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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거래? "사올 방법도 없고 팔 기업도 없다"

[성장막는 탄소배출권]②시작부터 파행 예고..기업 불확실만 높여 투자에만 역행
3년치 생산량 정확히 예측하고 할당해야 거래제 성공...예측 틀리면 시장패닉 와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4-10-01 18:55 송고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되면 뭐합니까. 거래가 하나도 없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시행도 하기전에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파행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거래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거래제'가 무색할 것이란 예상이다.

탄소배출권 관련 최고 전문가로 통하는 노종환 일신회계법인 부회장은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대해 '거래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시범적으로 사보는 거래나 있을 뿐 정부가 말하는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한 시장 정화 기능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탄소배출권은 말그대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권리를 증서로 만들어 거래하는게 탄소배출권 거래제다. 탄소배출권은 기업들에게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미리 할당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할당받은 탄소배출권 규모 이상으로 생산하면 모자라는 배출권을 외부에서 사와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비용 탓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탄소배출 규모를 줄일 것이란 게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아이디어다.

기업들에게 탄소배출권 할당을 충분히 배정하면 탄소배출권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할당받은 배출권만으로 충분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이 남는다고 탄소배출권을 팔지 않는다. 2,3기로 갈수록 탄소배출권 할당이 줄어들어 이를 미리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배출권이 모자라는 기업은 이를 사올 방법이 없다. 배출권을 살 기업은 생겨도 배출권을 팔 기업은 없는 구조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개입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는 기업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는 기업이 단 526곳에 불과하다. 유럽에선 1만100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금융자본과 발전회사의 전기료 자유화까지 시행했다. 하지만 유럽 배출권 거래도 실패로 돌아갔다는 게 최근의 평가다. 

배출권거래제가 성사되려면 기업들이 적당한 수준에서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할당량을 정교하게 조정해야 한다. 정부는 '일단 해보고 오류가 발생하면 이를 사후에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기간동안 기업들이 겪을 혼란과 불확실성은 기업들이 감내할 몫이다. 결국 기업들에게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해 해외 이탈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배출권 거래제가 가져올 보이지 않는 파급 효과다.

정부가 고시한 부문별 탄소배출권 할당 규모. 전문가들은 3년 뒤 할당량에 대한 예측이 틀리면 배출권 거래 시장에 큰 혼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2014.09.29/뉴스1 © News1
정부가 고시한 부문별 탄소배출권 할당 규모. 전문가들은 3년 뒤 할당량에 대한 예측이 틀리면 배출권 거래 시장에 큰 혼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2014.09.29/뉴스1 © News1


◇파는 기업도 없고, 사는 기업도 없고...배출권 거래 '0' 예상


정부는 내년 1월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미 법규로 정해 배출권 할당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할당 총량은 16억8700만톤으로 정했으며 10월 14일까지 주요 기업들에게 배출권 할당 신청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이달 14일까지 앞으로 3년간 사용할 배출권을 신청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각 기업의 배출권을 할당하고 모자라는 부분을 배출권거래 시장에서 사오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기업 경영자라면 할당 신청과정에서 향후 3년간 예상하는 최대치의 할당량을 요구할 게 뻔하다. 배출권은 일종의 재산권이다. 이를 많이 확보하려는 시도는 기업들에게 당연한 선택이다.

정부가 예고한 할당량 총량은 16억8700만톤 규모다. 예비분을 제외한 15억9000만톤을 각 기업들이 나눠갖게 된다. 일부 기업은 생산량 이상의 할당량을 받을 수 있고 일부는 생산량에 밑도는 할당량을 받는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소위 '신사들의 게임'이라고 표현한다. 참가자들이 모두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것이란 점을 전제하로 두고 시행하는 제도다. 하지만 실제 기업들은 신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최대한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

기업이 충분한 할당량을 확보하면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이를 사올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남는 배출권을 팔리 만무하다. 배출권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사적'으로 이를 팔리 없다. 사양산업으로 생산설비를 줄이는 곳이나 배출권 판매에 나설 뿐이다.

배출권이 모자라는 기업이라도 먼저 배출권 거래 시장에 뛰어들리 없다. 할당받은 배출권을 모두 사용한 뒤 시장상황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더욱이 정부에 읍소해 추가로 배출권을 할당받으면 될 일이다. 미래에 할당받은 배출권을 미리 앞당겨 사용하는 일도 가능하다. 굳이 먼저 배출권을 사오겠다고 나설 필요가 없는 일이다. 

◇500개 기업 3년간 생산량 정확히 예측해야

배출권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려면 각 기업에게 적당히 부족한 수준의 탄소배출권을 할당해주고 부족분을 사오도록 해야 한다.

배출권 거래제는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 1기를 시행하고 이후 3년 단위로 배출권을 사전 할당한 뒤 부족분에 대해 거래를 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 배정할 탄소배출권 규모는 2011년부터 2013년간 각 기업의 생산활동을 기초로 산정했다. 이를 1대1로 매치한 것은 아니고 할당위원회에서 적당히 나눴다. 이후 기업들의 할당 신청을 접수한 뒤 적당히 할당량을 배정하는 구조다. 

각 기업에게 적당하게 부족한 배출권을 할당하려면 2015~2017년 사이의 각 기업 생산량을 정확히 예측해 이를 토대로 할당량을 배분해야 한다. 기업들은 어차피 최대치의 할당량을 요구할 게 뻔하다. 환경부가 526개 기업의 3년치 생산량을 정확히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이산화탄소배출량을 계산해야 한다.

1개 기업의 1년뒤 생산량도 예측하기 힘든데 526개 기업의 생산량과 배출규모를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탄소배출권에 대한 예측이 정확하지 않으면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은 '패닉'이 올 수밖에 없다. 탄소배출권이 모자라면 팔기업이 없어 배출권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 정부는 예비분을 반영해 배출권 가격을 1만원으로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배출권량을 무제한 풀지않는 한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거꾸로 탄소배출권 할당을 과하게 해 탄소배출권이 남는다면 배출권 거래 가격은 폭락하게 된다. EU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배출권 규모가 남아돌아 가격이 폭락한 상태다.

환경부는 산업계의 이같은 비판에 대해 "예상 시나리오일뿐"이라고 일축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업들의 우려 탓에 예비분을 배정해두고 배출권 할당량도 예상보다 늘린 것"이라며 "산업계의 비판은 예상일 뿐 제도를 시행하면서 이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배출권 거래제 '득보다 실'...해외투자 확대 불보듯

산업계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에 따라 비용이 높아지면 국내 생산을 줄이고 해외 생산을 늘리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설마 해외로 이전까지 하겠냐는 게 환경부의 예상이다.

대기업들은 이미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공장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국내 생산 라인의 가동률을 낮추고 해외 가동률만 높여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그만큼 국내 투자 및 고용은 줄고 해외 공장 고용만 늘리는 셈이다. 

철강 회사는 국내 고로 가동을 줄이고 인도 고로를 확대하면 된다. 자동차업체는 중국 공장의 가동률을 높여 국내로 자동차를 역수입하면 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도 국내 대신 중국 생산을 확대하면 그만이다. 

노종환 부회장은 "배출권 거래제는 결국 일부 기업에겐 불로소득을, 일부 기업에겐 부담을 주는 제도"라며 "문제가 많은 배출권 거래제를 강행해 혼란을 부추기기보다 온실가스 저감 기술에 투자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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