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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장의 실험…'공무도하' VS '다른 춘향'

이윤택, 우리 예술의 종합세트…안드레이 서반, 현대판 고전의 파격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2014-11-23 14:16 송고

음악극 '공무도하'에서 현대판 백수광부로 춤사위를 보여주고 있는 가인 '최병재'. (국립국악원) © News1
음악극 '공무도하'에서 현대판 백수광부로 춤사위를 보여주고 있는 가인 '최병재'. (국립국악원) © News1
'파격'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한국과 서양의 연출 거장 두 명이 우리의 고전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두 작품을 나란히 선보였다.

국립국악원(원장 김해숙)의 첫 브랜드 작품인 이윤택 연출의 음악극 '공무도하'와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의 두 번째 세계거장시리즈인 안드레이 서반 연출의 창극 '다른 춘향'이다.
지난 21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막을 올린 음악극 '공무도하'는 우리 예술의 원형과 예술적 역량의 종합세트편을 보는 듯 했다.

이야기는 이윤택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와 소설가 김하기의 실화를 소재로 현실과 상상, 현재와 과거를 넘나든다. 

새로 이사 간 아파트의 동과 호수를 잊어버린 샐러리맨이 2000년 전 자신의 전생을 찾아가는 이야기, 북한으로 간 아내를 찾아 두만강을 넘는 남쪽 작가의 이야기 등 2편이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되며 우리 예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풀어 낸다. 
이윤택 연출이 '30여 년간 찾아 온 한국연극의 원형에 대한 종합 정리편'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음악극 '공무도하'는 연극과 판소리, 국악과 민속의 모든 장르를 아우른다.

류형선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은 판소리를 비롯해 경기소리·서도소리·정가·궁중제례악·연례악·창작음악 등 정악과 민속악, 창작악, 사물놀이까지 아우르며 다양한 우리 음악을 종합화했다.

창극의 도창(導唱)과 흡사한 갑남, 을녀의 을녀 역을 맡아 작창(作唱)을 하는 안숙선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의 시원한 소리와 해설은 극의 이야기를 쉽게 관객에게 전달한다. 고대 벽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백수광부의 춤과 동작, 실커튼 뒤의 몽환적인 제의 장면은 신화적인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20일 국립극장에서 개막한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한국적이고 민속적인 것은 벗겨냈으며 한편의 '쇼'를 보는 것 같다.  

무릎을 드러낸 짧은 치마에 반짝이 스니커즈를 신고 나타난 춘향은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를 입기도 하고 고문 장면에선 강렬한 붉은 색의 하이톱 의상을 입고 나타기도 한다. 변 사또의 수청을 거부하고 들어간 감옥은 하늘에 새장처럼 매달렸다.

변 사또는 흰색 정장에 백구두를 신고 취임해 생일 잔치에선 삐에로 분장을 하고 관객에게 '해피 버스데이 투유'를 부르라고 권하기도 한다. 버버리에 검은색 모자를 눌러쓴 6명의 도창은 백댄서가 되기도 하고 마이크를 잡고 기자처럼 무대 위 분위기를 생중계하기도 한다.

고위 관직자의 아들로 클럽도 즐겨 가는 요즘 대학생 캐릭터로 설정된 몽룡은 검사가 돼서 돌아와 변 사또를 심판하지만 춘향과의 사랑의 완성은 의문을 남긴다. 춘향보다 아버지와 가족이 더 중요한 몽룡은 더 이상 춘향의 진정한 연인이 아니다. 춘향은 사랑을 지켜냈다기보다 어려운 시대에 신념을 잃지 않고 끝까지 지켜낸 영웅으로 그려졌다.

상상을 초월한 파격과 함께 '다른 춘향'은 방자와 월매, 마을 사람들의 해학적인 대사를 통해 관객에게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한다.  

창극 '다른 춘향'의 변 사또와 기생들. (국립창극단) © News1
창극 '다른 춘향'의 변 사또와 기생들. (국립창극단) © News1

전통을 동시대적으로 풀어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공무도하'와 '다른 춘향'의 색깔은 확연히 다르다. '공무도하'가 클래식한 오페라 같다면, '다른 춘향'은 자유분방한 난장같다.

옥의 티라면 '공무도하'는 우리 것을 많이 보여주려고 너무 많은 것을 담다 보니 새롭다는 느낌이 약하다. 굿을 표현하기 위해 설정된 것으로 보이는 순이가 신딸로 표현된 마지막 반전은 좀 막장 같은 느낌이다.   

'다른 춘향'은 외국인의 시선이어서인지 우리 것을 대부분 놓쳐 엉성한 느낌이다. 춤과 노래, 시서에도 능했던 조선의 기생은 한낱 몸을 파는 콜걸처럼 묘사됐다. 춘향의 고문 장면에도 등장하는 선정적인 의상은 좀 불편하다. 한복의 아름다움은 춘향과 이몽룡을 통해 무대 뒤 스크린에 잠깐 표현됐을 뿐이다.

해학은 현재 상황에 맞게 표현하려다보니 거친 느낌이다. 기대했던 안은미 안무가의 춤은 춘향의 그네타기에서만 기억될 뿐이어서 아쉽다. 섬뜩하기까지 한 주인공들의 얼굴을 크게 비추는 영상은 극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옥의 티가 조금 있지만 거장들의 작품은 달랐다. '공무도하'는 이달 30일까지, '다른 춘향'은 12월6일까지 공연한다.




senaj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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