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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디지털 여풍④] '좋아요'에 푹 빠진 줌마들, 스트레스도 "만만찮네"

외식 사진 올렸다가 친구 맺은 시어머니로부터 '눈치' 한가득
사생활 과노출·명품 선물 등 자랑 일색 포스팅에 오히려 스트레스 주범...
"사용시간 지정, PC어플 이용 등 스스로 절제해야" 지적도

(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 2014-11-18 18:02 송고 | 2014-11-21 08:07 최종수정
2014.11.17/뉴스1 © News1
2014.11.17/뉴스1 © News1


2000년대까지 주로 20대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디지털 모바일 흐름에 약한 모습을 보였던 30대 이상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누리면서 '그들만의 문화'가 형성되고 있지만 역작용이나 이런저런 고민도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 도입 초기 20~30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해온 이들이 결혼과 출산 이후 가족·이웃과의 관계에서도 앞다퉈 SNS를 활용하고 있는데 특히 일선 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필수'로 여겨지는 실정이다.

◇결혼·출산 뒤 외부활동 쉽지 않아…손쉽게 친목 유지하려 '입문'

오는 12월 출산을 앞둔 한모(30·여)씨는 올해 초 임신 준비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같은 지역 예비 엄마들과 꾸린 '밴드'모임에 푹 빠졌다.

20대 때 한씨는 한창 유행하던 '싸이월드' 등의 SNS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어릴 적 철없이 남긴 말을 나중에 보면 부끄러울 것 같아 대학 커뮤니티 등에도 가입만 하고 별다른 활동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결혼 뒤 아이를 갖게 되자 직접 바깥에서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기가 쉽지 않았다. 있던 지인들도 결혼해 사는 지역이 달라지거나 각자의 생활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소원해졌다.

만삭이 되면서 직장도 쉬고 태교에 전념 중인 한씨에게 댓글과 사진으로 교류할 수 있는 밴드는 손쉬운 친목 유지 수단이 되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엄마들끼리 수시로 댓글로 시시콜콜한 수다도 나누고, 육아용품이나 지역 산후조리원 정보 등을 공유하며 장단점을 분석하기도 한다.

한씨는 "바깥 활동을 하지 않고도 소외된 기분이 들지 않아 만족한다"며 "너무 격의 없이 지내 얼굴 붉힐 일도 생기는 지인들보다 차라리 낫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고 말했다.

◇과도한 사생활 노출·자랑 일색 포스팅은 스트레스 원흉

2011년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지인들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고 안부를 확인하는 재미를 붙인 주부 임모(48)씨는 최근 페이지 체계로 발전한 형태인 '카카오스토리'를 설치했다가 지웠다.

프로필 사진으로 이따금씩 접할 땐 반갑던 지인들의 안부가 수시로 타임라인을 채우자 스트레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벼르고 별러 산 명품 핸드백을 두고는 '내 맘 알고 사다 준 우리 신랑 최고'라며 자랑하는 이웃 사진을 보니 없던 박탈감도 생겼다"며 "포장된 안부를 보는 게 지겹기도 하고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수시로 올리는 새내기 엄마들의 '육아일기' 포스팅이 거슬린다는 의견도 넘쳐난다.

2000년대의 '미니홈피'나 블로그에는 글을 아무리 많이 올려도 그 사람의 페이지를 방문해야만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페이스북 등의 요즘 SNS는 친구로 등록된 사람들이 올린 글을 일괄적으로 보여주는 '타임라인' 형식을 쓴다.

이에 한 사람이 수십 개의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경우 친구로 등록된 사람들은 원치 않는 정보를 한참 지나쳐야만 다른 사람의 소식을 볼 수 있어 새내기 엄마들 가운데 '사고를 치는' 엄마가 나오기 일쑤다.

