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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하다"…9·1대책도 못막은 전월세난, 언제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 3억3천여만원…전세가율 2008년이후 6년 연속↑
국토부 "전세값 강보합세 수준"…시장 "예년보다 심해"
전문가들 "부동산 침체, 금리 인하 영향…당분간 지속"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2014-10-22 16:08 송고 | 2014-10-22 16:20 최종수정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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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5500만원짜리 옥탑방에서 사는 최모(29·강북구)씨는 최근 집주인의 전화를 받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돈이 필요하니 전세금을 4000만원 인상해야겠다는 것이다. 부동산에서는 낮은 금리의 전세자금대출이 있다고 귀띔해줬지만 대출이 부담스러웠던 그는 인근의 월세집으로 이사를 결심했다. 

#종로구에서 9000만원 전셋집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최모씨는 전세금 2000만원 인상 통보를 받았다. 다른 집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을 다녀봤으나 2년 사이 가격이 많이 올라 괜찮은 집을 구하기 어려웠고 결국 추가 대출을 받아 지난 달 말 재계약을 했다. 그의 전세대출금은 6700만원으로 늘어났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또다시 전세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인 전세가율이 70%를 상회하는 곳이 늘어났고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월세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세매물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10월 셋째 주 기준 평균 3억3027만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94만원정도 상승했다. 연 평균 전세가격은 조사를 시작한 2004년 이후 10년 연속 상승했으며 전세가율은 35.24%를 기록한 2008년 10월 이후 6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

특히 높아진 전세금으로 전세자금대출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렌트푸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 전세대출이 월 1조 원을 돌파했고 전세대출 총액은 최근 5년 동안 3배 이상 급증해 32조 8000여억 원에 이르고 있다. 전세금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22.3%에서 올해 8월 23.3%로 1%포인트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 물량 등 전세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딱히 없는 데다 주택구매 심리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전세난이 지속될 것이라 진단했다.

◇중개업자들 "전세난, 예년보다 더 심각"

22일 오후 서울 잠실의 한 종합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 시세를 알리는 전단지가 붙어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22일 오후 서울 잠실의 한 종합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 시세를 알리는 전단지가 붙어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앞서 국토부는 9월 전월세 거래동향 발표를 통해 "전월세거래물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15% 증가했고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격도 강보합세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해 가을 이사철과 비교해 전세난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공인중개업자들은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전세 물건이 급감하면서 전세 물량 찾기가 예년보다 힘들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성동구 행당동에 위치한 T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현재 나와있는 아파트 전세 물량은 아예 없고 다세대주택도 노후 주택이 대부분"이라며 "전세 임차인들이 매매 시장으로 이동해야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데 매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전세 부족 현상이 해마다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금리 등의 영향으로 월세 물량은 비교적 많은 반면 전세 물량은 많이 오른 가격에 나와도 곧장 거래되는 등 품귀현상이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북구 동선동 H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인근 동일하이빌 84㎡의 경우 지난 계약때 약 2억8000만원에 전세거래가 됐는데 올해 5000만원 가량 올랐다"며 "수요자들이 전세대출을 받아서라도 현재 사는 집을 재계약을 하려고 해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량도 없고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 "부동산침체 금리 영향…서민층이 더 고통"

22일 오후 서울 삼성동에서 강남의 주택 단지가 내려다 보이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22일 오후 서울 삼성동에서 강남의 주택 단지가 내려다 보이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전문가들은 주택 거래 시장이 여전히 침체기를 겪고 있는 데다가 금리 인하라는 변수까지 더해져 전세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통상 집주인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시세 차익 등 투자 목적으로 전세를 껴서 주택을 구매한다"면서 "집값 상승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 금리까지 인하되다 보니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져 전세 물량 자체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문가들은 거래량과 전세가격 등 통계 지표가 지난해에 비해 개선되긴 했지만 2년마다 재계약이 있는 전세시장이 특성상 수요자들은 2년치 변동률을 한꺼번에 감래해야 하기때문에 부담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가속화된 월세 전환은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 주택형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 서민층의 주거대책이 필요하다는 강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통상적으로 전월세 전환은 보증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형주택형을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월세 전환을 위해서는 집주인의 보증금 상환이 전제돼야 하는데 8000만원짜리 전세집을 보증금 1000만원 월 40만원 월세집으로 전환하는 것이 8억짜리 전세집을 보증금 1억에 월 400만원짜리 월세로 전환하는 것보다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박 위원은 "전세난은 통계 지표와는 별도로 특정 지역이나 특정 계층에게 가중될 수 있다"면서 "전세난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층이기 때문에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근본 원인이 부동산 경기 침체에 있는 만큼 당분간은 전세난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공공 임대 물량은 한계점에 이르렀고 집주인들도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월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공급과 수요의 균형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전세 물량 부족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do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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