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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재신임'으로 '의리' 택한 KIA, 오직 성적 뿐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윤 기자 | 2014-10-20 07:55 송고 | 2014-10-20 08:18 최종수정

선동열 감독을 재신임했다. 타이거즈 역사상 가장 초라한 성적을 낸 사령탑인 탓에 재계약 불발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중도 하차'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비판 여론에 휩싸인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KIA는 2년 연장 계약을 선택했다. 여론은 부정적이다. 시끄럽다. 

선동열 감독은 광주는 물론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이자 지도자로 명성을 얻었다. 삼성을 두 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검증된’ 감독이었다. 그러나 KIA의 수장으로 부임한 뒤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포스트시즌에 단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다. 기대치가 높았던 KIA 팬들에게 실망만 안겨줬다.

KIA 타이거즈가 선동열 감독과의 계약을 2016년까지 2년간 더 연장했다. © News1 DB
KIA 타이거즈가 선동열 감독과의 계약을 2016년까지 2년간 더 연장했다. © News1 DB

선동열 감독은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 '무등산 폭격기'로 불리며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일본 진출 후에도 ‘나고야의 태양’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삼성에서 코치와 감독을 거쳤다. 2005년과 2006년 지휘봉을 잡고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며 승승장구 했다.

하지만 2012년 친정팀 KIA의 감독으로 부임한 뒤부터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오히려 '무등산 폭격기'가 추락했다. 첫 해인 2012년 정규 리그 5위는 시작에 불과했다.

2009년 조범현 감독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는 '호남 야구'의 대표성을 지닌 선동열 감독을 영입하면서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려 했으나 이는 바람에 그쳤다. 
KIA는 2012년 62승65패6무의 성적으로 '가을 야구'에 동참하지 못하더니 지난해에는 전반기 선전에도 불구하고 후반기의 곤두박질로 51승74패3무를 기록하며 8위까지 내려앉았다.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이 있었다지만 KIA에게 8위는 굴욕적인 성적표였다.

올해 역시 다르지 않았다. 3년 계약 마지막 해였기에 무엇인가 다른 모습이 기대했으나 정작 받아든 성적표는 또 다시 8위였다. 이번엔 내용까지 실망스러웠다. 간신히 꼴찌를 면한 8위였기 때문이다.

선동열 감독 부임 이후 ‘근근이’ 팀을 꾸려가고 있다. 버티는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감독 책임론이 고개를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선수층이 엷다지만 재임 기간 3년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김주찬과 이대형을 FA로 영입했음에도 KIA만의 색깔을 보이지 못한 것은 물론 주전의 노쇠화와 불안한 선수 운용을 개선하지 못했다.

그래도 KIA의 선택은 선동열이었다. 시즌 막판 갑작스레 ‘유임설’이 돌았지만 반신반의하던 소문은 현실이 됐다. 계약금 3억원에 연봉은 3억8000만원 등 2년 간 총 10억6000만원이다.

KIA는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선동열 감독은 “3년 동안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하다”며 “재신임해 준 구단에 감사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백업 육성과 수비 강화 등 기초가 튼튼한 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IA는 '의리'로 한 번 더 밀어준 모양새이고, 선동열 감독은 '의리'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비난 여론이 당연한 수순이다. 프로 스포츠에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성적을 내지 못한 지도자에게 2년이나 더 지휘봉을 맡긴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선동열 감독과 KIA가 이런 비판을 넘어서려면 성적으로 말 할 수밖에 없다.

선동열 감독은 올 시즌 내내 “쓸 만한 선수가 없다”는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럼에도 '잘 키운' 선수 소식은 딱히 들리지 않았다. 오랜 시간 2군에서 기회를 엿보던 김다원 정도가 올라온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선발 투수 쪽은 기존 선수 외에 마땅한 자원을 찾지 못했다.

내년에는 안치홍과, 김선빈이 군입대로 자리를 비운다. 왼손 에이스 양현종도 해외 진출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똘똘한 선수의 부족 사태는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무조건 성적을 내야 한다. 

‘기초가 튼튼한 팀’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선동열 감독의 의지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아직은 미지수다. 2년 유임 결정은 KIA나 선동열 감독 모두에게 험난한 여정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지, 또 침체기를 이어갈지 선동열 감독의 어깨는 점점 무겁기만 하다.


lsy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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