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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선은 1항사가 제안하고 선장이 허락했다"(종합)

[세월호참사] 광주지법 제20회 공판 조타수 진술

(광주=뉴스1) 김호 기자 | 2014-10-01 18:36 송고 | 2014-10-01 18:52 최종수정
세월호 사고 당시 조타실 선원들의 퇴선은 1등항해사 강모(42)씨가 제안하고 이준석(68) 선장이 허락해 이뤄졌다는 당직 조타수의 법정 진술이 나왔다.

선장과 선원들에 의해 조타 실력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이 조타수는 "세월호는 조타하기 까다로운 배"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책임을 덜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임정엽)는 1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준석 선장과 선원 등 15명에 대한 제20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은 기관장 박모(54)씨, 사고 당시 조타를 맡았던 당직 근무자인 조타수 조모(56)씨 등에 대한 피고인신문과 증인신문 등의 절차가 있었다.

조씨는 조타실의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경위에 대해 "1항사 강씨가 '주변에 해경과 어선이 왔으니 퇴선해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장님이 '그럼 승객들과 여객부(안내데스크)에 알려주고 퇴선하자'고 해서 배를 빠져나왔다"며 "하지만 승객들에게 실제 안내는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이 이뤄진 경위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에서 "1항사 강씨가 선장님의 지시를 받고 (숨진) 양대홍 사무장에게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가 이날 법정에서는 "항해사 중 한명이 선장님의 지시로 '침실에 대기하라'고 전했던 것으로 안다"며 오락가락한 진술을 했다.

검사는 조씨와 조타실 선원들이 승객 퇴선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배를 빠져나간 점에서 "(설령 배를 빠져나가며 안내를 했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에게 '나가라'고 하면 자기집 현관문 나가듯이 나갈 수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조씨가 변명에 급급하자 이뤄진 지적이다.

조씨는 지난해 10월께 세월호가 인천에서 출항해 인천대교를 통과할 때 세월호 또다른 선장으로부터 212도 변침 지시를 받았으나 우현으로 230도 변침을 해 입출항시 조타를 못하게 된 사실을 검사가 언급하자 "세월호에 처음 승선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하기도 했다.

조씨는 "처음 잡아보는 배의 조타기는 차의 핸들과 마찬가지다. 어떤 차를 몰다가 다른 차를 몰면 (핸들의 느낌이 달라) 제 방향으로 갈수 없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들마다 약간씩 조타기 핸들 조작하는 느낌의 차이가 있다. 어떤 핸들은 좀 뻑뻑하고 어떤 핸들은 부드럽다"면서 당시 사고의 책임을 자신보다는 선박 자체의 특성에 돌렸다.

검사는 이준석 선장이 수사기관에서 조씨에 대해 "100도를 잡으라고 하면 102도 또는 103도를 잡는 경우가 더러 있어 정확도가 떨어졌다" "조타기를 돌릴 때 조류나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이를 고려해야 하는데 고려하지 않다보니 정확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진술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조씨는 "세월호는 조타하기 까다로운 배다. 예전에 제가 작은 배를 타서 그런지 조타기 핸들이 부드러웠지만 세월호는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타각지시기를 보며 제대로 된 소각도 변침을 했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감각에 따라 조타를 하고 타각지시기를 뒤이어 보고 (배가 얼마나 돌아갔는지) 확인했다"고 했다. 조씨는 "타각지시기를 보고 조타하는 것이나 감각에 따라 조타하는 것이나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조씨는 "좌현으로, 혹은 우현으로 조타할 경우 배가 각각 어느쪽으로 기우는가"라는 검사의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물음에 한동안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사고 후 선실에서 나오는 게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해경 경비정에 탈때 '내가 마지막이다'고 했다" 등의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조씨가 시종일관 책임을 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검찰 조사 당시와 다른 진술을 하자 방청석의 유가족들은 연이어 한숨을 쉬거나 분노를 참지 못했다.


ki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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