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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우산혁명' 확산…최루가스와 곤봉도 무섭지 않다

제2의 텐안먼 사태로 번질 가능성 우려

(홍콩 로이터=뉴스1) 김정한 기자 | 2014-09-30 04:03 송고 | 2014-09-30 08:00 최종수정
28일 홍콩에서 한 시민이 경찰의 최루탄 살포 진압에 우선을 펴서 맞서고 있다. © 로이터=뉴스1
28일 홍콩에서 한 시민이 경찰의 최루탄 살포 진압에 우선을 펴서 맞서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중국정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최고 지도자) 직선제 개입에 반대하며 금융 중심가 일부를 점거한 시민들에 대해 홍콩당국이 무력진압을 단행했다. 
홍콩 경찰이 28일 오후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를 벌인 시민들을 상대로 최루가스를 살포하고 곤봉을 휘두르며 진압에 나섰다고 로이터통신의 29일 보도했다. 

시위대는 이번 시위의 상징이 된 우산을 펴고 전경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홍콩의 완전 선거 독립을 요구하며 맞섰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우산혁명'(Umbrella Revolution)으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전인대)는 지난달 말 행정장관 출마자를 중국 정부에 친화적인 사람들로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22일 홍콩 24개 대학 학생들은 전인대의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해 동맹휴업에 나섰다. 중·고교 학생들과 시민들도 이에 동참하면서 홍콩 전체의 민주화 시위로 발전됐다.
29일 절정에 이른 시위로 인해 도시 기능은 마비되고, 홍콩 시내 17개 은행의 지점 29곳은 임시 휴업에 들어갔으며,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경찰은 현재까지 78명을 체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38명이 부상을 입었다.

28일 홍콩 시내 금융가에서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28일 홍콩 시내 금융가에서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제2의 텐안먼 사태 되나

중국정부가 시위에 강경하게 대응하라고 홍콩당국에 지시한 가운데 다음달 1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예고되고 있어 유혈사태 가능성과 함께 제2의 텐안먼(天安門)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8년 전 지난 1989년 텐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들에 대한 중국정부의 무자비한 진압은 홍콩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시민들은 당시 경험으로 중국 지도자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벌일 것임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 그럼에도 수천명의 시위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홍콩의 주요 정부청사 주변에 집결해 있다. 

민주주의 지도자들과 학생들은 경찰이 진압 시 고무탄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잠시 철수하라고 말했지만, 이 말을 듣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9일엔 일부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세워 전경들을 막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센트럴(中環)로 이어지는 많은 도로는 수천명의 경찰 병력에 의해 봉쇄된 상태다. 

곳곳에선 헬멧, 가스 마스크, 폭동 진압복으로 무장한 전투경찰들과 경찰의 최루가스 발사에 분노한 일부 시위대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전날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건물들과 쇼핑몰들 사이에서 피어오른 자욱한 연기는 중국 공산당이 700여만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의지를 짓밟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미국 국무부는 28일 성명을 통해 미국정부는 홍콩의 오랜 전통과 평화적 집회와 표현의 자유 등 홍콩의 근본적인 자유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29일 홍콩에서 시위대에 가담한 시민과 경찰 병력들이 차단된 도로에서 대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29일 홍콩에서 시위대에 가담한 시민과 경찰 병력들이 차단된 도로에서 대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홍콩·中 당국, 시위 불법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처 밝혀

지역 언론들에 따르면 약 8만여명의 시민들이 금융가인 센트럴뿐만 아니라 상점가인 코즈웨이베이(銅鑼湾), 몽콕(旺角) 등을 점거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교통을 마비시킨 채 중국정부가 구상하는 비민주적인 홍콩의 행정장관 직선제안 폐지를 요구하고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의 하야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28일 시민들을 향해 최루액 분사기를 발사하고 공중으로 최루가스를 살포했다. 시민들은 이를 피해 달아나다가 우산을 펴고 맞서기도 했으며 경찰들에게 '겁쟁이'라고 욕을 하기도 했다. 

홍콩은 지난 1997년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하에 중국에 반환됐으며 중국 본토에선 누리지 못하는 수준의 자치와 자유를 보장받았다. 궁극적인 목표는 보통선거 실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달 홍콩의 행정장관을 자유롭게 선출하게 해달라는 홍콩 시민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홍콩 시민들이 금융가를 점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중국의 공산당 지도자들은 민주주의가 중국 본토의 다른 도시들로 확산돼 자신들의 권력에 위협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대변인이 전날 발표한 담화를 인용해 "중앙정부는 홍콩 특구정부의 '의법처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렁 행정장관은 앞서 '사랑과 평화로 센트럴을 점령하자'(讓愛與和平占領中環)로 알려진 시위대의 움직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홍콩 경찰은 법에 따라 적절하게 상황을 다스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한 지 2시간도 채 안 돼 경찰의 곤봉 진압이 개시됐다.

29일 홍콩에서 시위대가 금융가 일부를 점령한 채 집결해 경찰의 진압에 대비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29일 홍콩에서 시위대가 금융가 일부를 점령한 채 집결해 경찰의 진압에 대비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포기를 모르는 홍콩 시위대 

홍콩 경찰이 마지막으로 최루탄을 사용한 것은 지난 2005년 홍콩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당시 한국 농민들의 항의 시위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였다.

20대 시위대인 피터 푼은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며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의 공동설립자인 베니 타이 홍콩대학교 법대 교수는 시민들이 진정한 보통선거를 위해 투쟁하기로 한 결정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타이 교수는 이 운동을 주도한 데 따른 중벌을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정부는 28일 중국판 트위터에 해당하는 웨이보에서 '센트럴을 점령하라'라는 검색어를 차단시켰다.

저지선 내에선 수천명의 시위대가 경찰의 최루탄 사용에 대비해 비닐 망토를 입고,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한 채 29일 업무를 다시 시작하기 전의 금융가로 모여들었다.

택시기사인 에드워드 양(55)은 "오늘 항거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내 자신이 부끄러울 것이다"며 "이 때문에 나에게 전과기록이 생긴다고 해도 그건 영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홍콩에서 한 시민이 경찰이 살포한 최루가스 속에서 ´우산혁명´의 상징인 우산을 들고 시위를 독려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28일 홍콩에서 한 시민이 경찰이 살포한 최루가스 속에서 ´우산혁명´의 상징인 우산을 들고 시위를 독려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사랑과 평화와 함께 승리할 것"

언론계 거물이자 센트럴 점령 운동을 지지하는 지미 라이(黎智英) 넥스트미디어 회장은 가능한 한 많은 시위대가 모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위대 무리에 섞인 라이 회장은 "홍콩 시민이 많이 모일수록 경찰은 점거 지역에서 시위대를 몰아내기가 어려워질 것이다"며 "우리는 설령 난타를 당하더라도 무력으로 맞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사랑과 평화로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시위가 폭력 양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학생들이 이끄는 시위대가 26일 오후 저지선을 뚫고 바리케이트를 제거한 후 정부청사로 침입하면서부터다.

경찰은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액 분사기를 사용했다. 홍콩학생연맹은 이에 항의해 수업거부를 무기한으로 확대하고 렁 행정수반의 사퇴를 요구했다.

경찰이 체포한 사람들 중엔 조슈아 웡이라는 이름의 17세 소년도 포함돼 있다. 그는 2012년 중·고등학교 학생운동단체인 '학민사조'(學民思潮)를 설립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웡은 28일 밤 풀려났다. 그는 기자들에게 잠시 휴식한 후 다시 시위대 무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스 초우와 레스터 셤도 함께 석방됐다.    

    




ace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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