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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와 한신, '1985년의 기적'은 없었다. 그래도 아름다웠네

(뉴스1스포츠) 김지예 기자 | 2014-10-31 08:11 송고 | 2014-10-31 08:52 최종수정

올 가을 캔자스시티와 한신, 꽤 먼 거리에 위치한 두 팀이 서늘한 가을 공기를 뜨거운 방망이로 갈랐다. 비록 이들은 '1985년의 기적'을 재현하진 못했지만 끝까지 버텨 열심히 싸웠다. 두 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이유란 없다.

캔자스시티와 한신은 30일 각각 샌프란시스코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 소프트뱅크와의 일본시리즈 5차전에서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이들은 닮은 구석이 많다. 양 팀은 1985년 이후 둘 다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1985년 월드시리즈 우승 컵은 조지 브렛과 브렛 세이버하겐이 이끄는 캔자스시티가 차지했다. 1969년 창단한 캔자스시티는 1970년대 후반 뉴욕 양키스라는 만리장성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캔자스시티는 1985년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3승3패까지 간 끝에 7차전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캔자스시티가 29년 만에 ALCS 진출을 확정하고 샌프란시스코와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으나 3승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 AFP=News1
캔자스시티가 29년 만에 ALCS 진출을 확정하고 샌프란시스코와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으나 3승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 AFP=News1

일본에서도 1985년 요미우리에 매번 막혔던 한신이 드디어 첫 우승을 했다. 당시 한신의 일본시리즈 진출은 세 번째였고, 그때 우승은 지금의 한신에게도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이었다.

특히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불리는 랜디 바스의 힘이 컸다. 바스는 한신 입단 3년째였던 1985년, 타율 0.350과 54홈런 134타점으로 몰아쳤다. 일본시리즈에서도 3개의 홈런을 보태 그해 센트럴리그 MVP와 재팬시리즈 MVP를 동시에 안았다. 게다가 랜디 바스는 이후 1978년 캔자스시티에서 2경기를 뛴 바 있다.

29년이 흐른 지금 두 팀은 끝까지 고군분투했으나 '1985년의 기적'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충분히 빛났다.

하위권을 전전했던 캔자스시티는 올 시즌 아메리칸 리그 중부지구에서 2위를 기록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오클랜드와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9-8로 이겼다. 디비전시리즈에서도 LA 에인절스에 3전 전승을 거뒀으며,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볼티모어를 4전 전승으로 격파해 메이저리그 단일 포스트시즌 사상 최다 연승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으나 3승4패로 아깝게 샌프란시스코에게 우승 반지를 내줬다.

이들은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한 8개팀 중 가장 적은 돈을 쓴 팀이었다. 개막전 연봉 기준으로 총 9203만 달러를 투자해 저비용 고효율의 성과를 냈다. 일찍이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낸 덕분이었다.

타선의 화력도 무시무시했지만 무엇보다 '최강 불펜진 삼총사'의 몫이 컸다. 켈빈 에레라-웨이드 데이비스-그레그 홀랜드로 이어지는 라인은 캔자스시티의 파죽지세 뒷심에 결정적인 몫을 해냈다.

올 시즌 에레라는 70경기에서 4승(3패) 20홀드와 방어율 1.41, 데이비스는 71경기에서 9승(2패) 33홀드와 방어율 1.00을 기록했다. 홀랜드는 65경기에서 1.44의 방어율과 46세이브를 올려 아메리칸리그 세이브 2위를 차지했다. 이들이 만들어낸 승수만 14승이다.


한신의 '수호신' 오승환이 올 시즌 CS 역대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세우며 시리즈 MVP가 됐다. 한신도 캔자스시티처럼 29년만의 기적을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내일이 기대되는 활약을 펼쳤다. © News1 DB
한신의 '수호신' 오승환이 올 시즌 CS 역대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세우며 시리즈 MVP가 됐다. 한신도 캔자스시티처럼 29년만의 기적을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내일이 기대되는 활약을 펼쳤다. © News1 DB

한신도 정규리그에서 요미우리에게 7경기차로 뒤진 센트럴리그 2위였지만 센트럴리그 파이널 스테이지에선 4전 전승으로 꺾었다. 29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지만 일본시리즈에선 1승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신의 중심에도 믿음직스러운 마무리 오승환이 자리하고 있다. 오승환은 정규 시즌 64경기에서 66.2이닝을 소화해 2승4패39세이브와 평균자책점 1.76을 기록하고 삼진도 81개나 솎아냈다. 결국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등극했다.

클라이막스시리즈 퍼스트 스테이지와 파이널 스테이지 6경기에도 모두 등판해 4세이브와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했다. CS 역대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세우며 시리즈 MVP까지 거머쥐었다. 뿐만 아니라 정규시즌 마지막 5경기와 CS 6경기에 이어 일본시리즈 1차전까지 무려 12경기 연속 구원 등판하며 '무쇠팔'의 위력을 뽐냈다. 일본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한신의 수호신'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오승환은 30일 소프트뱅크와의 5차전에서 8회말 등판해 위기를 막았다. 하지만 팀이 9회초 1사 만루에서 점수를 내지 못해 0-1로 패했다. 앞선 4차전에서는 끝내기 3점포를 맞고 고개를 숙였던 것을 만회하고 싶었지만 올해 더 이상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됐다. 그래도 오승환은 '믿음직스런 마무리'로 우뚝선 한 해를 보냈다.

캔자스시티와 한신은 올해 우승의 문턱에서 쓴 잔을 들이켰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면서 밝은 미래의 청사진을 그렸다. 다음 시즌 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hyillily@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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