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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디지털 여풍②]"혼전임신 시누 아이를 내가?"...맘들의 넷수다 "위안 vs 피해의식"

동네 수다는 게시판, 시어머니 대신하는 '육아정보'는 까페
"피해의식에 뭉쳐, 마녀사냥도 많아" vs "공감을 위한 곳, 정보의 바다"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김수완 기자 | 2014-11-14 17:32 송고 | 2014-11-16 16:33 최종수정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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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딸로 곱게만 자란 대학생 시누이가 혼전 임신을 했어요. 스무살짜리 남자애랑 결혼을 하겠다는데 시어머니와 남편은 시누이가 대학 공부를 마칠 수 있도록 저더러 조카를 키우랍니다. 그런데 저는 제 일을 그만둘 마음이 없거든요. 남편과 시어머니가 밉습니다."
지난 10월 포털사이트 네이트가 운영하고 있는 '판' 서비스의 '결혼/시집/친정' 카테고리에 올라온 사연이다.

네티즌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말 같아야 대꾸를 하죠", "착한 척 했다가 후회하지 말고 강하게 나가세요", "나쁜 마음은 아닐 거예요, 속상해하지 말고 대화로 풀어 봐요" 등 공감·조언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또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꾸려진 '맘('엄마'라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들을 위한 까페'에는 "임신했을 때 율무차는 절대 안 돼요", "XX시 OO구에 있는 어린이집에서는 교사가 아이들을 학대해요" 등 임신·육아를 위한 다양한 정보가 올라온다.

20~40대는 물론이고 50대 기혼 여성들의 공감·정보의 장까지도 이제는 확실히 '인터넷'으로 옮겨진 상태다.
◇기혼여성들의 '뒷담화', 게시판으로 옮겨온 '목욕탕 수다'

네이트 판 '결혼/시집/친정' 카테고리를 이용하는 기혼 여성의 연령대는 20대 중후반~30대 후반 정도로 낮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결혼한 뒤 10년을 아직 채우지 못한 '젊은 아내'나 '젊은 워킹맘'들의 하소연이 특히 많다.

반면 포털사이트 '다음'이 운영하고 있는 '미즈토크'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이용 연령대가 높다. 상당수 사용자가 40대 초중반~50대 중후반의 연령대여서 고민의 내용은 시댁이나 결혼, 워킹맘으로서의 고민에 대한 것보다는 사춘기에 접어들거나 성인이 된 자식, 남편이나 부인에 대한 불만이 더 많다.

두 게시판 서비스의 특징이 서로 다르다 보니 기혼 여성 양모(30)씨는 네이트 판과 다음 미즈토크를 모두 다 본다고 말했다.

"네이트 판을 보면서 공감을 하고 다음 미즈토크를 보면서는 우리 부부도 저렇게 늙겠구나, 아니면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을 해요."

이제 두 돌된 딸을 두고 있는 워킹맘인 양씨는 네이트 판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로 '결혼 비용을 반반씩 내고 결혼했으나 시댁에 갔더니 나만 일을 하는 상황과, 양가 부모님이 나이가 들면 시부모님만 모셔야 한다는 남편의 생각에 어이가 없어 이혼을 하게 됐다'는 내용의 글을 꼽았다.

양씨는 "나도 결혼 비용을 남편과 반반 나눠냈지만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도 집안 일의 70%는 내가 하고 딸아이는 거의 내가 돌본다"며 "글쓴이처럼 이혼할 마음을 먹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글을 읽으면서 '나만 이런 문제에 화를 내는 건 아니구나'라고 공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양씨는 게시판에 글을 쓰거나 댓글을 달지는 않는다고 했다. 누군가 인터넷에서 자신의 사연과 글을 알아볼까봐 무섭기 때문이다. 양씨는 "말 그대로 '뒷담화'잖아요, '뒷담화'는 본인에게 안 들키는 게 생명인데 인터넷에 올리는 건 들킬 가능성이 너무 커요"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양씨의 말대로 두 인터넷 게시판 서비스는 20~30대 혹은 40~50대 미혼·기혼 여성들의 '뒷담화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과거 동네 공중목욕탕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아줌마들의 수다'가 인터넷으로 옮겨온 것이다.

또 '공감'과 '정보의 방대함'이 뭉쳐지다 보니 종전보다 훨씬 더 세세한 정보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일례로 "남편이 어제 53만원을 결제했네요, 어디에 쓴 거죠?"라는 글이 올라오면 다른 기혼 여성들은 남편이 어떤 성매매 업소에서 얼마를 지불했는지, 어느 유흥주점에서 어떻게 놀았는지를 가상적으로 꼼꼼하게 계산해 댓글을 달아주기도 한다.

