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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 없이 시간 끄는 北, 25일 전단 살포가 분기점

큰 틀에서 '대화' 기조 유지하면서 우리 측 추이 살피는 듯
정부의 입장 변화에 주목...25일 이후 본격 대화 접어들 가능성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14-10-23 16:07 송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4일 오후 인천 남동구의 한정식집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남한 북한 김양건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오른편 좌석 왼쪽 두번째부터),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비서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과 오찬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4.10.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기자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4일 오후 인천 남동구의 한정식집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남한 북한 김양건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오른편 좌석 왼쪽 두번째부터),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비서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과 오찬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4.10.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기자
남북이 제2차 고위급 접촉 개최에 합의한 뒤 약 3주째 실제 성사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우리 측은 지난 4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이후 열흘여만인 13일 북측에 '30일 개최' 안을 제의했다.
그러나 다시 열흘이 지난 23일에도 북한은 우리 측 제의에 대한 역제를 포함, 이렇다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이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한 보도나 공식 기구의 성명 등으로 통해 2차 고위급 접촉 개최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꾸준히 나타내고 있다.

다만 지난 7일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충돌, 10일 대북 전단과 관련한 총격 사건, 18~19일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의 상호 총격 등 민감한 사안이 연이어 터지자 이를 대화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일종의 카드로 쓰는 모양새다.

실제 북한은 22일 고위급 접촉 대표단 명의의 성명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상대방을 자극하고 군사적 충돌을 불러오는 도발행위를 막기 위한 책임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다면 일정에 올라있는 2차 북남 고위급 접촉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며 나름의 '조건'을 제시했다.
NLL 선 침범 및 MDL 도발 등 북한의 선제적인 군사활동으로 인한 충돌도 모두 우리 측의 책임으로 돌리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다.

북한이 이 같은 태도로 나오는 배경에는 역시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한 문제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올들어 유독 대북 전단 문제에 민감하게 나오며 우리 당국이 이를 공식적으로 제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우리 측이 이를 거부하자 북한은 지난 10일 대북 전단에 대한 직접 총격과 이후 대북 전단 살포 지역인 철원 및 파주에서 군사활동을 전개하는 강수를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군사활동에는 접경지역에서의 무력 충돌 긴장감을 높이면서 대북 전단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적극 개입 여론을 형성하려는 일종의 '남남갈등' 유발 의도도 녹아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우리 측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의 실제 성사 여부가 남북대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있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당일 이들 민간단체의 행사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개입 여부를 살펴본 뒤 비로서 고위급 접촉 일정 협의 등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민간단체의 활동을 정부가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정부가 최근 "민간단체의 신중한 처사를 바란다", "전단 살포와 관련해 민간단체나 접경지역 주민들에 대해 필요한 안전조치는 경찰이 판단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입장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것 자체가 북한에 보내는 나름의 시그널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대북 전단에 대한 정부의 고민은 그리 간단치 않다. 현 상황만을 고려해 입장을 바꾼다면 부침을 거듭하는 남북관계에서 다시 수정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만큼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다. 특히 대북 전단 살포는 국내 정책과 대북정책의 원칙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대북 전단 살포가 실제 감행되더라도 북한이 이를 고위급 접촉의 주요 의제로 삼으면서 접촉 개최에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은 현재 우리 측의 여론 변화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이미 전단 살포 행사가 예고된 상황에서 그 전에 우리 측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25일 이후 본격적인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방부가 전방 애기봉에 설치돼 연말마다 점등식 행사를 진행하던 애기봉 등탑을 43년만에 철거한 것에 대해서도 역시 대북 유화 제스쳐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이 같은 전망이 어느 정도는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대대적인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이후에도 비록 낮은 수준이지만 잦은 빈도의 무력 도발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이번 대북 전단 살포 행사 당일에도 이 같은 무력 도발을 감행하며 대화 국면에 찬 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정부 역시 북한이 과거 관례와는 조금 다른 패턴의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더욱 신중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25일을 기점으로 남북 관계가 다시금 급격한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seoj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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