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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보다 현실'…스코틀랜드, 안정과 실리를 택했다

스코틀랜드 정부 자치권한 확대될 전망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4-09-19 15:11 송고
스코틀랜드 독립 반대 진영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 AFP=News1
스코틀랜드 독립 반대 진영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 AFP=News1
스코틀랜드 주민들이 지난 307년 동안 속해온 대영제국(United Kingdom·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으로부터 분리를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서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선택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32개 선거구 가운데 31곳의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독립에 반대한다는 표가 55%로 찬성 45%에 앞섰다. 또 현재까지 유권자의 절반을 넘어선 187만명이 독립에 반대한다고 밝힘에 따라 이번 투표는 남은 개표결과와 관계없이 부결됐다.

◇머리와 가슴의 대결

독립 투표 유세를 주도한 민족주의 성향의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독립이 스코틀랜드 경제에 더욱 이롭다는 점도 주장했지만 독립국에 대한 뜨거운 지지는 경제적 이익보다는 정서적 측면 기댄 부분이 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각에서 선거전을 두고 '머리와 가슴 간 대결'이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주민투표는 과세와 원유 수입에 대한 계산법 변경이 아니라 정체성과 권력에 대한 것이다"며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가슴을 뛰게 만든 것이다"고 지적했다.

SNP는 북해산 원유를 언급하며 독립국이 되면 경제적으로 이로울 것이라 강조해왔다. 원유 등과 같은 천연자원은 지리적으로 분리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한 연구 기관은 생산 원유 매출의 최대 90%가 스코틀랜드 신생 독립국으로 갈 것으로 추산했다.

또 다른 한 연구 기관에서는 스코틀랜드 해역에서 생산된 원유와 가스 수출 규모는 2012년 기준으로 4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로 인해 독립 진영에서는 노르웨이를 예를 들면서 천연자원에서 얻은 수익으로 투자를 하는 국부펀드를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원유로 막대한 수입을 언제까지 거둘 수 있을지는 전문가마다 의견을 달리했다. 영국의 원유 생산은 1999년에 정점을 찍었고 현재는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30여년 뒤에는 생산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도 있다.

오히려 독립국이 되면 환율과 투자, 연금 등에서 위험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 노벨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애덤 포센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사상적 기반과 성향이 다르지만 독립국에 대해 공통적으로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찬성 진영이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은 지역 자존심과 자치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1999년에 첫 의회가 설립돼 교육과 보건 등에서 자치권을 다소 확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변화는 분리주의자들로 하여금 전 분야를 관할하는 정부 수립 욕구를 자극했다. 이 같은 기회가 다시 찾아오기 힘들다는 점은 투표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스코틀랜드는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하며 현재 집권 정당인 중도 우파 보수당에는 썩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스코틀랜드 의회에서는 2010년 총선에서 총 59개 의석 가운데 노동당이 41석, 보수당이 1석을 차지했다.

더욱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영국 정부는 공공 일자리 감축과 복지 축소 등과 같은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발표하면서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인기는 더욱 떨어졌다. 2014년 6월 유니슨(UNISON)스코틀랜드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치정부 예산은 60억파운드가 삭감됐고 공공 일자리는 5만개가 사라졌다. 

© AFP=뉴스1
© AFP=뉴스1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권한 강화 전망

스코틀랜드 독립은 좌초됐지만 수개월 동안 불었던 독립의 열망은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스코틀랜드는 독립에 대한 뜨거운 지지로 자치정부는 보다 많은 권한을 가질 것으로 관측되고 주민들은 자신들이 부당하고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영역에서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SNP를 이끌고 있는 알렉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제1장관은 지난 17일 유세 마지막 날에 "스코틀랜드 민주주의에서 가장 신명나는 날이다"면서 "내일 우리가 승리한다면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자신의 지역에서 리더가 된 수천명의 개인들 덕분이다"고 말했다.

새먼드 총리는 "하지만 시민의 힘이 표출될 때에 웨스트민스터 체제(대영제국 기득권층)가 보인 반응은 증명하다. 항상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힘있는 소수들이 이번에 보인 반응은 권력은 개개인에게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스코틀랜드 매체 '스코틀랜드 나우'는 스코틀랜드 독립이 좌초되면 새먼드 장관이 SNP 당수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계 은퇴를 발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스코틀랜드 주민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스코틀랜드에 권한을 확대해주는 방안을 밝힐 것으로 내다봤다.

캐머런 총리의 경우, 역사적인 패배에서 살아남았지만 역설적으로 야당인 노동당 대표 애드 밀리밴드는 스코틀랜드 내의 의석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노동당 입장에서는 스코틀랜드의 지지없이는 2015년 5월 총선에서 승리하기 힘들다. 

더불어 이번 선거는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로부터 캐나다 동부 퀘백, 미국 남부 텍사스 등에 이르기까지 민족주의자들과 분리주의 운동세력이 예의주시했다. 민족자결 혹은 주민자치에 대한 꿈이 단순한 기대에 그치지 않고 현실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투표는 영국뿐 아니라 유럽에서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의미룰 부여했을 정도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 반세기 동안 유럽을 건설해왔다"며 이번 투표는 "유럽이 해체의 시기로 접어들도록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코틀랜드 독립이 좌초됐지만 마지막까지 찬반이 치열한 경합을 보였던 것만큼 전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독립에 대한 기대가 차갑게 식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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