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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난사 임병장, 무엇이 그를 살인자로 만들었나

임병장 측 첫 공판서 "집단따돌림이 사고 원인"주장...향후 쟁점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2014-09-19 17:57 송고
육군22사단 GOP에서 총기난사 후 탈영했던 임모(23) 병장이 18일 1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첫 공판을 마친 후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임병장 변호사 측은
육군22사단 GOP에서 총기난사 후 탈영했던 임모(23) 병장이 18일 1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첫 공판을 마친 후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임병장 변호사 측은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지만 그럴만한 비극적 이유가 있다"며 임병장을 변호했다. 다음 공판은 10월23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2014.9.18/뉴스1 © News1 윤창완 기자

지난 6월 강원 고성 22사단 GOP(일반전초)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임 모 병장(23)이 첫 공판에서 '부대 내 집단따돌림'이 사고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1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18일 열린 첫 공판에서 임 병장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대체로 인정한다"면서도 "범행동기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관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임 병장 변호인은 이에 사건 당일 임 병장이 근무를 섰던 13-8소초에서 발견된 순찰일지 뒷면 겉표지에 그려진 낙서들을 제시하면서 "이는 대부분 후임병사들이 임병장을 모욕하기 위해 그린 것으로 이것만으로도 임 병장은 부대 내에서 집단따돌림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검찰측이 "아직 제출되지도 않은 증거를 모두진술에서 제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문제삼자 "이미 국방부에서 언론에 공개한 그림일 뿐 아니라 국방부 대변인이 그림과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하였기에 조속히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사건 발생 직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문제의 그림에 대해 "학교에서도 캐리커처 비슷하게 여러명을 그리지 않나. 그런 그림이다"라며 "그것을 보고 화가 났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육군 수사결과 "임병장, 그림 보고 격분해 범행 결심"

육군 중앙수사단은 지난달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임 병장이 사건 당일 오후 4시께 일지 표지에 자신을 놀리는 그림들이 늘어난 것을 보고 격분해 범행을 결심했다고 결론냈다. 

문제의 표지에는 임 병장의 외모를 희화화한 그림이 잔뜩 있었으며 일부 그림 옆에는 "병신","병신오탁구" 등의 글을 써 놓기도 했다. 표지에는 다른 소초원들을 그린 그림도 다수 있었으나 임 병장을 겨냥한 그림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변호인은 재판에서 "중학교 시절부터 '왕따'를 경험한 임 병장은 '상상 살인'이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부대 생활을 견뎌왔으나 낙서를 발견한 범행 당일에는 분노를 참지 못해 참상으로 이어졌다"며 "부대 내 집단적 따돌림이 있었고, 왕따와 무관심이 사고 원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임 병장은 중학교시절부터 왕따에 시달리다 결국 고등학교 재학 중 왕따 가해자를 죽여버리겠다며 칼부림 사건을 일으켜 자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 병장의 부모는 이같은 전력 때문에 아들을 군대에 보낸 이후 늘 마음을 졸여왔으나 최전방으로 배치된데 이어 GOP까지 투입되는 것을 달리 막을 방도가 없었다고 했다.

◇왕따 주동자 지목된 부소초장 불기소 처분 "가혹행위, 폭행 없었다"

육군 8군단 검찰부는 지난달 5일 임 병장이 모욕 등의 혐의로 고소한 부대 부소초장 이모 중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부는 "이 중사가 별명을 부른 것은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것이고, 고소인도 별명에 대해 별다른 거부반응이나 기분 나쁜 내색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그 경위를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동 중 3~4회에 걸쳐 '이랴 달려라'하면서 임 병장이 메고 있는 소총 개머리판을 잡고 자신을 끌고 가게 한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은 인정되나 장난이였고, 임 병장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며 가혹행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임 병장은 사건 발생 2개월 전인 5월 초에도 부상자 중 한명인 김모 병장과 몸싸움을 벌였다. 임 병장의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김 병장이 자신을 비하하는 듯한 별명을 자꾸 부르자 결국 주먹다짐까지 가게 된 것이다.

임 병장은 이후 부초소장인 이모 중사에 김 병장과 근무조를 바꿔달라고 요구했으나 이 중사는 이 때 "둘이 알아서 하라"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임 병장은 이때 이 중사가 "둘이 초소에 총들고 가서 해결하든가"라는 말도 했다고 주장하면서, 앞서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는 당시 근무 변경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원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장병 유가족 "임 병장 용서…잘못 정정당당히 인정해야"

임 병장 집단따돌림의 주동자로 지목된 이 중사는 수사과정에서 이따금 뒤통수를 때리고 별명을 부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문제의 발언(총들고 가서...)과 가혹행위 등은 완강히 부인했다. 거짓말탐지기에서도 '진실'반응이 나왔다. 소총 개머리판을 잡고 끌고가게한 행위를 당한 다른 병사들도 "기분 나쁘거나 힘들지 않아 가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날 법정을 찾은 피해 장병 김모 씨(23·당시 병장)도 "평소 조용한 성격의 임 병장은 소초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며 집단 따돌림은 없었다고 밝혔다.

임 병장은 지난 6월 21일 오후 8시 15분께 고성군 22사단 GOP에서 동료 병사 등을 향해 수류탄을 터뜨리고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총기 난사후 탈영한 임 병장 검거 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오인사격 사고로 2명이 부상을 입어 총 사상자는 14명에 이른다.

젊은 장병 14명에 피를 흘리게 한 그의 죄는 명백하다. 그러나 그는 과거 칼부림 사고를 일으킨 전력까지 있던 상태에서 군대에 들어와 근무 여건이 열악한 최전방 부대에 배치됐고, A급 관심병사 판정을 받았음에도 이후 별다른 관리없이 방치돼다 B급 판정을 받은지 한달도 안돼 GOP 근무에 투입됐다. 수차례 GOP근무를 빼달라 요구했으나 번번히 헛수고였다.

육군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 부랴부랴 전체 GOP 부대에 대한 정밀 진단을 실시해 임 병장과 같은 관심병사 150명을 후방배치했다.

임 병장의 부모는 첫 공판이 끝난 뒤 피해 장병의 유가족들을 찾아 자식을 대신해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했다. 이에 유가족 대표인 권모(52)씨는 "변호인이 사건의 본질을 따돌림으로 몰고 가는 것은 유감스럽다"면서도 "유가족 모두가 진심으로 임 병장을 용서하고 임 병장을 살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서로 용서하고 잘못한 사실을 정정당당히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임병장에 대한 다음 재판은 23일 같은 장소인 1군사령부 법원에서 열린다.


bae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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