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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세탁기 파손 사건 수사 타이머는 멈췄나

(서울=뉴스1) 전성무 기자 | 2014-10-28 16:13 송고 | 2014-10-28 18:42 최종수정
© News1
  최근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이 '재물손괴' 사건 하나 때문에 들썩거리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전자제품전시회 기간 중에 삼성전자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고소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된 것이다. 두 회사는 국내외 가전분야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라이벌이다. 이번 사건이 업계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세탁기 파손 사건을 둘러싼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진실공방은 가열되는 양상이다. 가해자격인 LG전자는 경쟁사에 대한 통상적인 제품테스트라고 주장한다. 피해자격인 삼성전자는 LG전자 측이 삼성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고의로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입장이다. 유럽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IFA 2014'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달 3일 독일 베를린 소재 자툰(Saturn)사의 유로파센터, 슈티글리츠 매장 등 2곳에서 세탁기가 파손되는 바람에 삼성은 행사를 망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LG전자는 세탁기 4대 값을 변상했지만 삼성전자는 조 사장을 비롯한 LG전자 임직원들을 재물손괴,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지난달 14일 검찰에 고소했다. 삼성전자는 조 사장 등이 세탁기를 파손하는 구체적인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도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상태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주형)에 배당됐다. 검찰은 일반적인 형사사건과 다른 눈으로 이번 사건을 보고 있는 듯하다. 수사는 세탁기 2대가 파손된 것과 관련해 조 사장을 비롯한 LG전자 임직원들이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는지, 고의성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건 자체만 보면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단순 형사사건이고 CCTV까지 제출된 상황이라 조 사장에 대한 조사만 이뤄지면 수사는 일찌감치 마무리된다. 검찰은 고소장이 접수된 직후인 지난달 중순쯤 삼성전자 전략마케팅팀 관계자를 상대로 고소인 조사를 벌였다. 

그런데 왠일인지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2개월이 다 되도록 핵심 인물인 조 사장을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수사기관에선 장기간 소환일정 조율에 실패하면 임의로 특정 날짜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발송한다. 이후 소환요구에 3차례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 강제 구인에 나서는 게 통상적인 절차다. 검찰은 조 사장에게 단 한 차례도 소환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은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대해 "조 사장이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인물이고 연락이 두절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중"이라고만 밝혔다. 검찰이 일반인과는 다르게 '사회적 지위'가 있다는 조 사장에게 '특별한 대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그동안 검찰은 정권실세 등 소환하기 까다로운 인물에 대해서는 직접조사를 배제하고 서면조사로 대체한 적이 많아 이런 의심을 키우고 있다. 

검찰은 딸의 특별채용 대가로 이인수 수원대 총장의 국정감사 증인채택을 무산시켜줬다는 혐의로 고발당한 여당 대표에 대해선 소환조사 대신 최근 서면조사를 했다. 반면 고발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직접 불러 조사했다. 수사대상자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사건처리 기준이 달라진다면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다.


le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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