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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파탄 위기' 지자체…예산편성 100만원 놓고 멱살잡이도

[재정파탄 벼랑끝 기초단체] ①'더 졸라맬 허리띠도 없다'
정부 복지사업 부담으로 자체 사업은 '위기 혹은 포기' 속출
“우리 구청 돕자” 주민이 예산 자진반납도

(서울=뉴스1) 전국부 특별취재팀 | 2014-09-30 19:24 송고
편집자주 전국 기초단체장들의 협의체인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달 3일 '복지디폴트 위기'를 선언해 충격을 줬다. 지자체 중 가장 풀뿌리 위치인 기초단체의 재정난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뉴스1은 디폴트 선언 이후 기초단체 재정위기의 실상을 살펴본다.
9월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공동성명 기자회견에서 전국 시장·군수·구청장들이 중앙정부에 복지책임을 요구하며 서명한 용지가 놓여있다.2014.9.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9월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공동성명 기자회견에서 전국 시장·군수·구청장들이 중앙정부에 복지책임을 요구하며 서명한 용지가 놓여있다.2014.9.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복지디폴트'까지 선언하고 나선 일선 기초단체의 재정 상황은 상상 이상으로 처참하다.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 등 정부 복지사업 집행 부담을 지고나면 단체장이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 재정이 전무한 것은 물론 '마이너스'까지 걱정해야 하는 곳이 허다하다.
"지난 선거 때도 국비·시비로 충당할 수 있는 사업 외에는 아예 공약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는 한 서울지역 기초단체장의 말은 지자체 재정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자체 사업 추진 '위기 혹은 포기'

대전 대덕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년전 대전시는 한 마을에 경로당을 지어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작 자치구에서 거부했다. 이유는 한동네만 시가 지원해주면 나머지 동네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구가 부담해야하는 모순 때문이다. 구의 재정 여건상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 대전 중구 관계자는 “한 구의원이 마을재량사업을 위해 예산 편성과정에서 100만원을 놓고 구청장과 멱살잡이를 할 정도”라고 귀띔해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대변했다.   
동구는 대전도시공사에 위탁해 처리하는 청소용역비(연간 70억원)를 지난해부터 주지 못하고 있다. 그 비용으로 부채를 갚거나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구정홍보 책자는 민선5기 때부터 제작을 멈췄고, 축제는 이미 모두 취소해 버렸다. 인력도 자연감소분 40여명이나 줄였다. 출장비는 50%만 지급하고 있다. 게다가 주민들마저 지역행사를 위해 보조받은 예산을 주민스스로 반납하는 눈물겨운 사례도 있다.

경남도내에서 재정자립도가 최하위 수준인 의령군은 올해를 부채 제로화 원년으로 삼고 지방채 조기 상환에 부심하고 있지만 주요 사업계획을 철회하는 등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다.  

군은 정부의 지자체 파산제 도입 추진과 관련, 효율적인 재정운용을 위해 연말까지 군의 채무를 모두 상환할 방침이다. 지난 3월 90억원 가까운 부채를 갚기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 정부 차입금 등 84억원을 갚고 현재 6억원의 빚만 남겨두고 있다.    

이처럼 부채 상환에 군정의 목표들 두다보니 주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계획을 대부분 철회한 상태다.  

군 관계자는 "복지분야에 대한 예산은 줄일 수 없는 만큼 사회간접시설을 중심으로 당장 시급하지 않는 사업을 취소하는 등 그야말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구 40만명이 넘는 경북 2대 도시 구미시의 경우 화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시립화장장 건립 비용이 모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북 예천군은 2012년부터 추진한 도촌~백석 구간 도로 확장 공사에 앞으로 190여억원을 더 투입해야 하지만, 기초연금 등 복지 예산이 늘면서 내년 준공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북도 김호진 미래전략기획단장은 “지자체의 국비사업은 국가와 지자체의 매칭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복지비에 예산을 과다 투입해 재정 상태가 어려운 시.군은 사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경북도 김진현 예산담당관은 “국비 의존도가 높아 자체 세입만으로는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경북지역 시.군이 17곳이나 된다”며 현재의 재정구조로는 자체적으로 살림살이를 꾸려나가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2018 동계올림픽 빙상경기를 치르는 강릉시의 경우 준비예산만 해도 어마어마한 상태라 일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은 복지예산이 더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릉시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개선을 전국에서 가장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장 동계올림픽 빙상경기장 착공을 두고도 문체부와 재설계 문제로 씨름을 하는 입장이라 강릉시의 약속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방만사업 탓?…"그것도 옛날 이야기"

