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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청와대 이재만이야"…대기업 'CEO' 줄줄이 속아

검찰, 취업 위해 청와대 실세 사칭한 50대男 구속기소

(서울=뉴스1) 전성무 기자 | 2014-10-02 10:24 송고 | 2014-10-02 11:22 최종수정
2014.10.02/뉴스1 © News1
2014.10.02/뉴스1 © News1

"나 청와대 이재만인데 사람 하나 보낼테니 취업시켜줘라." 

청와대 실세를 사칭해 대기업에 취업한 5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기업 '사장·회장' CEO들은 청와대 실세라는 거짓전화 한 통에 줄줄이 속아 넘어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청와대 비서관을 사칭해 대기업에 취업한 혐의(업무방해)로 조모(52)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7월 초 자신이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인 것처럼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씨를 보낼 테니 취업을 시켜달라"고 한 뒤 허위 학력과 경력이 기재된 응시원서를 제출해 취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전화를 건 다음날 오후 대우건설을 찾아가 사장실에서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보내서 왔다. 대우건설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한국신학대학교 학사와 석사학위를 보유하거나 한민대학교 겸임교수인 것처럼 행세했다.


결국 대우건설 측은 조씨가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추천을 받을 정도의 경력과 능력을 가진 것으로 생각해 같은해 8월 사무직종 부장직급으로 채용했다.


조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7월31일 대우건설을 퇴사한 조씨는 지난 8월18일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유사한 휴대전화 번호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황창규 KT 회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같은 수법으로 취업을 시도했다.


조씨는 마찬가지로 전화를 건 다음날 황 회장을 찾아가 "나는 청와대 총무비서관 소개로 왔다. VIP(대통령) 선거시 비선조직으로 활동했고 10년 전부터 VIP를 도와왔다"고 속였다.


이어 "현재도 한 달에 1~2번 면담하고 직언을 하고 있다. VIP에게 정부산하기관 기관장이나 감사로 갈 수 있으나 회사에 취업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KT에 취업하게 해달라"고 취업을 부탁했다.


황 회장도 역시 조씨에게 속아 인사 담당 직원에게 지시해 조씨의 취업절차를 진행하도록 했다.

결국 대우건설과 KT 최고경영자(CEO) 들은 '청와대 실세'를 사칭한 조씨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서 허술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스스로 드러냈다.

조씨는 "내 이력과 학력, 경력 등으로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취업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조씨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사기죄를 저질러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였다.
 




le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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