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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200일-르포]실종자 가족 "희망의 끈 놓지 않겠다"

(진도=뉴스1) 박중재 기자 | 2014-10-30 18:42 송고 | 2014-10-30 18:52 최종수정
세월호 참사 198일째인 30일 진도 팽목항에는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의 귀환을 바라는 캐리커쳐와 노란 리본이 나부끼고 있다. 2014.10.30/뉴스1 © News1 윤용민 기자
세월호 참사 198일째인 30일 진도 팽목항에는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의 귀환을 바라는 캐리커쳐와 노란 리본이 나부끼고 있다. 2014.10.30/뉴스1 © News1 윤용민 기자

세월호 참사 200일을 이틀 앞둔 30일 진도 실내체육관.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복잡했다. 전 날 102일만에 세월호 참사 295번째 희생자인 단원고 황지현 양의 시신이 수습됐기 때문이다.
이별한 지 198일만에 얼굴도 알아보기 힘든 차디찬 시신으로 딸을 만난 황 양의 부모는 억장이 무너졌지만 남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가족들은 "미안해 하지 말라"며 다독였고 황 양의 아버지는 이 날 오후 1시 육군헬기로 딸의 시신을 경기도 안산으로 이동하기 전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법률대리인인 배의철 변호사에게 "남은 가족을 잘 부탁한다. 꼭 시신을 찾아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실종자 가족들은 황지현 양을 눈물로 배웅한 뒤 한 참 동안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위로했다.

100일이 넘도록 단 한구의 시신도 수습되지 않으며 가족들은 절망에 빠졌었다. 금기어였던 '세월호 인양'을 두고 찬반투표까지 진행할 정도로 기약없는 기다림에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세월호 295번째 발견 희생자 故 황지현 양의 시신이 30일 오후 경기도 안산 스피드웨이 활주로에서 고대 안산병원으로 운구되고 있다. 2014.10.30/뉴스1 © News1 김영진 기자
세월호 295번째 발견 희생자 故 황지현 양의 시신이 30일 오후 경기도 안산 스피드웨이 활주로에서 고대 안산병원으로 운구되고 있다. 2014.10.30/뉴스1 © News1 김영진 기자

하지만 황 양의 시신이 수습되며 다시 '희망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이제 포기하자'는 말도 있었지만 지현이의 시신이 수습되며 다시 힘을 내자고 서로를 북돋우고 있다"며 "한 동안 절망했지만 시신으로나마 지현이가 부모품으로 돌아 온 오늘 같은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족은 "건강도 문제지만 세월호 참사가 정부는 물론 국민들에게 점점 잊혀져 가며 링거를 맞거나 약을 먹지 않은 가족들이 드물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시신이 102일 만에 다시 수습된 만큼 정부도 더 정밀하게 수색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동안 십여차례 넘게 수색을 했던 곳에서 황 양의 시신이 발견된 것과 관련, 실종자 가족들은 '원망'보다는 '기대'를 얘기했다.

배의철 변호사는 "진작 시신을 발견할 수 있었을텐데 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가족들도 있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잠수사를 '영웅'으로 생각한다"며 "잠수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어 지현 양의 시신도 수습할 수 있어고 앞으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며 고맙게 생각하신다"고 전했다.

이 날 진도실내체육관에는 200일 가까운 진도 실내체육관의 생활과 기다림에 지쳤지만 수색이 장기화 될 것에 대비해 투터운 겨울 외투와 침낭을 준비한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세월호 참사 198일째인 30일 오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는 이제 9가족만이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 2014.10.30/뉴스1 © News1 윤용민 기자
세월호 참사 198일째인 30일 오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는 이제 9가족만이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 2014.10.30/뉴스1 © News1 윤용민 기자

수습된 시신들이 뭍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처음으로 만나 '통곡의 항'으로 불렸던 진도 팽목항은 여객선이 드나들고 방파제에는 낚시꾼의 모습이 보일 정도로 일상의 분위기로 돌아갔다.

실종자의 캐리커처와 이들의 무사 생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 '하늘로 간 수학여행'이란 제목의 4월 16일 당시 휴대폰에 담겼던 참사 희생 학생들이 모습이 담긴 사진, 참사 100일째 세워진 '하늘나라 우체통' 등이 그 날의 아픔을 상기시켰다.

팽목항 한 켠에 놓여 진 실종자들이 평소 신었던 노란색 구두와 검정색 운동화, 이들이 좋아했던 과자와 과일은 색이 바래가며 세월호 참사 200일의 흔적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아내와 함께 팽목항을 찾은 윤병구 목사(66·경기 군포)는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꼭 와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오게됐다"며 "현장을 보게 되니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미어진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두살배기 손녀를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잃었다는 그는 "정부가 앞장서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고통받고 있는 희생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해 줘야 한다"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세월호 참사가 잊혀져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부터 현재까지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장길환 자원봉사자 팀장(50)은 "정부가 실종자 수색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는 마음으로 촘촘하게 다시 진행해야 한다"며 "국민들도 실종자 수색과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데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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