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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약될까 독될까

보건복지부, 여행업·수영장 등 신규 허용…병원·시민단체 시각 엇갈려

(세종=뉴스1) 음상준 기자 | 2014-09-17 07:36 송고 | 2014-09-17 14:46 최종수정
국내 의료기관에 입원한 외국인 환자./© News1
국내 의료기관에 입원한 외국인 환자./© News1

의료법인 부대사업을 여행업 등으로 문호를 넓히는 것은 중소병원과 전문병원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대형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 틈바구니에서 활로를 모색해온 중소병원들은 보건복지부에 경영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복지부가 지난 6월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도 자법인 설립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부대사업을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한 것은 의료산업 활성화 목적 외에도 중소병원의 목소리를 담은 측면이 있다.

종소병원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대형병원에 밀리고 의원급 의료기관과는 가격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래서 돌파구로 주목한 것이 부대사업이다.

중소병원 경영진들은 의료수가(의료서비스 대가)가 원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진료행위 만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의료수가 인상이 어렵다면 부대사업 등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다.

현행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법인 부대사업은 의료인 양성과 장례식장, 의료·의학 조사연구, 주차장 등 제한적이다.

복지부가 19일 공포·시행할 예정인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신규 부대사업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업과 여행업, 목욕장업, 수영장업, 서점 등이 포함됐다.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위한 의료관광호텔(일명 메디텔)에 의원급 의료기관이 중복되지 않는 진료과목에 한해 공간을 임대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이런 부대사업은 자법인을 통해 운영될 전망이다. 장례식장이나 주차장과 같은 부대사업은 초기 투자비를 회수한 이후에는 병원에 상당한 수익을 안겨준다. 메디텔이나 여행업 등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복지부가 대폭 규제 빗장을 풀자 일부 병원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심장전문 세종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은 인천시에 1000억원 규모 해외환자 유치 목적 병원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제주한라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한라의료재단은 운영 중인 복합의료단지 내 부대사업을 건강기능음료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병원들은 이번 부대사업 확대 조치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 의료기관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중소병원협의회 등은 복지부의 부대사업 확대 정책을 반기고 있다.

◇야당·시민단체 "병원 수익에만 몰두할 것"

하지만 야권과 진보 시민단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과 노동계, 시민단체들은 자법인을 통한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가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클 것으로 우려한다. 진료를 우선시해야 할 의료기관들이 수익 창출이 용이한 부대사업에 집중함으로써 환자들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란 판단이다.

담당 의사가 진료 후 건강기능식품이나 특정 의료기기 사용을 권하면 환자가 이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 같은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져 부대사업 범위에 포함될 예정이었던 건강기능식품과 의료기기 판매업 등이 제외됐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이 의료전달체계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환자 상태에 따라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 의료기관과 2차 의료기관인 중소병원과 전문병원, 종합병원,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 등)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를 갖고 있다.

가벼운 감기 환자가 대학병원으로 몰리면 불필요한 비용 발생이 생기고 촌각을 다투는 응급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관광호텔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은 결국 규모가 큰 의료기관인데, 여기에 의원급 의료기관이 세들어가 영업을 하는 것은 의료전달체계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메디텔에 의원 임대를 허용한 것은 이런 의료전달체계 목적을 뒤흔드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부대사업 확대 조치가 원격의료와 함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16일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가 강행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악은 병원을 의료복합기업으로 만드는 조치"라며 "병원들은 수익을 올릴 자회사 용품을 이용하도록 환자들을 유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관광호텔(메디텔) 내 의원 임대 허용은 의료전달체계 전반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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