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개헌론, 이번엔 연착륙 할까…‘국민여론·정치권 공감대’ 변수

"강력한 국민여론과 靑 '경제 블랙홀론' 넘을 논거 필요"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2014-10-21 18:15 송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청와대는 김 대표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청와대는 김 대표의 "개헌 논의 봇물" 발언과 관련 "실수로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이에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 얘기는 일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4.10.21/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정치권에서 또 다시 제기된 개헌론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의 권력형태인 '5년 대통령 단임제'로 바뀐 1987년 9차 개헌 이후 역대 정권 때마다 개헌론이 부각되긴 했지만, 개헌론이 불거진 시기와 맞물려 현실 권력자나 강력한 미래권력자의 반대로 수면 아래로 잦아들기를 반복해 왔던 터다.
1990년 3당 합당과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당시엔 '내각제 개헌'이 협상 카드로 다뤄졌고, 참여정부 당시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4년 중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면서 불을 붙였다가 정권 말기인데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유력 주자들의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이내 수그러들었다.

이명박정부 당시에도 임기 3년차에 특임장관이었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을 선봉으로 개헌론 확산에 주력했지만, 여론의 힘을 얻지 못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이로 인해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 제기되고 있는 개헌론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실제 현실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개헌론에 대해 "다른 곳으로 국가 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막아선 바 있다. 
그러나 오는 2016년 총선 때까지 사실상의 선거 공백기가 도래한 현 시기가 '개헌의 적기'라는 여론도 상당해 개헌론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집권여당 대표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하루 만에 번복하긴 했지만, 중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 16일 '개헌 봇물론'을 꺼내든 데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원내사령탑으로 국회의원 150여명이 참여한 '개헌모임'의 야당 간사인 우윤근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개헌론에 다시 불이 붙을 조짐이다.

더욱이 새정치연합이 개헌론에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간 '틈 벌리기'를 시도하면서 '친박 대 비박'으로 내재된 여권 내 갈등에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개헌에 부정적인 청와대 및 새누리당내 친박(친박근혜) 진영과 개헌에 긍정적인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야당 간 '개헌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같은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개헌론이 개헌반대 논리인 '경제 블랙홀'론을 넘어 실질적인 논의로 넘어가기 위해선 일단 국민 여론이 강력히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김철근 동국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21일 뉴스1과 통화에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원론적 차원에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찬성 여론이 높지만, 실질적으로는 먹고 사는 문제만큼 크게 피부에 와 닿지 않을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개헌 논의를 이끌어 가기 위해선 국민들의 전폭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헌모임의 한 야당 의원도 "국민들의 여론을 집중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무성 대표가 "정기국회가 끝나면 봇물터지고,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한 '개헌 봇물론'이 여론을 움직이기 위한 의도된 발언이라는 해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개헌모임' 소속으로 김 대표와 절친인 박지원 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최근 잇달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 대표의 '개헌봇물론'은 대통령께 사과한 게 아니고 분명하게 정기국회 후 개헌 논의의 시작을 알리는 팡파르다. 치고 빠진 게 아니라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한 고수의 전략"이라고 추켜세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여론을 끌어모으기 위해선 청와대의 '경제 블랙홀'론을 뛰어 넘어 국민을 설득할 논리가 있어야 한다.

일단 여야의 개헌론자들은 "경제를 위해서라도 개헌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며 올해 안 국회내 개헌특위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위해서도 개헌이 필요하다. 정치적 이유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유로도 개헌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단군 이래로 우리 경제가 돛에 순풍을 달고 간 적은 없었다. 경제를 핑계 대는 것은 개헌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헌모임 여당 간사인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경제는 인류가 시작되면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개헌은 국민적 합의와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들어 적절한 시기에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개헌에 대한 찬성 여론은 6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가 지난 17~18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개헌 관련 여론조사에서 '개헌 찬성'은 57.8%(적극 찬성 21.9%, 다소 찬성 35.9%)로 '개헌 반대' 29.0%(다소 반대 18.6%, 적극 반대 10.4%)보다 높았다. 모름·무응답은 13.2%였다.

국민 여론을 등에 업더라도 본격적인 개헌 논의를 가로막는 걸림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각 정치 세력간 합의 내지 공감대 형성이 핵심 변수다. 김 교수는 "개헌이 되기 위해선 여권 내부에서 친박과 비박간, 대통령과 여당간 합의가 돼야 하고, 정치권 내에서 여야간 합의, 나아가 대통령과 국회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각론으로 들어가 개헌안에 대한 의견수렴도 쉽지 않은 과제다. 권력구조만 놓고 보더라도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정‧부통령제, 순수내각제 등으로 엇갈려 있는 데다 하나의 방식(예를 들어 이원집정부제)을 택한다 하더라도 오스트리아식이냐, 프랑스식이냐 등의 모델에 대한 의견차가 있다.

참여정부 당시 개헌론을 주도한 바 있는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실 권력의 반대를 뚫고 개헌 논의가 시작된다고 해도 논의 과정에서 일사분란하게 하나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쉽지 않다"며 "일단 하나의 안이 만들어져야 제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개헌 프로세스를 밟으려면 적어도 1년은 걸리기 때문에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인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gayunlove@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