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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시비' 안양교도소 가보니…최신식 교도소와 '극과 극'

50년 역사, 열악한 환경…수용자 인권 침해 지적 잇따라
법무부-안양시, 소송전 종료…재건축, 주민 설득이 관건

(서울=뉴스1) 홍우람 기자 | 2014-10-26 07:22 송고 | 2014-10-26 09:01 최종수정
24일 방문한 경기 안양시 호계동 안양교도소 담 위로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경비탑이 보인다. © News1 홍우람 기자
24일 방문한 경기 안양시 호계동 안양교도소 담 위로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경비탑이 보인다. © News1 홍우람 기자

서울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약 반 시간 길, 국내 최고령 교정시설인 안양교도소에 닿자 표정없이 둘러쳐진 높은 담벼락이 기자들을 가로막았다.


담벼락을 따라 솟아 있는 경비탑은 위압감 있게 기자들을 내려다 봤다. 지금은 폐지된 경비교도대가 한때 눈을 부릅뜨고 경계근무를 서던 곳이지만 동작감지카메라 등 전자경비시스템이 도입된 뒤로는 세월의 흔적으로 남겨진 곳이다.


지난 24일 법무부는 오는 28일 제69주년 '교정의 날'을 맞아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 있는 안양교도소를 언론에 공개했다.


◇난방 불가, 붕괴 위험…50년 세월이 그대로


지난 1912년 경성감옥으로 태어난 안양교도소는 1963년 지금 위치로 옮겨왔다. 50여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시설이 낡을 대로 낡아 수용자들이 고달픈 생활을 하기로 악명 높은 곳이다.


햇살이 다발로 쏟아지는 가을 날씨에도 교도소 내로 한 발 들어서자 음습한 공기가 감돌았다. 복도 조명은 철문 뒤에서 기자들을 지긋이 바라보는 수용자들의 표정만큼이나 어두웠다.


손을 위로 뻗으면 닿을 만한 높이에는 7~8개의 굵고 가는 배관이 복도를 따라 길게 뻗어 있었다. 수도·도시가스 배관, 전기배선 파이프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수형동으로 향하는 복도 한 면은 창문 대신 비닐을 이어 붙여 찬 공기를 막았다.


벽이 틀어져 갈라진 곳도 눈에 띄었다. 안양교도소는 안전진단 결과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한 재난위험시설 D등급을 받은 상태다. 전체 84동 중 50동(60%)은 붕괴 위험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방에는 지금도 온돌 등 개별난방이 제공되지 않는다. 각 방문 앞 2m 가량 떨어진 곳에 놓인 라디에이터(스팀)가 방 안 공기까지 데워야 하는 실정이다. 겨울에도 이 같은 간접난방으로 18~20도를 유지한다는 게 한 교도관의 설명이다.


온수 역시 마찬가지다. 방에서는 온수를 따로 사용할 수 없고, 교도소 측은 일주일에 한 번 단체로 온수 목욕을 지원하고 있다.


◇'중범죄자=열악한 환경?'…교정교화에 악영향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교정시설은 경비 등급에 따라 개방·완화경비·일반경비·중경비(S1~S4) 시설 등 4단계로 나뉜다.


형이 확정된 수형자 역시 S1~S4까지 '경비처우등급'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수감되는 교정시설도 달라진다. 보통 급수가 낮을수록(S3, S4) 죄질이 무거운데 범죄동기와 형기, 범죄전력, 재범위험성 등 총 16개 지표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현재 안양교도소에는 주로 조직폭력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S3급 수형자들이 수감돼 있다. 죄질이 불량하다는 이유만으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열악한 환경을 감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아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용자도 500여명에 이르러 수용 환경을 개선하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용자들의 불만도 높은 편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안양교도소 수용자들이 201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5년간 처우와 교도관들에 대한 불만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건수는 모두 705건이다. S2급 교정시설인 서울남부교도소 수용자들이 같은 기간 제기한 진정 건수(167건)의 4.2배다.


지난해 안양교도소에서는 총 4건의 자살시도가 있었으나 서울남부교도소에서는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안양교도소의 수용자 징계는 516건으로 서울남부교도소의 6배(86건)에 이르렀다. 교정교화 프로그램에도 구멍이 뚫린 셈이다.


법무부와 안양교도소 측도 서울남부교도소를 모범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2011년 서울 구로구 천왕동으로 옮겨간 서울남부교도소(옛 영등포교도소)는 최신식 교정시설로 잘 알려져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췄고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도 실시한다.


이뿐 아니라 수용자의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한식조리, 컴퓨터응용선반 등 7개 공과에서 특화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전체 수용자 1027명 중 172명(16.7%)이 훈련을 받고 있다.


"시설이 중요하다. 수용자들이 좋은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직업교육을 받으면 (교정교화) 효과가 높다"는 게 박광식 서울남부교도소장의 얘기다.


◇법무부-안양시 재건축 시비…주민 설득 , 또 다른 숙제


서울남부교도소도 이전 당시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갈등을 해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파트 단지와 맞붙어 있지만 주거지역과 교도소 사이에 녹지공원을 조성해 완충지대로 만들었다. 부속 체육관, 테니스장 등 부대시설은 주민들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교도소 직원들을 위해 설치된 법무부남부보라미어린이집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정원 54명 가운데 34명이 지역주민 자녀들이다.


그러나 안양교도소가 '제2의 서울남부교도소'로 탈바꿈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999년 안양교도소 이전을 추진하던 법무부는 후보지 주민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2003년 재건축으로 계획을 새로 짰다.


법무부는 2006년부터 안양시 측과 재건축 추진 협의를 거쳐 설계 마치고 2010년부터 3차례 걸쳐 시에 건축협의를 신청했으나 시는 모두 거부했다. "미래발전을 위한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도소가 옮겨 가야 한다는 입장을 꺾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법무부는 2012년 안양시를 상대로 건축협의 불가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지난 3월 대법원에서 결국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시와의 신경전은 억지로 진화됐지만 또 다른 숙제가 남았다. 주민들은 십 수년째 집회와 서명운동을 벌이며 교도소 이전을 주장하고 있어 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권기훈 안양교도소장은 "수용자들의 기본적인 복지 향상을 위해 재건축은 필요하다"며 "주민들과 원만하게 협의하는 것이 재건축 문제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hong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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