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배터리 강국 '일본의 굴욕'…한국과 중국에 밀려 세계3위 '흔들'

삼성SDI와 LG화학 이은 세계3위 파나소닉, 테슬라 효과에도 2020년 中에 밀릴듯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4-10-17 18:53 송고
앨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2개의 엔진이 탑재된 신모델
앨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2개의 엔진이 탑재된 신모델 "D"의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2014.10.10/뉴스1 © News1


'한중일 삼국지' 구도로 재편된 세계 2차전지 시장에서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밀려 글로벌 톱3 자리를 내주게 될 전망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과 소니 등 일본의 배터리 제조업체가 2020년 중국의 리셴과 ATL, BYD 등에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완벽한 장인정신을 추구하다 사업 결정시기를 놓쳐 시장지배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중소형 2차전지는 국내 기업들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SDI와 LG화학의 점유율은 각각 21.7%, 14.2%로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파나소닉(12%)과 소니는(7.7%)가 3,4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중국의 리셴과 ATL, BYD가 각각 5.5%, 5.5%, 5%로 추격 중이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들어가는 중대형전지 시장은 규모가 아직 미미하지만, LG화학(29.3%), 일본 닛산·NEC 합작사 'AESC'( 27.6%), 삼성SDI(18.4%), 파나소닉(13.9%) 순으로 4강 체제다.

업계에선 일본 배터리 업체가 성장 모멘텀을 잃어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3위 파나소닉은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소형전지에서 손을 떼는 분위기고, 4위 소니는 실적부진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성장세가 확실한 중대형전지 시장에도 진출하지 않고 있다. 파나소닉은 미국에서 테슬라와 공동투자한 대규모 공장 '기가팩토리'가 성공을 거둬야만 현상유지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유럽의 글로벌자동차 메이커들도 파나소닉 제품을 꺼린다는 게 국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LG화학 고위 관계자는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공급하는 물량을 빼면 LG화학이 파나소닉을 크게 앞선다"며 "유럽고객사들도 파나소닉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 게 요즘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전기차 업체 중 유일하게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IT기기에 쓰였지만, 이마저도 최근엔 폴리머전지 등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폴리머전지는 알루미늄 필름 형태의 파우치로 외관을 마감해 얇고 넓게 만들 수 있어 최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파나소닉이 고집하고 있는 원통형 배터리 시장은 최근 하락세가 뚜렷하다. 테슬라를 제외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를 선호하지 않아 고객 확보가 어렵다.  

파나소닉이 50억달러 규모의 합작투자로 테슬라를 붙잡고 있지만, 테슬라는 LG화학과 삼성SDI에도 러브콜을 보내며 파나소닉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배터리 공급선 다변화 전략 선회를 시사해 관심을 끌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나소닉 입장에선 테슬라를 독점하고 싶어 압박전략을 쓰고 있지만, 테슬라는 삼성과 LG 측에 공급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이같은 추락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1991년만하더라도 소니가 리튬이온배터리시장을 주도했다. 소니를 비롯해 도시바, 산요, 히타치 등이 업계를 주름잡았다. LG화학은 1999년에서야 처음 시장에 진입했다. 기술력도 일본에 크게 떨어졌다. 당시 일본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이 일본 기술을 절대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호언 장담했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도 일본 업계 관계자들은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한 국내 연구진에게 한국의 배터리 제조사들은 승산이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기업이 일본기업을 따라잡았고, 현재는 삼성과 LG가 세계 1, 2위를 석권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파우치형과 각형 배터리를 무기로 고객사 확보에 탄력이 붙은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의 김광주 대표는 "2020년까지 한국업체들의 순위 변동 가능성은 적다"며 "일본과 중국은 위치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업체들을 중심으로 2차전지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LG화학은 2017년부터, 삼성SDI가 2018년 이후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업체들이 주춤한 사이 중국의 배터리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애플에 소형 배터리를 공급하며 급성장한 ATL이 대표주자다. ATL은 스마트폰 배터리 등 소형전지에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도 조만간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김명환 LG화학 부사장은 "2020년엔 LG화학이 1위, 삼성SDI가 2위, 중국의 ATL과 리셴이 각각 3, 4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셀(배터리 최소단위)자체를 만드는 기술력에선 국내기업과 중국의 격차가 크지만, 셀을 만드는 소재 기술력에 있어선 중국이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쫓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seeit@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