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사건팀 25시] '살인의 추억?' 적어도 서울에는 없다

(서울=뉴스1) 홍기삼 기자 | 2014-10-17 16:39 송고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살인사건을 가정해 현장감식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2014.9.1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살인사건을 가정해 현장감식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2014.9.1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지난 6일 저녁 강신명 경찰청장은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한동안 통화가 이어진 뒤 강 청장은 "잘하셨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청장 감사전화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맹호 서울 강서경찰서장이었다. 그날 이 서장은 강서구 방화동 K건설사 사장 살해범 검거소식을 보고했다. 3월에 발생한 살인사건을 추적한 지 7개월 만에 범인을 붙잡은 것이다. 이로부터 열흘 뒤 이번 범인검거는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강서경찰서는 3월부터 강력 7개팀을 전원 투입하고 서울경찰청으로부터도 2개팀을 지원받는 등 수사본부에 준하는 수사전담팀을 편성, 범인을 쫓아왔다. 사건 초기 단서는 역시 CCTV였다.

    

경찰은 살인사건 현장 인근의 CCTV에서 범행 직후 '하나의 점' 크기로 보이는 인물이 신방화역 방향으로 급히 뛰어 도주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범행시각과 근접한 시간에 급하게 현장을 벗어난 점에서 경찰은 이를 용의자로 판단했다.

    

이후 경찰은 인적사항 특정을 위해 광범위한 CCTV 추적 작업에 들어갔다. 살인사건 현장 진입로와 예상 도주로에 있던 약 120여대의 CCTV를 정밀분석, 이중 용의자의 모습이 촬영된 21대의 CCTV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동시에 경찰은 기나긴 탐문수사에 들어갔다. 강서구 방화동, 공항동 일대 이동로상에 위치한 개별 가구 등 1457세대, 약 5853명에 대해 개별 면접 수사와 함께 원한 범행 가능성에 대비해 1870명을 따로 탐문했다.

    

결정적인 단서 역시 CCTV에서 나왔다.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발목'만 녹화된 CCTV 화면을 확보해 인근 현금인출기 사용내역을 통해 용의자의 인적사항을 최종 확인하게 됐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수원으로부터 '신장계측',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로부터 '걸음걸이 분석', 법영상분석소로부터 '동일인 감정' 등을 거쳐 주변인물로 수사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런 과정을 거쳐 살인범과 살인을 교사한 범인 2명 등 총 3명의 피의자를 잇달아 검거하게 됐다.

    

7개월 간의 대장정이 마무리되면서 올해 서울지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모두 해결되는 '미제 사건, 제로'의 기록이 세워지는 순간이었다.

    

경찰은 올 1월부터 9월까지 서울지역에서 발생한 살인, 살인미수, 예비, 방조 등 '살인죄종' 사건 127건 모두 범인을 검거했다. 적어도 서울에는 '살인의 추억'같은 미해결 사건이 없는 것이다.

    

경찰은 세계 최고수준의 과학수사기법, 수미터 간격으로 서울 전 지역에 촘촘히 세워진 CCTV, 과거에 비해 몇 배 더 빨라진 경찰의 초동 대처 등이 이를 가능케 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비롯해 아직 서울 외 지역의 살인 미제 사건은 '기록'으로 존재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관련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종 행적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경찰의 오랜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argus@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