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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근절 시대.. 제약사 ‘채용’ 면접에 아직도 酒量체크

대형사, 다국적사는 '주량'체크 관행 없어졌으나 중소형사 위주로 잔존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2014-09-30 16:50 송고 | 2014-09-30 17:14 최종수정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 올라온 모 제약사 면접 후기 글 캡쳐. /뉴스1 © News1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 올라온 모 제약사 면접 후기 글 캡쳐. /뉴스1 © News1

“면접에서 주량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 보더라고요.”

리베이트 쌍벌제와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도입되면서 국내 제약업계가 각사마다 자율준수 프로그램(CP) 등을 도입하는 등 불법 리베이트 척결에 자율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잔재가 남아있다. 올 들어 최근까지 진행된 유수의 제약사들 신입 영업사원 채용 면접에서 과거처럼 여전히 ‘주량’ 정도를 묻는 질문이 빈번한 때문이다.
일반 기업에서 주량체크는 신상 파악 차원에서 면접에서 가볍게 짚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제약업계에서 주량 체크는 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영업에서 리베이트 관행으로 말썽이 많은 곳이어서다. 이전에는 대형사, 중소형사를 가리지 않고 제약업계에선 영업사원 채용때 주량을 묻는게 관행이었다. 그간 정부의 리베이트 근절대책에 업계가 발맞추며 많이 없어졌지만 일부에선 남아있어 시선이 곱지는 않다.

최근 채용면접을 진행한 유수의 중견 및 중소제약사들 사이에선 의약품 등을 기반으로 한 학술지식보다 주량과 지원동기 등의 단순 질문 사항이 주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공채를 진행한 국내 중견제약 A사의 면접을 마친 한 구직자는 인터넷 유명 채용 까페에 “주량은 얼마나 되냐는 질문이 있었다”고 면접 후기를 남겼다. 또 B 제약사 면접을 본 구직자 역시 본격적인 면접이 시작되기 전부터 주량에 대한 질의를 받았다고 했다. 지난 8월 면접을 치른 구직자도 마찬가지였다. 술을 얼마나 마시냐에 대한 질문은 그 외 여러 제약사들에도 공통의 질문 사항이었다.

제약 산업에 적용되는 공정경쟁규약에 따르면 의료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설명회 등에서 사업자가 낼 수 있는 식음료 비용은 개인당 10만원 이내로 제한돼 있다. 그 이상으로 넘어갈 경우 리베이트 제공에 대한 우려가 있어 정부가 막아놓은 것이다.
따라서 이 비용을 넘지 않기 위해 음식을 비롯한 음주량에도 제한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도 영업부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면접 질문에 ‘주량’이 들어가 있어 의혹이 시선이 가해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행보는 다국적제약사나 국내 상위제약사보다 중견 및 중소제약사에 더욱 빈번한 모습이다.

다국적제약사인 바이엘의 경우 앞서 제품설명회에 식사 자리가 마련될때 개인당 평균 소주 두잔 반 정도로 제한한 바 있다. 두잔 반이면 약 1000원인 소주 한 병에서 총 일곱 잔이 나오기 때문에 약 350원이 된다. 좀 '쪼잔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주량이 늘수록 안주도 늘기 때문에 규정을 지키기 위해 이같을 룰을 정했다.

한독과 일양약품 등은 법인카드 대신 아예 유흥주점에서 결재가 되지 않는 클린카드가 영업부에 지급했다. 또 술 대신 영업사원들의 학술지식을 높이기 위해 전문의약품을 중심으로 학술 교육을 정기적으로 펼치는 국내 상위제약사들 또한 늘고 있다.

반면 최근 공채를 진행한 한 다국적제약사의 경우 주량에 대한 질문 대신 영업사원의 필수 소양이라 할 수 있는 의약품 설명 면접을 진행해 이와 차별성을 보였다. 이 회사는 2차 면접에서 실제 의사가 앞에 있다 생각하고 제품을 설명하는 ‘디테일 면접’을 했다. 구직자에 미리 제품 정보를 주고 임의로 한 품목을 고르게 한 뒤 성분 중심으로 면접관에 특장점을 설명하도록 한 것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영업으로 번지기 쉬운 술 문화를 자중하고 있지만 경쟁력 없는 제네릭 위주의 회사들은 그런 선택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요즘은 어느 때보다 술 대신 의약품 지식 전달 등 정도영업이 더욱 중요해진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lys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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