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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200일]막막한 생계·트라우마와 싸우는 생존자들

파란 바지의 의인 김동수씨 "내가 무슨 영웅…사람답게 살지도 못해"
화물차 운전기사들 생계막막…내달부로 할부금 납부 유예기간 종료

(제주=뉴스1) 이상민 기자 | 2014-10-30 18:31 송고
김동수씨 © News1 DB
김동수씨 © News1 DB
“제가 무슨 영웅입니까. 사람 답게 살지도 못하는 데…”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소방호스를 이용해 승객 20여명을 구조해 ‘파란 바지의 의인’으로 알려진 김동수(49‧제주)씨의 목소리에서 사고 이후 겪은 고통의 무게가 느껴졌다.
김씨가 가라앉는 세월호에서 필사적으로 승객을 구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 공개되며 그는 ‘세월호 의인’ ‘세월호 영웅’으로 불리고 있지만 김씨에게 남은 건 앞으로 다달이 갚아야 할 4.5t화물차 할부금과 정신적, 신체적 후유증이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인 김씨의 두 딸은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었다. 제주도가 긴급생계지원비로 한달에 108만원씩 지원하고 있지만 네 가족이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올해 12월말이면 생계비 지원도 중단될 예정이다.

더욱이 세월호 사고 이후 6개월간 납부가 유예되던 화물자동차 할부금도 내달부터 매달 140만원씩 갚아야 한다. 김씨 가족의 생계 수단이었던 4.5화물차는 세월호와 함께 바다에 가라앉았다.

당장의 생계가 막막하지만 가장인 김씨는 일거리를 찾아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어깨 통증과 손 떨림. 세월호 사고가 그에게 남긴 후유증 중 하나다.
“가만히 있어도 사시나무 떨듯이 손이 떨려요. 할 수 있는 게 운전인데 이 손으로 어떻게 운전대를 잡겠어요. 운전을 못하니 버스를 타고 병원을 다녀요”

병원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고 나면 김씨는 기나긴 밤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 불만 끄면 살려달라고 소리치던 아이들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 거린다. 수면제 양을 늘려봐도 좀 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했다.

“수면제 양을 늘리고 독한 약을 먹었더니 위는 완전히 망가졌어요. 눈을 감지 않아도 불만 끄면 그 때의 모습이 생각나요. 왜 더 구하지 못했을까하는 생각에 아직도 죄책감이…”

김씨처럼 세월호 침몰사고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제주지역 화물차 운전기사는 모두 27명. 김영천(58)씨도 이들중 한명이다.

김영천씨도 화물차 할부금 납부 유예기간이 끝나 다음달부터 다달이 220만원을 물어야 한다.

제주도가 지급하는 생계비는 부양가족 수를 기준으로 지급되기 때문에게 외동아들과 부인을 부양하는 김영천씨에게는 김동수씨 가족보다 적은 88만원의 생계비가 지원되고 있다.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김영천씨는 31일 퇴원할 예정이다. 허리 통증을 치료하는 일보다, 세월호 사고로 인한 불면증을 치료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당장의 먹고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도 더 치료받고 싶지만 병원비도 문제고요. 가족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무슨일이든 구해야하지 않겠습니까?”


le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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