에 작업 난이도 등을 반영해 산출하는 단위)에 적재능력 15만9800입방미터에 달하는 크기다. 우리 국민 모두가 하루동안 쓸 수 있는 가스를 싣고 나를 수 있다. 

이 선박은 오는 2015년 5월 말 거제도를 떠나 그리스로 향할 예정이다. 전체 작업의 78%정도가 완료된 상태로 현재 가장 까다로운 화물창 작업이 절반 가량 남아있다. 이 선박 옆에는 마란가스의 첫번째 호선인 '마란가스 린도스'가 진수를 하루 앞두고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LNG선은 한국 조선업의 희망이 되어줄 구원투수로 꼽힌다. 셰일가스 붐으로 인한 LNG 발주도 증가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LNG선 분야에서 최강자로 등극하며 LNG선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다.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LNG선은 1척에 2억 달러 선으로 2009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실질적 선가인하가 없었던 거의 유일한 선종이다.

중국 등 경쟁국은 아직 LNG선 건조 기술력을 갖추지 못해 LNG선 시장은 사실상 한국의 독무대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에 비해 LNG선 기술수준이 높은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가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비싼 LNG선 수주를 잇따라 따내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초까지 18척의 LNG선을 수주했으며 연말까지 15척의 추가 수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올해만 LNG운반선 단일선종으로 33척, 80억달러 규모 수주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N1안벽에서 건조작업이 한창인 LNG선 '마란가스 미스트라스'호. © News1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N1안벽에서 건조작업이 한창인 LNG선 '마란가스 미스트라스'호. © News1


LNG선의 '심장'으로 불리는 화물창 안으로 들어갔다. 내년 3월 시운전을 목표로 한 '마란가스 미스트라스'호는 화물창 단열작업이 한창이었다. 기체상태의 천연가스를 액화해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여 운반하는 LNG선은 이를 저장하는 '화물창'이 핵심이다. 가장 까다로운 공정으로 이 작업에만 약 5개월이 걸린다. 영하 163도의 극저온상태로 LNG를 보관해야한다. 

LNG의 비등점은 영하 162도로 철판이 영하 163도의 LNG에 닿으면 조직이 깨져 두동강 나거나 유리파편처럼 변한다. 철판이 극저온을 견디지 못하고 조직이 파괴되는 것이다. 이때문에 철저한 온도 차단이 생명이다. 화물창 제작은 고도의 특수기술이 필요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를 위해 방벽과 보온창을 샌드위치처럼 이중으로 설치해 완벽을 기한다. 팔각형으로 된 선체의 화물탱크 내부에 단열박스를 설치하고 36% 니켈합금으로 열변형이 거의 없는 얇은 인바강판(Invar steel plate)으로 단열박스를 덮어 보온한다. 

화물창 보온작업 과정을 지켜봤다. 핀란드산 자작나무로 단열박스를 만들고 그 내부에 화산재를 원료로한 퍼라이트를 보온재로 넣는다. 이후 이를 얇은 인바강판으로 다시 용접해 이중보온구조를 만드는 작업이 세심하게 진행 중이었다. 마무리 용접이 끝난 구역 곳곳에는 검수팀이 이상유무를 꼼꼼히 확인한 메모가 적혀있었다. 

송하동(49) 프로젝트운영1팀 선박CM부장은 이중보온구조를 설명하며 기술적 자신감을 드러냈다. 송 부장은 "경쟁사와 달리 단열박스를 이중으로 설치하는 보온시스템을 적용해 외부충격에도 끄떡없으며, 온도가 -163도 이상으로 떨어져도 수축이나 팽창이 없다는 게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사와 달리 대우조선해양이 고집한 '이중구조'가 처음부터 선주들의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이중으로 단열박스를 설치하면 비용이 더 들고, LNG 적재량도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안전성과 단열효율 측면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방식이 우수하다는 게 입증되면서 선주들의 신뢰를 얻었다. 대우조선은 화물창의 방벽과 보온층이 이중으로 설치되는 샌드위치 타입으로 안전성이 뛰어난 '멤브레인형'을 채택해 LNG선 분야에서 최강자로 떠올랐다. 이 보온작업은 통상 9개월이 걸리는데, 대우조선해양은 이를 3개월 단축해 세계 최단시간 내 화물창 작업을 끝낼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3번 화물창안에선 대우조선해양이 자체개발한 자동용접장치가 단열박스를 꼼꼼히 용접하고 있었다. 이 선박 화물창에 들어가는 단열박스만 5만4000개, 용접길이를 모두 합치면 168km에 달한다. 송 부장은 "자체개발한 자동용접장치로 일직선 구간을 용접하고, 꼼꼼한 작업이 필요한 곡면부분은 수작업으로 용접해 완벽함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2015년 5월 말 인도예정인 '마란가스 미스트라스호'의 3번 화물창에서 자동용접장치가 용접작업을 하고 있다.© News1
2015년 5월 말 인도예정인 '마란가스 미스트라스호'의 3번 화물창에서 자동용접장치가 용접작업을 하고 있다.© News1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앞선 기술 개발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LNG-RV'를 건조해 인도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선박에 기화시설을 갖춤으로써 육상에 기화시설을 따로 두지 않도록 한 획기적인 혁신이었다. LNG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LNG선을 접안해 하역할 수 있는 LNG터미널과 이를 기화해 저장할 수 있는 수백만평의 시설이 필요하다. LNG-RV를 처음으로 발주· 이용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환경파괴 우려로 LNG공급기지 건설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이에 대한 대체설비로 대우조선해양이 LNG-RV를 고안해냈다. 또 이를 실제 선박으로 수주해 2005년 1월 성공적으로 건조, 선주 측에 인도함으로써 LNG선 건조 시장을 한단계 진보시켰다.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가스공급이 중단 된 도시에서 유일한 에너지공급원이 되어주며 진가를 뽐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세계 최초 26만㎥급 극초대형 LNG선 설계했고, 세계 최초 'sLNGc'(Sealed LNGC)를 개발했다. sLNGc는 화물창의 압력을 올려 기화가스 발생을 억제한다. 화물창 압력이 높아지면 영하 163도의 액화가스 온도를 비등점 미만에서 약간 높여 유지하면서, 외부 유입 열을 모두 LNG 온도상승으로 흡수해 기화가스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원리다. 이와 관련 국내외에 특허 10여건의 출원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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