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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수능 오류' 판결에도 교육당국은 '뒷짐'

교육부 "내년 상반기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수험생 피해 구제대책 마련 어려워"
전교조 "피해사실 확인후 보상해야"…한국교총 "대입제도 개혁 계기로 삼아야"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2014-10-17 16:12 송고 | 2014-10-17 17:53 최종수정
지난해 12월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를 치른 박희성 학생(오른쪽)과 박동준 학생이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세계지리 정답 결정 취소 소송 판결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지난해 12월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를 치른 박희성 학생(오른쪽)과 박동준 학생이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세계지리 정답 결정 취소 소송 판결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서울고법이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출제 오류를 인정한 것과 관련 거센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법원이 수능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판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해당 문항 때문에 대학 입시에서 탈락한 수험생들의 불합격 취소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법이나 특별 조치 등을 통해 피해 수험생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최종심인 대법원의 확정 판결전까지는 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17일 "오늘 판결문을 받아보았는데 소송주체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함께 향후 절차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등에 대해 법률 검토 작업 중”이라며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조만간 입장정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향후 문제 문항의 처리 방향에 대해 "모든 문항을 정답처리할 지, 문제 자체를 무효로 해야 할 지 등에 대해 지금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험생들의 권리 구제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겠지만 결국 최종심인 대법원 상고심이 확정된 후 발표하는 것이 이치상 맞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상고심 결론은 일러도 내년 상반기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판결이 확정돼 해당 문제의 오류가 판명되면 평가원의 문제 오류 인정 및 정답 번복 → 해당 과목의 등급 재판정 →  피해 수험생들의 소송 및 대입 구제 등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원단체들은 한목소리로 교육당국이 책임을 인정하고 사태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평가원과 교육부는 상고를 중단하고 법원의 판결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며 "수험생들의 피해 사실 확인 작업을 통해 보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해당 문제가 틀려 등급 하락으로 원하는 대학에 불합격한 수험생에 대해서는 정원 외로 추가 합격을 시켜주고, 당락에 미친 영향을 증명하기 어렵더라도 당사자들이 겪었을 정신적 피해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교육당국은 변별력 확보라는 명목으로 수능에서 지나친 고등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출제하면서 각종 오류와 난이도 조정 실패를 거듭해 왔다"며 "후속 대책 마련을 통해 수험생들의 피해와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반복되는 수능출제 오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수능을 문제은행식 국가기초학력수준 평가로 전환하는 등 대입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교총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능난이도 조정을 통한 대증적 처방보다는 예측과 준비가 가능하도록 수능, 내신, 논술, 면접, 입학사정관제도의 유기적이고 상호보완을 통해 근본적인 대입제도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늦었지만 법원이 수험생들의 억울함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앞으로 중요한 것은 땅바닥에 떨어진 수능의 권위와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보상"이라고 말했다.

앞서 16일 서울고법 행정7부는 김모씨 등 수험생 4명이 "세계지리 8번 문제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틀린 답을 바탕으로 내린 등급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평가원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명백한 오류가 인정되므로 수험생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판결했다.

문제가 된 세계지리 8번은 제시된 '보기' 중 맞는 것을 고르는 유형으로 당초 정답 처리된 보기 'ㄷ'은 '유럽연합(EU)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였다.

평가원은 'EU의 평균 총생산액이 NAFTA보다 많다'는 내용이 교과서에 기재돼 있기 때문에 보기 'ㄷ'이 정답이라고 했지만, 수능시험 직전 해인 2012년의 실제 총생산액은 NAFTA가 EU보다 많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제기됐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답을 선택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세계지리를 응시한 수험생은 3만7684명이며 정답률은 49.89%였다. 



2014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 News1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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