지자체들의 재정난은 정부 복지사업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가중된 바가 크다. 그러나 과거 추진한 방만 사업이 부메랑이 돼 뒷수습에 나서는 지자체들도 눈에 띈다.

부산 남구는 1995년 수영구와 분구된 후 12년 만인 2007년 건립한 현 청사 때문에 빚쟁이 꼬리표를 달았다.

400억 원을 들여 청사를 건립하면서 89억 원 상당의 지방채를 발행해 호화청사 논란을 빚었다. 이 와중에 환경미화원 퇴직금과 직원 연가 보상비 마련 명목으로 시중은행에 20억 원 상당의 지방채를 추가로 발행했다. 이는 1995년 지방자치제도 시작 이후 빚을 내 직원 임금을 지급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이 때문에 지자체 파산제도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사례에 '단골'처럼 등장했다. 지자체 파산제도는 부채가 일정 비율을 넘어서면 중앙정부가 개입해 재정을 회복시키는 대신 예산편성권한 등 자치권을 박탈하는 제도다. 방만 경영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는 의미다.

한때 차입 금액이 127억 원 상당에 이르렀지만, 한해 10억~20억 원을 꾸준히 갚아온 결과 채무는 49억 원으로 줄었다. 남은 채무는 남구 국민체육센터 운영 흑자로 만들어진 특별회계 전입금 10억 원, 문현 국제금융단지 준공으로 예상되는 구세 증가분 26억 원, 긴축재정으로 확보한 순세계 잉여금 14억 원으로 갚을 계획이다.

2013년 청도소싸움경기가 16일 오후 경북 청도군에서 시즌을 개막, 경기에 출전한 싸움소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2013.02.16/뉴스1 © News1
2013년 청도소싸움경기가 16일 오후 경북 청도군에서 시즌을 개막, 경기에 출전한 싸움소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2013.02.16/뉴스1 © News1
포항시가 2016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지역항공사 설립도 대표적인 논란거리다. 2012년 민선5기 때부터 지역항공사 출범을 추진했던 포항시는 포항공항 활성화를 위해 자본금 4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지역사회단체 대표 A씨는 2007년 지역항공사 설립을 추진하다 1년만에 사업을 접은 인천시의 사례를 들며 “포항~서울 KTX 노선이 완공되면 수도권을 오가는 항공승객이 줄어들고, 영남권신공항 건설까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항공사 설립은 전형적인 예산.행정력 낭비”라고 지적했다.

경북 청도군은 도비와 군비 80억원을 들이고 780억원의 민자를 끌어들여 소싸움경기장을 지었지만 운영권, 사용료 문제 등으로 9년만인 2011년에야 문을 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민자투자사와 청도군 산하 기업이 또다시 경기장 사용료 등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아직까지 경기가 열리지 않아 지자체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옛이야기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과거 사업을 이유로 재정난의 책임을 기초단체에 따지기에는 눈앞의 난국이 너무 절박하다는 설명이다.

한 서울시 자치구 관계자는 “이제 방만할래야 방만할 수도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민선 5기 때부터 복지 부담으로 자치구 재정에 멍이 들어 방만 재정이라고 할 만한 것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구청장이 한 해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이 100억원은 고사하고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이고 지금은 직원들 인건비와 국가 매칭사업 등을 진행하기도 부족하다. 방만하게 좀 해봤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전국부 특별취재팀] 장우성 고유선(서울)·송용환(경기)·강남주(인천)·신효재(강원)·정민택(충북)·연제민(대전충남)·김대홍(전북)·김한식(광주전남)·이재춘(대구경북)·김규신(울산)·박광석(부산경남)·이상민(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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