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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착륙은 막았다...글로벌 불안에 초이노믹스 쓴맛 100일

(세종=뉴스1) 민지형 기자 | 2014-10-23 04:00 송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취임 100일 맞았다. 최 부총리는 취임 이후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며 확장적 재정·금융지원대책을 내놓고 한국은행과 공조해 기준금리도 사상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취임 직후 41조원 이상의 확장적 재정 정책을 발표한 뒤 내년 예산안도 올해보다 5.7% 늘린 376조원을 편성했다. 이른바 사내유보금 과세로 불리는 '가계소득 증대세제 3종 패키지'가 담긴 세법개정안도 내놓았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를 풀며 부동산경기 부양에도 나섰다. 유망서비스업 육성방안과 여성고용 및 시간선택제 일자리 대책 등도 연이어 나왔다. 취임 뒤 13개의 굵직한 정책을 발표하며 일주일에 하나씩 대책을 내놓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속도감있는 정책 추진 덕분으로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부동산 거래도 살아났다. 지난 8월 서울 부동산 거래량은 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는 심리다"라고 강조하던 최 부총리 취임 이후 경제주체들은 경기부양책 쏟아내는 최 부총리의 정책 방향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 회복세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마중물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가계 소득이 늘어야 내수가 살아난다고 강조하면서 기업소득 환류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등 '가계소득 증대세제 3종 패키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발상의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투자에 인색하던 기업들을 움직이려는 의도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실물경제는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8월 중 광공업 생산이 3개월만에 감소세로 전환했고, 전달에 비해선 무려 3.8%나 줄었다. 설비투자도 항공기 도입 감소와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둔화 폭이 컸다. 취임 이후 2080선을 돌파했던 주가도 다시 가라앉았다.

기업투자와 내수가 부진하고 주요 경제전문기관들은 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있다. 10조원의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등 재정건정성도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8월까지 정부의 관리재정수지가 34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23개월째 1%대의 저물가도 고민거리다. 

100일 지난 시점에서 정책 방향이나 내용이 실패했다기 보다는 하방리스크가 커지면서 대내외적인 환경이 급격히 나빠진 영향을 받은 탓이다. 정책 추진을 뒷받침하는 각종 법안들이 국회에서 잠들어버린 것도 경기부양 동력을 집어삼켰다.

최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초이노믹스의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냐는 질의에 주저 없이 "경제활성화와 민생살리기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여당 원내대표 출신이라는 점에서 전임 부총리들보다 국회의 도움을 받는 데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세월호 특별법 등으로 국회가 공정하면서 수월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탄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께 했던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도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인위적인 (경기) 부양 정책으로는 오래 가지 못한다"며 일본식 장기불황을 우려했다. 돈을 쓰는 정책은 결국 언제가 정부부채만 잔뜩 늘려 재정을 고갈 시킬 것이라는 진단을 하며 향후 당정관계에 기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엔저 여파와 최대교역국 중국의 침체 등 대외여건도 좋지 않았다. 22일 원-엔 환율은 3년만에 1000원선이 무너졌고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은 7.3%로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발 침체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로 인한 금리 인하도 기정사실이다.

실제 IMF는 이달 7일 세계 경제성장률을 올해 3.3%, 내년 3.8%로 전망했다. 7월 전망때보다 올해 0.1%p, 내년 0.2%p 각각 하향 조정됐다. 이로 인해 '저성장, 저물가, 엔저'의 신3저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두 최 부총리가 뛰어넘어야 할 큰 숙제들이다.

이 때문인지 전문가들의 최경환 부총리 100일에 대해 인색한 평가가 많았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과감한 정책 행보로 경기 경착륙을 막은 효과는 있지만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단기적인 부양에는 효과를 거두고 있으니 성장잠재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들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양적완화 정책을 폈는데 경제 회복기로 볼 수 있는 시점에 과연 이런 정책이 실물경제에 도움이 될 것인가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역시 반짝효과만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 부총리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 정작 본인이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힘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독선적으로 흐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도 든다"고 말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인 부양책을 썼는데 장기적인 기대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럴 경우 단기적인 효과가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으면 정책수단이 없어 국민들이나 경제주체들이 돌아설 경우 다시 돌리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부동산 관련 정책도 우려스럽다"며 "부동산이 폭락을 하면 큰 문제가 되는데 지금 정부가 인위적으로 부양 정책을 쓰면 지금 정체된 만큼 향후에 갑자기 하락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 부총리가 취임돼 무엇인가 할 줄 았알더니 국내 정치적 상황 때문에 관련법이 제때 통과되지 않아서 그런지 크게 바뀐 것은 없다"며 "초기에 시장에 좋은 신호를 줬다가 지금은 다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도 이런 상황을 꿰뚫고 있는 듯하다. 최 부총리는 취임 100일을 전후로 5대 구조개혁을 정책의 중심으로 끌어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서비스업, 노동시장, 교육, 공무원 연금을 비롯한 공공, 금융 등 5대 분야의 개혁으로 경제 병목을 돌파해 중장기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10일 미국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5대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장기 성장이 어렵다"며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을 어느 정도 회복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정책력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감사 업무보고를 통해서도 5개 구조개혁이 향후 경제정책의 큰 중심을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인 교수의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 교수는 "대외여건이 변화된 측면도 있지만 소위 '초이노믹스'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다시 점검을 할 때"라며 "경제 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m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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