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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현지지도 나갔다는 北 김정은 뒤엔 '동해 홍게'

동해서 잡은 물고기를 서해에서 '선전'...北 전통적 선전전 속 고민 엿보여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14-11-20 15:37 송고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인민군 제567군부대 산하 18호 수산사업소를 현지지도 했다고 노동신문이 19일 밝혔다. (노동신문) 2014.11.19/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인민군 제567군부대 산하 18호 수산사업소를 현지지도 했다고 노동신문이 19일 밝혔다. (노동신문) 2014.11.19/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북한 매체들은 19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인민군 제567부대 산하의 '18호 수산사업소'를 현지지도 했다고 보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김 제1비서의 현지지도 사진은 해당 수산사업소 곳곳에 널린 물고기 사진으로 도배되다시피 했고 사진 속 김 제1비서는 시종일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사업소 곳곳을 돌아보며 풍성한 물고기 수확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사진 속 물고기들의 구성을 살펴보면 부자연스럽고 의아한 부분이 몇 가지 있다.

사진 속 물고기들의 색, 크기, 생김새 등을 고려했을 때는 요즘 동해안에서 제철을 맞았다는 도루묵(북한말은 도루메기)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등 푸른 생선은 없고 주로 도루묵, 명태 등 동해에서 잡히는 흰 살 생선으로 보이는 생선들로 가득하다.

생선들 사이사이에 다리가 긴 대게와 홍게들도 눈에 띈다. 이들 역시 동해안에서만 잡히는 종류다.
그런데 문제는 김 제1비서가 이날 방문한 수산사업소가 서해에 위치한 것으로 정부가 추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 수산사업소를 관할한다는 인민군567군부대가 황해남도 지역에 밀집해 배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군부대가 운영하는 수산사업소 역시 서해, 특히 황해남도 해주 인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통일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렇다면 사진 상으로 확인되는 동해산 생선들은 어떤 경로로 이 사업소에 있는 것일까.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 속 물고기들은 도루묵, 홍게 등 동해안에서 잡히는 어종들로 주로 구성돼 있었다.(사진 : 노동신문) 2014.11.20/뉴스1 © News1 서재준 기자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 속 물고기들은 도루묵, 홍게 등 동해안에서 잡히는 어종들로 주로 구성돼 있었다.(사진 : 노동신문) 2014.11.20/뉴스1 © News1 서재준 기자

이에 대한 설명은 두가지 가설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김 제1비서 현지지도에 맞춰 동해안 생선들을 육로로 공수해 이곳 수산사업소에서 다시 분류 및 가공 작업을 진행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이 경우 김 제1비서의 생일을 따서 새로 만든 강원도 원산의 대규모 수산사업소인 '1월8일 수산사업소'에서 잡은 물고기들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크다.

김 제1비서의 현지지도에 맞춰 원산에서 잡아올린 수산물을 동서를 가로질러 대대적으로 서해 지역으로 육로 공수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북한 해역에서 조업을 벌이는 중국 어선들을 통해 공수받았을 가능성이다.

지난 10년 간 북한 당국은 중국 업체들에게 동해 오징어 조업권 등을 상당부분 넘겨왔는데 이에 대한 대가 차원으로 중국 어선들로부터 수확물들의 일부를 넘겨받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중국 어선들은 그 배분량을 곧바로 동해 원산항에 놓고 가기도 하지만 일부는 조업을 마치고 중국으로 복귀하는 길에 서해 항구에 전달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공개된 수산사업소의 위치가 서해가 아닌 다른 동해 등 다른 지역으로, 567군부대의 위치도 바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북한 군 부대의 위치 및 운영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이는 지나친 해석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물고기 잡이와 관련한 북한 체제 특유의 선전전을 위한 북한 당국 나름의 고충이 담긴 조치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듯 하다.

북한은 김 제1비서의 집권 후 식량증대 차원에서 유달리 물고기 잡이에 집중하며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에 이용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제1비서의 수산사업소 현지지도 보도 바로 다음날인 20일 1면 보도를 통해 '물고기 대풍'을 만들어야 한다며 김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어획량 증대에 힘쓸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하기도 했다.

아직 대량 어업을 위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북한이 김 제1비서의 기조에 맞추기 위한 나름의 안간힘을 쓰는데서 오는 부자연스러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선전의 부자연스러움은 누구보다 김 제1비서가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서해 현지지도에서 가득 쌓인 동해산 물고기와 그 옆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환호하는 인민들을 보며 그가 어떤 고민을 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seoj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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