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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에 위축됐던 이통시장 '들썩'…'아이폰6' 도화선되나

이통3사, 일제히 단통법 후속대책 내놔...아이폰6 시판되면 경쟁 촉발될듯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2014-10-24 11:12 송고
휴대폰 판매점의 모습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휴대폰 판매점의 모습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최신 스마트폰에 '쥐꼬리' 보조금을 주던 이동통신3사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3주차가 지나면서 지원금 규모를 대폭 높이는 등 요금구조 개선방안을 일제히 내놓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상 이통사들의 이번 조치는 지난 17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사 경영진을 긴급호출해 간담회를 가지면서 '단통법 취지가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한데 대한 화답으로 읽힌다. 그러나 정부의 요청이 없었더라도 이통사들은 단통법 이후 급랭된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번호이동건수는 뚝 떨어졌다.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싶어하는 최신폰에 대한 보조금이 크게 줄어들면서 휴대폰 교체시기를 관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데 따른 결과다. 이 상황이 장기화되면 이통사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이를 반전시킬만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일각에서는 단통법 취지가 무색하게 아이폰6 국내 시판을 기점으로 보조금 경쟁이 다시 불붙지 않을까 오히려 우려하고 있다. 지난 23일 LG유플러스는 아이폰6를 70만원에 국내 시판하겠다고 발표하는 동시에, 선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폰6를 사실상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의 이같은 도발에 SK텔레콤과 KT가 맞대응을 하고, 삼성전자까지 가세한다면 단통법 시행이후 멈칫했던 이통시장이 보조금 경쟁이 다시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눈치보던 이통사들, 정부요청에 기다린듯 개선책 내놔

지난 1일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사들은 갤럭시 노트4 등 최신폰에 대한 지원금을 법정 상한선인 30만원에 크게 못 미치는 10만원대 초반으로 책정했다. 이로 인해 휴대폰 구입비용이 더 높아졌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이같은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최양희 장관이 지난 17일 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사 경영진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그로부터 5일후인 지난 22일 KT가 요금구조 개선방안을 내놨다. 위약금을 없앤 '순액요금제'를 비롯해 △데이터 사용 부담을 크게 낮춘 '광대역 안심무한', '청소년 안심데이터' △멤버십 포인트로 '최대 18만원'까지 추가 휴대폰 할인 제공 등의 고객 혜택 확대방안을 마련하고 12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조사와 협의해 일부 모델의 출고가도 낮췄다.

SK텔레콤도 11월부터 가입비 1만1880원을 폐지하겠다고 23일 발표했다. 당초 계획보다 10개월 앞당긴 것이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4'에 대한 지원금도 11만1000원에서 22만원으로 높였다. 5종의 최신 휴대폰 지원금도 약 5만~8만원 상향조정했다. 또 할인반환금 부담을 완화한 ‘프리미엄 패스’를 출시하고, 새로운 요금제도 내놨다.

같은날 LG유플러스도 출고가 인하를 포함해 중고폰 선보상 프로그램인 '제로(0)클럽'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보상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아이폰6를 거의 무료로 구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아이폰을 판매하게 된 LG유플러스는 70만원의 가격으로 24일부터 아이폰6 예약판매를 시작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아이폰6 지원금은 제품이 공식 출시되는 31일 공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액요금제 가입자가 1년후 휴대폰을 반납하면 잔여 할부금과 위약금을 면제해주는 'U클럽'이라는 휴대폰 교체 프로그램도 내놨다.

이통사들의 발빠른 조치에 미래부 관계자는 "물론 단통법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후속 대책을 검토하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요금제나 지원금 상향 조치라는 것이 정부 요구에 따라 단 며칠만에 뚝딱 내놓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통사들이 정부의 눈치를 봤다기보다는 시장 분위기의 변화를 감지해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오른쪽)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이통3사와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사 사장단과 간담회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4.10.17/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오른쪽)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이통3사와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사 사장단과 간담회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4.10.17/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단통법 이후 번호이동 '뚝'...이통사 위기대책 필요했다


이통사들이 저마다 파격적인 고객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을 놓고 전문가들은 "단통법 시행이후 시장을 관망하던 이통사들이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단통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10월부터 번호이동 가입자가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중고폰이나 구형폰 가입자들은 늘어났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통사들이 단통법 실시 직후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가, '쿨다운' 됐던 지난 3분기보다 더 시장이 침체되는 분위기를 보이자 다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이라며 "내수 산업인 이통시장에서 성장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타사 고객을 뺏아오거나 ARPU를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3사의 일평균 가입자는 5만100건으로 6만9000건이었던 9월에 비해 25% 감소했다. 더구나 번호 이동은 9월 일일 평균 5만400건에서 2만6900건으로 47%나 줄었다. 반면, 일평균 중고폰 가입자는 5500건으로 9월(2900건)보다 88.6% 증가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데이터를 많이 쓰는 신형 스마트폰의 할부매출이 동반되므로 번호이동을 통한 가입자의 ARPU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해줘야 하는 중고폰 가입자보다는 높을 수밖에 없다"며 "단통법에 따라 지원금 상한선이 법으로 정해진 상황에서는 여러 마케팅 수단을 통해 신형 스마트폰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통사들이 내놓은 각종 프로그램 내용들을 살펴보면 멤버십 혜택 등 기존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프로그램도 물론 있지만, 고가 요금제를 중심으로 휴대폰 초기 구매비용을 줄여주고 위약금을 없애 번호 이동을 유인하는 내용들이 핵심이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오는 31일 아이폰6의 출시를 앞두고 갤럭시 노트4에도 판매장려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아이폰6이 판매 성적에 따라 갤럭시 노트4를 비롯한 최신폰에 더 많은 장려금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현재처럼 냉각된 시장이 더 이어진다면 3위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앞장 서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단통법으로 지원금 상한선이 고정돼 있으면 아무래도 소비자들은 브랜드 중심으로 이통 서비스를 구매하게 되고 3위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가만 있다가는 서서히 사세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단통법 이후 신규 가입자가 SK텔레콤 중심으로 모이는 등 그 같은 조짐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을 의식한 LG유플러스가 아이폰6 출시에 맞춰 선보이는 중고폰 선보상 프로그램인 '제로(0)클럽'이 바로 그런 맥락에서 나온 프로그램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과거 일본 3위 사업자인 소프트뱅크가 2009년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공짜 마케팅을 시행,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인 적이 있다"며 "LG유플러스도 이번에 아이폰6를 처음 출시하면서 중고폰 선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비슷한 전략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LG유플러스가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면 다른 2개사도 가만 있을 수만은 없다"며 "자칫하면 각종 편법이 동원돼 단통법 시행 이전의 혼탁한 가입자 쟁탈전이 재현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이폰6. © AFP=뉴스1 2014.09.28/뉴스1 © News1
아이폰6. © AFP=뉴스1 2014.09.28/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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