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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물리학상 나카무라 슈지 교수 "내가 국적을 바꾼 이유는…"

[인터뷰]"특허개발자 무시하는 日정부 안타까워...아이디어있으면 창업해야"

(서울=뉴스1) 서송희 기자 | 2014-10-10 19:00 송고 | 2014-10-12 18:18 최종수정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수상한 일본계 미국인 나카무라 슈지 박사가 지난 9월25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반도체 제공)2014.10.10/뉴스1 © News1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수상한 일본계 미국인 나카무라 슈지 박사가 지난 9월25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반도체 제공)2014.10.10/뉴스1 © News1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 교수. 그는 일본계 미국인 과학자다. 일본의 유명 발광다이오드(LED)업체인 니치아에서 근무했던 그가 미국인으로 국적을 전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노벨상을 받기 전인, 지난달 25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글로벌 LED 포럼' 참석차 방한했을 때 뉴스1 과의 인터뷰에서 그 속내를 털어놨다.
지난 7일 일본의 아카사키 이사무, 아마노 히로시와 함께 스웨덴 왕립과학학술원이 수여하는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슈지  교수는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발명한 인물이다. 종전까진 빨간색과 초록색 LED만 있었고,  청색 LED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카무라 교수가 청색 LED를 발명한 이후에 LED를 이용한 흰색 광원이 만들어지게 됐고, 이를 계기로 LED 시장이 활짝 열렸다.

지난 2000년부터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에서 재직하고 있는 나카무라 교수는 현재 미국인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미국으로 건너가기전 그는 일본의 유명 LED업체인 니치아에서 근무했다. 청색LED를 발명한 시기도 니치아에 근무하던 시절이다. 나카무라 교수의 기술력과 특허 덕에 니치아는 LED 글로벌 1위 업체로 등극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관련 분야에서 특허를 수백개 가량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니치아는 청색 LED를 발명한 그에게 대가로 2만엔(약 20만원) 정도를 줬다. 터무니없는 대가에 나카무라 교수는 회사를 박차고 나와 니치아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나카무라 교수는 "나의 발명은 회사와 함께 만든 것은 맞지만 특허 개발자들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특허소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특허권을 회사에 넘긴다는 동의를 한 적이 없는데 일본 법원에서는 '무의식적 동의'를 했다고 지적했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일본 법원까지 니치아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는 미국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나카무라 교수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개발한 특허는 회사가 권리를 가지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그러나 개발자가 회사를 떠났다면 그 권한은 개발자가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 우수 인재는 해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본인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며 그는 웃어보였다.

그는 "일본은 친기업 성향을 가진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하면서 특허 개발자에게 불리한 쪽으로 법이 개정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올해 일본 특허청은 직원이 개발한 특허를 회사가 소유토록 하는 방안을 도입키로 했다는 것. "아베 정권은 이같은 법이 제정되면 기업 경쟁력이 강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한 그는 "일본의 대기업들이 아베 총리를 압박해 특허법을 개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이같은 행보에 그는 우려감을 드러냈다. 나카무라 교수는 "누구나 특허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특허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따를 때 혁신은 가능하다"면서, 특허법이 개정된 이후 발명에 대한 의욕이 저하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는 사람이라면 창업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대기업보다 기술을 갖춘 중소기업이나 창업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제자 중 아주 똑똑한 한국인 학생이 있는데 한국 대기업에 입사했다"며 "미국에선 벤처기업을 창업하거나 투자하면서 부자가 생겨나는데 일본이나 한국은 대기업 입사하려는 문화가 강한 것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중국에서 알리바바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부를 획득한 것처럼 엔지니어들이 회사를 차려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나카무라 교수는 벤처기업 2곳을 직접 경영하고 있다. 물론 이 2곳은 모두 LED 조명회사들이다. 또 국내 중견기업 서울반도체와 10년째 인연을 맺고 있다. 나카무라 교수는 "10여년전 서울반도체 초청으로 서울 가산동 LED 공장을 방문한 적 있다"면서 "그때 규모가 작은 공장인데도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보며 감동을 받아 지금껏 연구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며 서울반도체와의 인연을 털어놨다. 

그는 "서울반도체 이정훈 대표는 소프트뱅크 손정의에게 버금갈 정도로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글로벌 LED 시장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반도체는 변환기 없이 조명이 바로 가능한 AC LED가 강점이다. 마지막으로 나카무라 교수에게 다음 개발 분야에 대해 묻자 "레이저 다이오드(LD)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레이저 포인터는 모두 빨간색인데, 앞으로 파란색과 초록색 포인터가 나오면 이 시장도 LED처럼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ong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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