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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했던 '여우 독수리', '올가미'로 또 전북 울리다

(전주=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2014-09-20 15:48 송고

지난 8월23일, FC서울은 모두가 껄끄러워하는 전주 원정에서 전북에게 2-1 승리를 거뒀다. 당시 전북은 10경기에서 7승3무로 가파른 상승세를 달리던 리그 선두였다. 그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3만597명의 구름 관중이 모였다. 전북이 올 시즌 처음으로 ‘3만’을 넘기며 최다 관중을 기록했던 날인데, 서울이 잔칫상을 제대로 엎었다.

최용수 감독의 맞춤형 전술이 성공을 거뒀다. 당시 서울은 베스트 전력을 가동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나흘 뒤 아주 중요한 포항과의 ACL 8강 2차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때문에 최용수 감독은 소위 1.5군과 함께 전주 원정을 떠났다. 색깔은 확실했다.

가드를 잔뜩 올린 복서처럼, 서울은 수비를 두텁게 세워 전북이 때리다 지치게 했다. 선택은 적중했다. 경기 내내 전북이 두들겼으나 얻어낸 골은 이동국의 왼발 터닝 슈팅에서 나온 하나뿐이었다. 대신 서울은 2골을 넣었다. 빠른 역습 상황에서 윤일록이 2골을 만들어내면서 적진에서 대어를 잡았다.

FC서울이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원정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비겼으나 만족스러운 쪽은 서울이다. 최용수 감독의 영리한 운영이 전북을 또 울렸다. © News1 DB
FC서울이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원정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비겼으나 만족스러운 쪽은 서울이다. 최용수 감독의 영리한 운영이 전북을 또 울렸다. © News1 DB

때문에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서울의 ‘리턴 매치’를 바라보는 각오는 전북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지난 패배를 갚으면서 리그 선두를 지켜야했다. 역시 전체적인 양상은 전북이 공격 쪽에, 서울이 수비 쪽에 방점을 찍는 그림이 예상됐다. 크게 빗나가지 않았던 전망이다. 하지만 다소 달랐다. ‘여우 독수리’ 최용수 감독은 ‘다른 패턴’으로 전북을 괴롭혔다.

지난 17일 웨스턴 시드니와의 ACL 4강 1차전 이후이 경기라 어느 정도 주전들의 안배가 예상됐으나 최용수 감독은 베스트에 가까운 라인업을 출전시켰다. 대신 플레이 자체에서 선수들을 안배했다. 과감한 공격을 자제하면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에 주력했다.

펼쳐지는 그림은 무작정 수비가 아니었다. 박스 안에서 진을 치는, 이른바 ‘질식 수비’가 아니었다. 정상적인 운영에 가까웠다. 하지만 속을 살피면 또 다른 형태의 수비 축구였다.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던 서울은 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을 늘리면서 전북 선수들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제풀에 지치게 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결국 최용수 감독의 계산은 또 성공을 거뒀다.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하던 전북은 서울이 만들어 놓은 '올가미' 속에 갇혀 자신들이 원하는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이동국을 비롯해 레오나르도, 한교원, 리치 등 선발 자원부터 카이오와 김동찬 등 다양한 교체 옵션까지 골을 위해 애를 썼으나 소득은 없었다.

결국 결과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똑같이 승점 1점씩을 나눠가졌으나 서울의 1점과 전북의 1점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점점 더 영리한 지도자로 거듭나고 있는 최용수 감독의 수식어는 이제 ‘독수리’에서 ‘여우 독수리’로 바뀌어가고 있다.




lastuncle@new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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