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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하는 공무원사회 “연금만 바라보고 참아왔는데…”

연금고갈 공무원에 책임전가·논의 배제에 '분노'
젊고 하위직일수록 절망 커져…수험생도 암담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2014-09-23 06:11 송고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공무원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노조원들의 항의로 무산됐다. 2014.9.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공무원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노조원들의 항의로 무산됐다. 2014.9.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22일 국회에서 한국연금학회 주최로 열릴 예정이던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의 저지로 무산되는 모습을 지켜본 현직 공무원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물리적 충돌을 마냥 환영할 수는 없지만 ‘오죽하면 이러겠느냐’며 지지하는 의견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IMF 때부터 정권 어려울 때 쌈짓돈처럼 마구잡이로 써서 구멍내놓고 오직 이것 하나 바라보고 살아온 공무원의 연금을 손보겠다는 논리라면, 공무원에게도 노후를 대비하기위해 이중직업을 허용하는 등 모든 금지 의무를 없애야 한다.”

공무원이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난 19일 한 공공기관 직원이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전체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는 이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류다.  

 ‘연금보고 공무원 됐다’는 말이 낯설지 않다. 공무원직의 생활상 최대 이점은 안심하고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연금이 꼽힌다. 60세 정년도 장점이라지만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공무원의 평균 퇴직연령은 50.5세로 일반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아 남는 건 연금 뿐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공무원연금이 수술대에 오른 것 이상으로 모든 책임을 공무원에 돌리는 사회 분위기가 더욱 견디기 힘들다고 공무원들은 입을 모은다.   
임용 20년을 넘긴 한 주무관은 “정부는 연금 고갈 원인을 공무원에게 전가하고 수많은 사실을 왜곡하면서 일반 국민과 공무원을 이간질시키고 있다”며 “당분간 선거가 없으니 정부가 지금 여론몰이로 밀어붙이겠다는 뜻 아니냐”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한국연금학회에 연금개혁안 작업을 맡긴 점도 공무원 사회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한 공무원은 “재벌보험사 이익단체와 다름없는 연금학회가 왜 공무원연금을 무력화하려하고 결과물이 누구를 배부르게 하는지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공무원노조도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연금학회는 사적연금 시장 활성화를 강조해 온 거대 민간금융자본 중심의 학회로 공적연금의 강화를 절대로 바라지 않는 연구단체”라며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을 강화해 나가야 할 책임을 진 여당이 한국연금학회에 개편안을 맡긴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연금학회의 개혁안 대로라면 가장 큰 불이익을 받게 될 젊은 공무원과 하위직 공무원의 절망이 크다. 연금학회의 개혁안이 공개된 지난 21일 한 포털사이트 공무원 관련 카페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공무원연금개혁이 이뤄진다면 30대 이하가 가장 피해를 볼 것이다. 결혼도 해야 하고, 아기도 키워야 하고, 점차 자식 뒷바라지에 부모님 부양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갈텐데 너무 30대에게만 고통이 집중되는것 같아 안타깝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예비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연금은 절박한 문제다. 극심한 취업난에 그나마 돌파구인 공무원 시험에 수험생이 몰리고 있는데 최대 '메리트'인 연금마저 불안정해진다면 난감해질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A씨는 “요즘 공무원 시험 합격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합격해도 급여가 일반기업보다 후한 것도 아닌데 연금까지 깎겠다는 건 너무하다”며 “무슨 일만 생기면 공무원부터 탓하는 분위기가 아쉽다”라고 말했다.

공무원시험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지금 추진하는 대로 공무원연금제도가 바뀌면 유능한 인재들이 이탈해서 공무원시험 커트라인은 낮아질 것”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정부 들어 당·정·청이 공무원사회에 채찍질을 강화해온데다 세월호 참사 이후엔 '마피아'로 일반화되면서 공무원 사회의 피로감 또한 심해진 상황이다. 공무원들은 다른 것은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결정에 최소한의 참여라도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다른 현직 공무원은 "연금을 직접 부담하고 있는 공무원은 배제시키고 개혁안이 일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공적연금의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 사회적 공론장을 통해 결론을 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돌파구는 쉽게 마련되지 못할 모양새다. 공투본은 11월1일 총궐기를 준비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10월 안에 공무원연금개혁안을 완성한다는 입장이어서 공무원 사회는 '연금폭풍'이 소멸될 때까지 계속 술렁일 전망이다.




never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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