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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현대차 순현금만 17.4조 "여윳돈 충분"

현대차 "100년 내다보고 짓는 사옥, 되팔 가능성 거의 없다"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4-09-18 17:21 송고
서울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가 현대차그룹에 낙찰됐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2014.9.1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가 현대차그룹에 낙찰됐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2014.9.1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현대차그룹이 10조5500억원에 한국전력 부지를 낙찰받자 증권가를 중심으로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8~9%씩 하락하며 이같은 우려가 주가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의 한국전력 부지 인수는 승자의 저주가 될까. 증권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예상했다. 현대차그룹은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해 본사사옥 및 복합문화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금성 자산도 충분해 금융 비용을 과도하게 차입할 필요도 없다. 투자 목적으로 인수한 경우도 아니어서 되팔 때 손실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재무적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승자의 저주' 우려로 현대·기아차 주가급락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전날 마감한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입찰에서 10조5500억원의 입찰가를 써내 최종낙찰자에 선정됐다. 한전 부지 감정가는 3조3000억원. 현대차의 낙찰가는 시장 예상낙찰가 4조~5조원 수준을 2~3배가 넘는 수준이다. 때문에 '과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반응은 주가에서 먼저 나타났다. 현대차 주가는 이날 9.17% 하락한 19만8000원에, 기아차는 7.80% 하락한 5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모비스도 7.89% 하락한 25만7000원에 마감했다. 과도한 비용을 치루면서 인수 주체가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후유증을 겪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주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나타나는 '승자의 저주' 현상은 적정 가치를 웃도는 대가를 치르며 낙찰받았지만 뒷감당을 하지 못하는 경우다.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빌린 돈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때 주로 나타난다. 또 인수기업의 주가급락으로 관련 주식을 재매각할 때 막대한 손실을 입는 경우도 나타난다. 

그렇다면,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인수는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까. 

◇인수대금 10조5500억원 "감당할만한 수준"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인수 입찰가가 과도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유효입찰에 함께 참여한 삼성전자의 경우 정확한 입찰 금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4조원 중반대 수준의 입찰금액을 써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선 5조원 초반이나 많아야 6조원만 써냈어도 낙찰이 가능했다. 결과론이지만 상대적으로 과도한 자금을 쏟아부은 셈이다. 10조원대의 과감한 베팅은 정몽구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10조원'이 과하긴 했지만 현대차 입장에서 결코 무리한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 기아차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낙찰금액을 납부하게 된다. 앞으로 1년간 4개월씩 3차례에 걸쳐 입금하면 된다. 컨소시엄내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가 5대3대2 비율로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부담한 금액은 5조2750억원, 현대모비스 3조1650억원 기아차 2조1100억원 수준이다. 

현대차가 지난 2분기말 보유한 순현금은 17조4000억원, 모비스는 3조8000억원 기아차는 2조7000억원 수준이다. 현재 보유한 현금만으로도 충분히 대금을 납부할 수 있다. 자금조달에 무리가 없기 때문에 '승자의 저주'를 우려할 상황은 아닌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금을 1조~2조원 갖고 있으면서 10조원 베팅하면 무리겠지만 충분히 여윳돈이 있다"면서 "과감하게 베팅을 한 수준이지만 재무 상황에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자금을 차입한다 해도 이자비 '미미'

현대차그룹이 자체 자금만으로 낙찰금액을 납부할지, 차입금을 일부 활용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자금 활용 면에서 자체 자금을 두고 일부 차입금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에 시중금리가 워낙 낮은 상태여서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이 크지 않다. 

차입금을 발생한 뒤 이자 비용을 제대로 감내하지 못할 경우 유동성 위기를 가져와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 될 수 있다. 현대차의 경우 이같은 가능성이 희박하다. 현대차는 2013년 매출액 87조3080억원에 영업이익 8조3150억원을 거뒀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89조2500억원, 영업이익은 8조2190억원 수준이다. 

한전부지 인수 대금 중 절반 수준인 5조원을 차입금으로 조달하더라도 이자 비용은 연간 1500억~2000억원 수준이다. 현대차의 실적이 다소 부진해지더라도 이자 비용 부담 탓에 유동성에 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절반을 차입하더라도 1년만 지나면 이자는 물론 원금도 모두 되갚을 수 있다. 

◇투기? 한전부지, 되팔 것도 아니고...

승자의 저주는 관련 부지를 인수금액보다 못미쳐 되팔 때 나타난다. 10조5500억원에 인수한 부지를 5조~6조원에 되팔면 손해가 막심하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런 가능성이 거의 없다.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를 매입해 본사사옥과 문화센터가 복합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100년을 내다보고 관련부지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건물이 없다. 30개 계열사는 이곳저곳에 분산돼 있고, 이 30개 계열사들이 내는 임대료는 연간 240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는 이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는데다, 임대료 2400억원을 3% 이율에 대한 이자라고 보면 8조원의 가치로 계상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삼성동 부지에 조성하는 GBC에 모든 계열사를 한데 입주시키는 통합사옥을 건립할 예정이다. '투기'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지만 사옥이전을 위해 부득이하게 부지를 되팔아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매각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서상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삼성동 인수 금액이 예상보다 훨씬 높아 단기간에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재무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현대차는 중국 신공장 건설만 기다리는 상황이어서 자금 소요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장기적으로 부지 매입에 따른 무형의 가치와 시너지 창출 효과 등이 부지매입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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