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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새 50배 성장' 모뉴엘, 돌연 법정관리…무슨 일이?

경영진간 알력 다툼 정황도 포착...매출늘었는데 현금흐름은 제자리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서송희 기자 | 2014-10-22 14:13 송고 | 2014-10-22 15:43 최종수정
모뉴엘 IFA2014 전시 부스.(모뉴엘 제공)© News1 2014.08.28/뉴스1 © News1 서송희 기자
모뉴엘 IFA2014 전시 부스.(모뉴엘 제공)© News1 2014.08.28/뉴스1 © News1 서송희 기자


1조클럽에 이름을 올렸던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이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7년만에 매출이 50배 가까이 성장하며 매출 1조원에 올라 성공 신화로 칭송받던 회사다.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지 불과 10개월만에, 불과 한달전까지만 해도 홈쇼핑에서 마케팅을 벌이던 회사가 갑작스럽게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회사 내부에선 경영진간 알력 다툼 가능성이 제기된다. 디자인과 기술만 알던 창업주와 마케팅과 영업을 주로 하던 동업자간에 알력이 벌어졌다. 인사문제로 갈등까지 생기며 창업주는 퇴사한 상태다. 

재무제표상 분식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기간에 매출이 성장한 비결은 가공 매출 등 분식일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매출이 50배가 뛰는 동안 영업 활동에 따른 현금 유입은 거의 늘지 않았다. 가공 매출로 매출을 키우고 부족한 자금은 차입금으로 조달하다 일순간 자금이 막히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1조클럽 모뉴엘 돌연 법정관리 

모뉴엘은 지난 20일 농협 등 채권은행에 갚아야 할 수출채권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농협은 해당 채권을 부도 처리했으며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다른 채권 은행도 모뉴엘 관련 채권을 기한이익상실로 처리했다. 기한이익상실은 채권의 약정 기한을 무시하고 바로 회수 절차에 들어간다는 의미로 사실상 부도처리한 셈이다.
모뉴엘은 중견 종합가전 기업으로 CES, IFA 등 글로벌 가전전시회에 단독 부스를 차릴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던 곳이다. 지난해 연결매출 1조2700억원에 영업이익 1100억원을 올릴 만큼 견조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에도 불똥이 튀었다. 모뉴엘의 금융권 여신은 총 5000억원 수준이다. 기업은행이 1500억원 정도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이 1165억원, 외환은행이 11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국민·신한·하나·수출입·외환·대구은행 등에도 수백억원대의 여신이 있다.

◇창업주는 퇴사…경영진간 알력 다툼?

모뉴엘 창업자 원덕연 전 부사장.© News1 서송희 기자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 이유를 두고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회사 홍보 담당자는 이미 퇴사를 했고 박홍석 대표도 잠적했다. 창업주인 원덕연 부사장은 이미 석달전에 사퇴한 상태다. 잇단 경영진 부재에 경영진간 알력 다툼이 한 원인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모뉴엘은 2004년 원덕연 전 부사장이 세운 아하닉스가 모태다. 원 사장은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기술자로 모뉴엘 제품을 기획, 개발해 왔다. 기술만 알던 그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대외 활동을 꺼려왔다. 

모뉴엘은 디자인과 제품 개발은 원 부사장이 맡고 경영전반과 해외 영업을 박홍석 대표에게 맡겼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모뉴엘에 2007년 합류해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 전반을 책임졌다. 모뉴엘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것도 박 대표가 합류한 이후 시기다. 

모뉴엘은 공격적으로 해외 마케팅을 벌였다. IFA나 CES 등 글로벌 가전 전시회에 삼성전자 LG전자에 버금가는 대형 단독 부스를 차리고 마케팅을 벌였다. 독특한 콘셉트의 제품들은 해외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물걸레가 달린 로봇청소기 클링클링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아기 돌보미 배블, 제빵기기 등 독특한 제품을 연이어 내놨다. 빌게이츠 MS 회장은 2007년 CES에서 '모뉴엘을 주목하라'고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4.10.22/뉴스1 © News1
2014.10.22/뉴스1 © News1


◇7년간 매출은 50배 느는데 현금흐름 제자리 


제품은 특이했지만 실제 판매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미지수다.

모뉴엘의 지난 7년간 약 50배 성장했다. 2007년 모뉴엘의 연간 개별기준 매출액은 241억원 수준이었다. 지난해엔 1조1410억원까지 매출이 늘었다. 매년 2배에 가까운 성장을 보였다. 2007년~2008년 사이엔 1년만에 3배가 넘는 매출 성장을 보이기도 했다.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도 꾸준히 늘었다. 

매출을 늘었으나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은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현금이 들어오지 않고 외상 매출로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유입이 플러스였던 해가 많지 않다. 2007년부터 2013년 중 절반은 현금 유출을 보였다. 최근 3년간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유입도 300억원에 못 미친다. 금융계에선 '사실상 제대로 판매가 이뤄진 게 아니라 해외 법인에 넘긴 가공 매출이 주를 이룬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신 재무활동에 따른 현금 흐름만 늘어나고 있다. 재무활동에 따른 현금 흐름은 유상증자나 차입금 조달 등을 통해 현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자본금 변동이 없었던 만큼 차입금을 늘리면서 회사를 꾸려온 셈이다. 모뉴엘의 부채총계는 2013년 말 2057억원에 달한다. 2007년 말 부채총계 97억원에 20배 이상 늘었다. 

모뉴엘의 매출 중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 흐름이 없는 가운데 매출이 늘어난 것은 해외 법인과 가공 매출을 통해 매출을 뻥튀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금감원도 관련 감리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성장했다면 매년 매출액이 2배 이상 성장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은 단기 자금 악화라기보다 누적된 부실이 불거져 나온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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