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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전동차 부품업체들의 눈물 "우린 굶어죽으란 거냐"

국내 철도차량 부품업체들 연평균 매출 13억 '영세규모'
中전동차, 안전보장 못해…매년 유지·보수 비용 '국비유출'

(서울=뉴스1) 류종은 기자 | 2014-09-18 19:33 송고
전동차 부품업체들로 구성된 한국철도차량공업협회의 회원들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메트로 본사 앞에서 무제한적 국제경쟁 방식을 계획 중인 신규 전동차 200량 입찰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줄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2014.9.1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전동차 부품업체들로 구성된 한국철도차량공업협회의 회원들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메트로 본사 앞에서 무제한적 국제경쟁 방식을 계획 중인 신규 전동차 200량 입찰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줄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2014.9.1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전동차를 수입하면 연간 매출 40억원도 안되는 우리 회사는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1년에 고작 수주 1건으로 먹고사는데, 전동차 수입하면 우리는 그 1건도 못하게 된다."
18일 전동차 부품업체들이 거리로 나섰다. 서울메트로가 노후된 2호선 전동차 200량을 교체하기 위해 '국제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한데 대해 참다못해 집단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서울메트로가 국제경쟁입찰을 선택한 이유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10월에 진행되는 이번 입찰은 발주규모만 2500억원에 달한다. 서울메트로 는 외산 전동차를 구입할 경우 2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아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입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해외업체들은 중국의 CNR과 일본의 히타치, 캐나다 봄바르디어 등이다. CNR은 1량당 10억원 내외의 '저가'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고, 봄바르디어도 생산공장을 중국에 두고 있어 가격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국내 업체인 현대로템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대신 기존 부품과의 호환성이나 유지·보수에 유리하다.

서울메트로는 최대한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지난해 12월 세계 철도차량 1위 기업인 중국의 '중국북차(CNR)'에 직접 방문해 응찰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CNR 전동차는 1량당 10억~12억원 수준으로, 국산 전동차보다 10% 이상 싸다. 따라서 중국산 전동차를 구입하면 서울메트로는 최소 200억원에서 최대 400억원까지 절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서울메트로가 외산전동차를 수입하면 260여개에 달하는 국산전동차 부품업체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260여개 부품사들의 평균매출액은 13억원으로 그야말로 '영세기업들'이다. 상위 80개 기업들의 연평균 매출도 40억원 정도다. 1년에 신규로 발주되는 전동차가 27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철도차량공업협회 관계자는 "철도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도움없이는 성장하기 힘들다"며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싶어도 진입장벽이 워낙 높아서 시도할 수조차 없다"고 했다. 이어 "내수로만 먹고 사는 실정인데 그 물량마저 해외업체들에게 넘겨버린다면 우리는 먹고 살 길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철도부품업체들의 생존기반은 무너질 것이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 철도산업 근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들은 "중국산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값이 싸다는 이유로 들여왔다가 나중에 심각한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무엇보다 중국산 전동차는 국산 장비와의 호환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 중국업체들이 세계 철도차량 판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매출이 중국 내수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품질을 이유로 중국산 전동차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

중국업체의 응찰은 '불공정 시장개방'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메트로는 이번 입찰 참여자격에 '국제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가입국'이라는 조건을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GPA에 가입하지 않은 중국이 이번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GPA에는 EU를 비롯한 42개국이 가입해 서로 동등한 수준에서 정부조달 물품과 용역시장을 개방해오고 있다. GPA 미가입국인 중국은 자국 철도시장에 해외기업들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 등 GPA 미가입 국가가 이번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상호호혜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국산전동차업계는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메트로가 전동차 구입 예산을 절감하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 진입조차 못하는데 서울메트로가 나서서 중국업체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은 국부유출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메트로가 철도산업 육성은 커녕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에 나서는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전동차는 하루 20시간 가량 운행하다보니 유비·보수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전동차 수리비용으로만 약 35억6000만원을 사용했다. 협회 관계자는 "중국 등 해외업체 전동차를 구입할 경우 향후 유지·보수비용, 장비구입 비용 등 추가적인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수천만원에 달하는 전장품 등의 부품은 향후 제조사에서 부르는게 값이 될 수 있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는 아직까지 해외업체가 입찰하지 않았는데 업체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보니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업체의 참여를 유도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rje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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