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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통화정책의 정상화 복귀를 가로막는 저(低)인플레의 망령

(워싱턴 로이터=뉴스1) 김정한 기자 | 2014-10-24 18:39 송고
미국 워싱턴 DC의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건물. © 로이터=뉴스1
미국 워싱턴 DC의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건물. © 로이터=뉴스1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은 지난 수개월 동안 미국 노동시장에서의 슬랙(slackㆍ완전고용과 현재 고용 수준의 차이)에 큰 관심을 기울여 왔으나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에서 낮은 인플레이션 추세가 굳어질 경우 연준이 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의 복귀하는 것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선진국들에서 유가 하락과 임금 상승 부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는 저인플레이션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준과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기순환 둔화가 개선되기를 기다려야 하는지, 아니면 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 인플레이션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연준은 최근 이 같은 불확실성을 깊이 주시하며 통화정책 성명서를 작성하고 6년째 거의 제로(0) 상태에 동결 중인 기준금리에 대한 인상시기도 검토해왔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투자자들은 이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내년 중반에서 후반으로 몇 개월 미룰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연준은 오는 28~29일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금융위기와 싸우기 위해 시작했던 자산매입을 완전하게 종료하는 가운데서도 최근 시장의 하락과 악화한 글로벌 경제에 대해 경계심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준이 물가 관리목표인 2%를 달성하려면 현재 추진 중인 출구정책에 대해 더 심도 깊게 재고해볼 가능성도 있다.

여기엔 초저금리에 보다 강력한 공언, 시장에 보다 많은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한 추가 자산매입 실시, 소비자와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 독려를 위한 적극적인 부양책 공개 등이 포함된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2007~2009년의 금융위기 때와는 완전하게 다른 동향을 나타내고 있다. 당시 인플레이션 하락세는 예상보다 폭이 작았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경기가 회복세인 와중에도 인플레이션의 움직임이 완만하다는 건 뭔가 구조적인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는 이젠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슬랙에 대한 좋은 판단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 파악되지 않은 또 다른 요인들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우리가 알아내야 할 부분이다"며 "그것은 구조적인 것일 수도 있고 순환적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윌리엄스 총재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다시 견인력을 회복할 것이며, 임금을 올리고, 물가도 회복시킬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연준은 초저금리 속에서 이제껏 끝내려고 해온 자산매입 정책을 연기할 수도 없고 아무 대안도 없이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일본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의 경험은 연준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 美연준, 나 홀로 분투 

일본은행은 대대적인 양적완화를 통해 일본 경제를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어느 정도는 끌어냈지만, 인플레이션 관리목표엔 여전히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일본은행은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통화 확대정책을 무제한 지속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에서도 5년째 이와 유사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  

연준 정책위원들은 미국 경제가 분기점을 돌았다고 확신한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내년이나 내후년엔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이에 따라 기준금리도 점진적으로 인상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붙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미국에서 지난 2년 동안 벌어진 일을 충분하게 규명하진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실업률이 왜 예상보다 빨리 하락했지, 인플레이션이 왜 예상보다 느리게 올라갔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준은 또한 향후 전망을 내놓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최초의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으나, 그 실행 여부와 시기는 불투명하다.  

TD 시큐리티스의 겐나디 골드버그 애널리스트는 "연준은 신중한 자세로 가급적이면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으려고 한다"며 "연준은 언제 인플레이션이 올라가고 언제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이 중단될 것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중앙은행들은 일반적으로 점진적이고 완만한 인플레이션과 임금상승률과 소비지출, 낮은 대출 금리를 추구한다. 또한 금리를 주요 정책 레버리지(지렛대)로 사용한다.

연준 관리들은 만약 인플레이션이 더 낮아질 경우 초저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겠다는 공언을 강화하거나 보다 극단적인 경우엔 추가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연준이 전망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증시 하락과 유로전 경제의 부진으로 인해 연준 관리들은 이제 미국만 홀로 회복세라고 생각한다.   

윌리엄스 총재는 "임금 인상이 더디거나 물가가 오르지 않을 경우 수요를 높이기 위한 추가 부양책이 나오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내 견해다"고 말했다. 

최근엔 연준에서나 다른 곳에서 나오는 연구들도 글로벌 경제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임금, 물가, 생산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변화시킨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요인들 가운데 연준은 제조업 일자리의 해외이전으로 인해 국민소득에 대한 근로자들의 몫이 완만하게 줄었다는 점, 기술 투자가 임금보다 생산성을 더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 노동조합의 세력과 협상력 약화했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근로자들의 몫 감소는 임금이 더 이상 과거처럼 인플레이션을 견인하는 요인이 아니라는 의미다. 

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의 셰릴 킹 선임 연구책임자는 "임금 인상 양상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며 "임금을 결정하는 역학이 변했다"고 말했다.

생산과 서비스에 대한 해외이전은 인플레이션 완화를 지속시킬 것이다. 임시직 근로자의 증가, 저임금 근로자들의 증가, 생산라인 기계화 등도 이에 가세할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한 반대 조짐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유가 하락은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큰 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는 또한 글로벌 경제가 부진하고 미국 경제의 호조를 나타내는 분야들에 대한 투자가 냉각됐다는 점을 나타내기도 한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지난주 인디애나주에서 "1970년대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며 "왜냐하면 일반적으론 슬랙은 훨씬 더 빠르게 사라지며 인플레이션은 더 강력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달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ace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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