생활정보 인터넷 카페 '레몬테라스'에 게시된 '지나친 아이 자랑이 피곤하다'는 글에는 "남의 아이 사진도 어쩌다 한 번 봐야 귀엽지 수시로 도배하면 짜증이 난다", "늘 좋겠다, 예쁘다는 인사치레성 댓글을 달아주기도 피곤하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리기도 했다.

'자기 SNS에 자기가 원하는 포스팅을 하는데 뭐가 나쁘냐'는 항변에는 "타임라인이 있는 SNS에서는 민폐가 된다는 걸 알아달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18개월 된 아들을 둔 의사 이모(31·여)씨는 "오프라인에서 아는 지인의 경우, 보기 피곤하다고 함부로 SNS 친구를 끊을 수도 없다"며 "반응을 종용하는 사람이야말로 최악"이라고 말했다.

◇가족끼리 친구 맺었더니…"우리 빼고 외식했니?"

시댁 식구들과 페이스북 친구를 맺은 최모(42·여)씨는 아예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오랜만에 남편과 아이 둘을 데리고 교외로 나가 외식한 사진을 올렸다가 생각지도 못한 스트레스를 받은 탓이다.

사진을 본 시어머니는 얼마 전 전화통화에서 "그런 좋은 데 같이 갔으면 좋았겠다"며 넌지시 눈치를 주었다. 가족 모임이 있을 때도 친척들이 있는 자리에서 들으라는 듯 재차 언급하는 데 불편함을 느꼈다.

최씨는 "외식 한 번 했다가도 눈치를 받았는데 결혼생활 행복하게 하는 티도 못 내겠다"며 "SNS 친구는 회사 사람들하고만 맺지 말아야지 싶었는데 가족들도 안 되겠다"고 하소연했다.

공개된 공간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해야 할 말을 SNS에 올렸다가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 한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윤모(46)씨는 "학부모 밴드에서 반 정모 일정을 정하는데 한 엄마가 단 댓글에 다른 엄마가 공개적으로 반대조의 댓글을 달아 두세 차례 감정이 섞인 댓글이 오고간 적이 있다"며 "여럿이 보는 공간의 분위기가 불편해진 건 물론"이라고 말했다.

◇"반장 엄마는 설거지 하다가도 답글 달아야 해요"

인천에 사는 40대 학부모 A씨는 초등학교 6학년 딸이 반 회장으로 뽑히면서 휴대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아이가 회장이 되면 엄마도 학부모회 임원을 맡게 마련인데, 반 청소나 학부모 모임 같은 공지가 모두 SNS '밴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수시로 울리는 새글과 덧글 알림이 귀찮지만 꺼둘 수도 없다. 확인을 안 하면 '일 못 하는 반장 엄마' 소리를 들을까봐서다.

A씨는 "얼굴 보고 얘기하지 않아도 돼서 시간이 절약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수시로 확인해야 하니 다른 일을 하다가도 신경이 쓰이고 번거롭다"며 "내년에는 딸아이에게 임원을 맡지 말라고 권유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하소연했다.

◇"'휴대폰 압수', 아이들만 하나요?"

SNS에 과도하게 몰입해 피로를 호소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주부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스스로 이용을 절제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대표적인 권고 방안은 스마트폰 바탕 화면에서 SNS 바로 가기 아이콘을 삭제하고, 정해둔 시간에만 이용하는 것이다.

눈에 띄는 아이콘을 수시로 눌러보는 대신 컴퓨터로 접속하면 정해진 장소에서 여유 시간에만 접속하게 돼 '중독증'을 줄일 수 있다.

원치 않는 친구들을 정리하기 위해 계정 자체를 삭제하고 새 계정에서 필요한 지인들만 한정적으로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스스로 '카카오스토리 마니아'라 칭한 학원 강사 남모(42·여)씨는 "어느 순간 중학생 딸보다도 내가 '카스'에 목을 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낮 시간만이라도 안 들어가 보려고 노력하고, 사진을 올리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한다"고 말했다.


pad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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