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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망명 열풍, 정치권까지…與도 속속 가입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2014-10-16 19:20 송고 | 2014-10-16 19:24 최종수정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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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이버 사찰' 논란으로 국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서 외국 메신저 서비스로 갈아타는 '사이버 망명'이 열풍인 가운데, 독일 메신저인 텔레그램(Telegram)을 사용하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 
사정당국의 카카오톡 사찰 의혹이 제기된 후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이버 검열 국정조사·청문회"까지 거론하는 등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근거없는 악의적 정치공세"라고 일축하며 여야 간 공방은 한층 격화했다.

이런 가운데 텔레그램을 설치하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연일 증가하며 눈길을 끈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야당 측은 정부의 사이버 사찰에 '저항'하는 의미로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당 측은 사이버 사찰이라는 야당의 주장은 일축하면서도 논란이 일자 호기심에 텔레그램을 깔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16일 여야 의원들의 텔레그램 사용 현황을 보면, 새누리당에서는 강석훈·권은희·신의진·이인제·이재오·이철우·이자스민·진영 의원(가나다순) 등이 텔레그램에 가입해 있다.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하고 IT기업 출신인 권 의원은 "카톡 논란이 불거지며 텔레그램이 무엇인지 궁금해 텔레그램에 가입해봤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에 가입한 다른 새누리당 의원은 "망명이 아니다. 카톡을 비롯해 여러개의 메신저 어플을 사용하고 있다"며 "텔레그램은 그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텔레그램을 쓰는 새누리당 한 의원의 경우, 본인을 포함해 보좌진들까지 모두 텔레그램 사용자다. 이 의원과 보좌진들이 카카오톡이 아닌 텔레그램으로 '비밀리에' 메시지를 주고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출신 인사로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임해규 전 의원(현 경기개발연구원장), 차명진 전 의원,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등이 텔레그램을 사용 중이다.

새누리당 사무처 당직자들 일부와 의원 보좌진들 수십명도 텔레그램에 가입했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도 눈에 띄었다.

텔레그램에 등록한 한 새누리당 보좌진은 "정부가 카톡을 사찰했다고 보진 않는다. 요즘 워낙 텔레그램이 화제다 보니 관심이 가서 재미로 가입했다"며 "카톡 등 국내 메신저 어플도 계속 사용한다"고 말했다.

야당의 경우 텔레그램 사용도가 훨씬 높다. 김현미·배재정·변재일·윤호중·이춘석·임수경·진선미·정호준·한정애 의원 등이 텔레그램에 등록했다. 새정치연합 의원 130명 중 33명 가량이 텔레그램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최근까지 '사이버 의원총회'라고 불리는 카카오톡 단체방을 이용했었다.

그러나 지난달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한 데 대해 의원들이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 내용이 그대로 언론에 노출된 뒤 카톡 단체방은 사실상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 일이 있은 후 카톡 사찰 논란까지 불거지며 야당 의원들은 앞서 텔레그램에 가입한 의원들이 가입하지 않은 의원들에게 사용을 권유하며 망명길에 오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텔레그램 열풍에 대해 "정부 사찰에 따른 불안감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새정치연합 한 당직자는 "카카오톡으로 반(反)정부성 정보를 주고받거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험담을 하는 메시지를 주고받지 않더라도 현재 일상적으로 하는 말들이 미래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법적으로 옭아맬 수 있다는 점을 최근의 논란에서 보고 있다"면서 "어떤 중요한 대화를 나눠서가 아니라 사소한 일상을 누군가가 지켜본다는 심리적 불안감에 텔레그램으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가까이 지내며 국회와 정당을 공공연히 드나드는 사정당국 관계자들 중 일부도 텔레그램을 설치했다.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여당 의원들은 "망명은 아니다"고 일축하지만 혹여라도 비밀과 정보가 새나가는 데 대한 위기감은 배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여야의 추세를 볼 때 정치권 내 텔레그램 가입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텔레그램 비(非)사용자인 새누리당 한 의원은 "호기심에 텔레그램을 깔아보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야당이나 언론에서 '여당 의원이 정부의 사이버 사찰을 인정하고 망명했다'고 침소봉대할 가능성이 있어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eri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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