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서울대 법인화의 이면…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의 '눈물'

임금 차별·고용 불안 등 문제…"체육대회 때 티켓도 못 받아요"
학교 본부 "학내 기관이 고용…개별 기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2014-10-24 18:47 송고 | 2014-10-26 09:16 최종수정
자료사진. © News1
자료사진. © News1
서울대학교 모 기관에서 행정 관계 일을 하고 있던 무기계약직 근로자 A씨는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연구 관계 업무 쪽으로 자리를 옮기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A씨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행정 업무밖에 해 보지 않은 근로자에게 갑자기 연구 관계 업무를 맡기는 것은 사실상 나가라는 것이나 다름없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대 내 이른바 '자체 직원'으로 분류되는 직원들은 약 1500~2000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서울대 법인에 직접 고용된 직원들이 아니라 서울대 내 각 기관들에 의해 개별적으로 고용된 직원들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기간제 근로자', 즉 이른바 비정규직 근로자로 채용되기 때문에 서울대 법인에 의해 직접 고용된 '법인 직원'들과는 신분이 다르다. 또 2년 이상 서울대 기관에서 근무해 법률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고용된 직원들 역시 법인 직원들과는 다르게 분류되고 있다.

이들은 "고용 계속, 임금 어느 것 하나 법인 직원들과의 사이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 것이 없다"며 억울함과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숫자조차 정확하게 파악 안 되는 '유령 직원'

현재 서울대 내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약 450~480명, 비정규직 근로자는 약 1000~1500명으로 전체 자체 직원 숫자는 1500~20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045명에 이르는 법인 직원에 거의 1.5~2배에 이르는 숫자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정확한 것이 아니다. 무기계약직 근로자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은은 서울대 홈페이지 내 조직도에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각 기관별로 근로자수를 개별적으로 알아내 합산하는 수밖에 없다.

이때문에 자체 직원들은 자신들을 '학교 홈페이지에서도 찾을 수 없는 유령 직원'이라며 자조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일부 자체 직원들은 그밖의 이런저런 영역에서도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직원들 체육대회가 열릴 때 법인 직원들에게는 필요 물품 구매를 위한 티켓을 줬다, 하지만 우리는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연봉·수당 등 임금에서의 차별이다.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8급 7호봉 법인 직원들이 지난해 임단협 기준으로 각종 수당을 포함해 받는 연봉은 3778만여원이다. 하지만 비슷한 기준을 적용한 일부 자체 직원이 받게 될 2014년 총 연봉은 2741만여원이다. 약 1037만여원 가량의 차이가 발생한다.

대학노조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고용된 기관마다 연봉 수준이 달라 이보다 더 적거나 많은 임금을 받을 수도 있다"며 "전체적으로 볼 때 자체 직원들의 연봉은 법인 직원 연봉의 50~70%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각종 수당에서도 차별을 받아 법인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시간외근무수당 등 일부 수당은 아예 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기간제 근로자, 즉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무기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명시적인 차별금지 규정은 없지만 이들에 대해서도 노동법상의 대원칙인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따라 법인 직원들과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서울대 본부 측은 학내 기관이 개별적으로 채용하는 직원들이기 때문에 임금은 커녕 숫자조차 정확한 파악·관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인사교육과 관계자는 "임금부터 기관별로 천차만별"이라며 "자체 직원에 대한 인건비 또한 본부가 아닌 각 기관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본부에서 컨트롤 자체가 어렵다"고 밝혔다.

또 "무기계약직 근로자들 본인은 임금 등에 있어 차별받는다고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채용되는 과정부터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일정한 기준을 거쳐 공채로 들어온 법인 직원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조심스레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일부 고용 불안 문제도…서울대 본부 "각 기관에 요청밖에 못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바로 '고용 불안'이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기간제 근로자, 즉 비정규직 근로자가 2년 이상 한 사업장에서 근무한 경우 이들을 기간이 없는 근로자, 즉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2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일한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대에서는 A씨처럼 '고용이 보장돼야 할' 무기계약직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고용 안정을 보장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부하고 2년간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사례도 법인화 이후 생겨났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8월 발생한 서울대 부속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대한 무기계약직 전환 불가 통보 사건이다. 당시 서울대 본부 측은 만1세 영유아들을 돌보는 어린이집 교사 4명에 대해 "8월까지만 근무하라"고 통보해 논란이 인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들에 대해 서울대 본부 측은 본부 아닌 각 기관들이 관리하는 직원들이기 때문에 본부 측에서는 이 문제에 직접 개입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인사교육과 관계자는 "인건비 예산은 정해져 있어 예산 내에서 직원을 채용해야 하고 모자라는 인력은 각 기관이 간접비 예산을 통해 자체적으로 뽑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서울대의 경우는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비율이 타 기관보다 높은 점도 감안해 달라"고 해명했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대학노조 측은 올해 임단협에는 이들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을 포함시키도록 단체교섭권을 갖고 있는 서울대 내 대표 노동조합인 서울대노조 측에 요청했다.

임단협에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포함될 경우 임금에서의 차별도 상당히 완화되고 고용불안 역시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단체교섭권을 갖고 있는 대표 노동조합인 서울대노동조합 측은 현재 이에 대해 유보적이다.

일부 기관의 경우 이미 자체 직원들과 각 기관장 사이에 개별교섭이 이뤄졌거나 진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서울대 인사교육과 관계자는 "자체 직원들의 고용 주체가 학교 본부가 아닌 각 기관이다 보니 학교 본부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법에 충실하게 해 달라, 가급적이면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해달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게 전부"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대가 손을 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고 해결해야 하지만 참 어려운 문제"라며 "언젠가는 검토한 뒤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는 보지만 지금 당장 손 대기엔 너무 큰 문제라는 점도 감안해 달라"고 덧붙였다.


abilitykl@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