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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2m보다 컸던 155cm, 라오스의 ‘깨끗한 식스백’

(화성=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2014-09-21 18:50 송고

2연승의 대한민국과 2연패의 라오스. 굳이 뚜껑을 열지 않아도 경기 양상은 뻔했다. A조 최약체로 꼽히는 라오스는 대회 우승을 노리는 한국을 상대로 두터운 수비벽을 세울 것이 자명했다. 이광종 감독과 선수들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시나리오다. 미리 대비를 하고 나왔어야했던 경기다. 그런데 알고도 당했다.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1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라오스와의 A조 조별예선 3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겼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칭찬할 것이 없던 경기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과 두 수 이상 차이가 나는 라오스다. 앞선 경기에서 라오스는 사우디아리비아와 말레이시아에게 각각 0-3, 0-4로 패했다. 한국의 적수는 아니었다.

21일 오후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 A조 조별리그 2차전 한국과 라오스의 경기에서 한국 최성균이 수비를 뚫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014.9.2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21일 오후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 A조 조별리그 2차전 한국과 라오스의 경기에서 한국 최성균이 수비를 뚫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014.9.2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이광종 감독은 주전급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그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이들에게 기회를 줬다. 체력과 전력을 비축해 16강 이후 토너먼트를 대비한다는 복안이었다. 베스트 전력이 아니더라도 라오스쯤은 손쉽게 요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시종일관 답답했을 뿐이다.

체격조건부터 지닌 기량까지, 대학생(한국)을 상대하는 중고등학생(라오스) 같았던 그들이 내세운 무기는 ‘식스백’이었다. 기본적으로 여섯 명이 수비 라인을 형성했다. 스리백 좌우로 윙백들이 풀백처럼 붙었고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도 사실상 센터백과 같은 역할을 했다. 여섯 명이 전진을 자제한 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마음먹고 가드를 올렸다고는 하지만 사실 뚫어내기 버거운 수준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170cm 이하였다. 오른쪽 측면 수비를 담당했던 시파송의 키는 155cm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김신욱급 제공권을 발휘할 수 있는 상대였지만 그들의 뿜어내는 보이지 않는 힘은 2m급 장신 수비수였다.

하지만 한국은 좀처럼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골문 앞에서 허둥대던 모습은 라오스의 수비수가 아닌 한국의 공격수들에게서 나왔다. 트래핑은 어긋나기 일쑤였고 슈팅은 번번이 허공을 갈랐다. 소위 말하는 ‘침대 축구’를 펼친 것도 아니다. 라오스는 정정당당하게 막았다. 한국은 아름다운 식스백에 막혔을 뿐이다.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있었으나 효율적으로 라오스의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이광종호에 대한 지적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라오스에 대한 칭찬이 아깝지 않았던 경기다.

한국이라는 부담스러운 상대와 한국에서 경기를 펼치는데도 라오스 선수들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개개인의 부족함을 조직력으로 채웠다. 마냥 수비만 한 것도 아니다. 한국의 공격을 차단한 뒤 빠르게 치고 올라가던 역습 전개도 수준급이었다. 노동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든 적도 있었다.

비록 3연패로 대회를 마감했으나 라오스의 ‘깨끗한 식스백’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팀으로 하나 될 때 가진 것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는 축구의 매력을 라오스가 보여줬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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