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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상상을 동반하는 아찔한 용병술, ‘김신욱 미스터리’

(인천=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2014-10-02 23:06 송고 | 2014-10-02 23:15 최종수정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예선 2차전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 김신욱은 대회 기간 내내 벤치를 지켰다. 이광종 감독은 “중요한 순간을 위해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김신욱 역시 밝은 모습으로 “중요한 순간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식적으로는 ‘아껴둔다’는 결정이었다. 대부분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이광종 감독의 ‘김신욱 애지중지’는 북한과의 대회 결승전 연장까지 이어졌다. 105분을 참다가 연장 후반 2분에서야 투입했다. 결과적으로 15분 정도를 뛰었다. 상식선에서 볼 때 아꼈던 게 아니라 진짜 아팠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그 정도로 아팠던 것이 아니었다면, 이광종 감독의 용병술은 상당히 아찔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임창우의 극적인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창우의 골은 121분에 터졌다. 정규시간 90분과 연장 전후반 30분이 다 지날 때까지 ‘0’의 행진이 이어졌다. 그러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거짓말 같은 골이 나왔다.

한국이 북한을 꺾고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겼으나 너무도 어려운 승부였다. 120분 동안 0의 행진이 이어졌다. 때문에 김신욱(오른쪽)의 투입 시점은 의문이 남는다. © News1 DB
한국이 북한을 꺾고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겼으나 너무도 어려운 승부였다. 120분 동안 0의 행진이 이어졌다. 때문에 김신욱(오른쪽)의 투입 시점은 의문이 남는다. © News1 DB
그만큼 치열했다. 시종일관 팽팽하게 진행됐다. 결승까지 오는 과정 속에서 만났던 상대들과 북한은 달랐다. 잔뜩 웅크려 수비에 집중했던 팀들과 상대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이광종호는 허리부터 정상적으로 대응하는 북한과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전체적인 비율에서는 한국의 공격 빈도가 높았으나 서로 결정적인 찬스를 잡지 못한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뜩이나 전반 17분 측면 공격수 이재성이 어깨 탈구로 교체 아웃되는 악재도 발생하면서 한국은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힘들게 과정을 만들어도 마지막 순간의 세밀함이 떨어졌거나 결정력 부족으로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결국 아끼고 아꼈던 김신욱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광종 감독은 끝까지 '김신욱 카드'를 뽑는 것을 주저했다.

지난 9월28일 한일전으로 펼쳐진 8강전이 끝난 뒤 이광종 감독은 “부상을 당했던 김신욱이 많이 좋아졌다. 4강전에는 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준비를 시키도록 하겠다”는 말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태국과의 4강전에도 김신욱은 나오지 않았다. 명분이 있었다. 전반에 2골을 뽑으면서 여유로운 운영이 가능했다.

태국전 후 이 감독은 “경기가 어렵게 진행되면 김신욱을 투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보호 차원에서 쉬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김신욱은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다. 그러나 결승에서는 뛸 수 있도록 준비시키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김신욱은 결승전에서도 너무 오래 벤치에 있었다.

결승전 후반 막바지에는 북한의 역습이 꽤나 날카로웠다. 실점하면 바로 지는 상황이었고 그렇다면 먼저 넣는 것이 중요했는데도 이광종 감독은 김신욱 대신 필드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강심장을 지닌 지도자라할지라도 계속해서 선수를 아끼기는 힘든 조건이었다. 심지어 김신욱은 골을 넣어주길 바라며 뽑은 와일드카드다.

돌아보니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 투입하지 않았다던 태국전도 의구심이 남는다. 결승전 투입을 고려하고 있었다면 ‘실전 감각’을 위해서라도 어느 시점에는 투입하는 게 통상적이다.

만약 진짜 아팠던 것이라면 라운드마다 이광종 감독이 전했던 ‘괜찮다’는 선의의 거짓말이었다. 타당한 선택이다. 상대에게 괜한 정보를 노출시킬 필요는 없었다. 김신욱이라는 부담스러운 공격수가 언젠가 나올 수 있다는 것과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을 대비하는 입장은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조커로 뛸 수 있는 정도의 몸 상태가 되어 있었다면 해석이 복잡해진다. 몸을 푸는 모습이 그리 적극적이지는 않았으나 어쨌든 김신욱은 후반 중반부터 벤치 멤버들과 함께 계속 경기를 준비했다. ‘가능성 제로’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신욱의 투입 시점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그동안 15분 정도만 뛸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대회 결승전이었다. 게다가 연장까지 갔다. 스스로도 의지를 불태울 조건이다. 자신도 매 라운드 이후 “더 높은 무대에서 뛰어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더 영광이다”라는 뜻을 전해왔다. 물론 김신욱의 말까지 팀을 위한 거짓말이었을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이 높고 아마도 그것이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투입을 주저한 것이라면, 상상이 복잡해진다. 이겨서 다행이나 ‘김신욱 미스터리’는 남았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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