◇ 시어머니 조언은 옛말, '까페 또래맘'에게 물어봐

30~40대 '또래맘'들은 네이버나 다음 카페를 통해 각종 생활 정보를 주고 받는다. '엄마 또는 예비맘'이라는 나름의 회원 가입 자격을 갖춘 그들만의 정보 교환터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육아와 내집마련 등을 고민해야 하는 공통 분모를 가진 이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하루에도 수차례 카페를 드나들며 또래맘들과 끈끈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회원수 200여만명을 자랑하는 네이버의 한 까페의 동시접속자수는 3000여명을 상회한다.

또래맘들은 주제별로 구분된 각 게시판에서 각종 생활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시댁에서 겪는 고충도 서로 털어놓고 위로를 주고 받는다.

특히 출산·육아와 관련, '임신 X주차에는 무슨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지',' 현재 몸 증상이 이런데 정상인건지'를 비롯해 미처 의사에게 묻지 못했던 소소한 궁금증들을 풀어놓는데 주저함이 없다.

또 태몽 해석은 물론 자신의 초음파 사진을 공유하면서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은 아이 성별에 대해 '선배맘'들의 조언을 구하는 일도 있다.

이는 특정 도시에 거주하는 또래맘들만 가입하는 'XX(지역명)맘' 까페로 갈수록 더 활발해지는 경우가 많다.

지역성까지 더해진 이곳에서는 '어느 병원이 진료를 잘하는지', '돌잔치 장소로는 어디가 좋은지', '애들 학원은 어디가 좋은지' 등의 생활 밀착형 정보들이 주를 이룬다. 또한 지역에서 진행되는 각종 공연 및 행사, 할인정보 등에 대한 공유가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지고 있어 인기가 좋다.

◇"피해의식 뭉친 곳" vs. "위로받으려는 사람들"

하지만 게시판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혼 여성들의 뒷담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게 등장한다.

'뒷담화'를 확대 재생산해 미혼 여성들에게 결혼생활에 대한 편견을 만든다는 것이 부정적인 시각이다. 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글을 올려 일종의 '마녀사냥'을 하려는 현상도 종종 보인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직장인 남성 A모씨는 "두 게시판을 가끔씩 들어가보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일부 글은 피해의식에 똘똘 뭉친 것 같아 보이고 피해의식에 똘똘 뭉친 사람들끼리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편견만 강화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A씨는 또 "그렇게 '뒷담화'를 해댈 거면 차라리 이혼을 하는 게 낫지 않냐는 생각이 드는 글도 많다"며 "인터넷에 올려져 수많은 사람들의 '심심풀이 땅콩'이 되는 남편, 시부모님의 입장은 생각해봤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양씨는 A씨와 다른 의견이다.

양씨는 "'뒷담화'의 성질 자체가 원래 그런 것"이라며 "전부 다 맞는 내용이라고 받아들이는 여자는 없다, 그때그때 보고 '이 여자가 잘못한 부분이 있긴 하구나' 생각하면서도 억울한 부분이 보이면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게 '뒷담화'"라고 말했다.

이어 "글을 올리는 사람들도 자기가 모두 맞다고 생각해 글을 올리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누군가가 위로해주고 힘이 돼 주길 바라고 있을 거다"고 덧붙였다.

또래맘 까페의 부작용도 있다. 한쪽으로 여론이 쏠리는 일이 잦아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마녀사냥'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2년 한 30대 여성이 인터넷을 통해 "임신 4주 된 맘인데 채X당 식당 종업원에게 배를 폭행당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일파만파 퍼져나갔던 '채X당 임산부 폭행 사건'이다.

당시 문제의 글이 올라왔던 곳은 네이버에 꾸려진 한 임산부 까페였고 까페 회원들은 "같은 임산부 처지에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는 댓글을 달아가면서 분노했다. 하지만 CCTV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해당 여성이 종업원에게 먼저 '재수없는 X' 등의 막말을 했다"는 것뿐이었다.

연년생 아들을 두고 있는 전업주부 정모(33)씨는 "어떤 얘기가 올라왔을 때 회원들끼리 뭐가 잘됐고 뭐가 잘못됐는지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며 "가끔은 '또래맘'인 나도 눈쌀을 찌푸릴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살 된 아이에게 무슨 책을 사줘야 하는지, 애들 데리고 가기 좋은 맛집이 어딘지 등의 정보는 매우 유용하다 보니 찾게 된다"며 "올라오는 정보를 잘 거르고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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