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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카드로 내려 했더니 "손님, 현금 없으신가요?"

판매점서 담뱃값 카드로 사보니..."카드 수수료 내면 남는게 없어요"
담뱃값 인상돼도 "남는 것 없어요"…카드 거부 계속될 듯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4-09-16 18:54 송고 | 2014-09-17 13:59 최종수정
정부의 담뱃값 2000원 발표 다음 날인 1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담배를 고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정오부터 담배를 사재기하면 최고 50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고 밝혔다. 2014.9.12/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정부의 담뱃값 2000원 발표 다음 날인 1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담배를 고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정오부터 담배를 사재기하면 최고 50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고 밝혔다. 2014.9.12/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2500원 입니다."
"담뱃값 카드로 계산할게요."
"……손님, 혹시 현금은 없으신가요?"

계산 내내 웃는 인상이었던 점주의 얼굴이 굳어졌다. '네. 현금은 지금 없는데요.' 잠시 고민하던 그는 기자도 들릴 정도로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말 없이 카드를 받아 결제를 했다. 가게를 나설 때까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소비자가 담배를 카드로 사려고 하면 거부당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마지못해 결제를 해 준다고 해도 푸대접을 받기 일쑤다. 내년부터 담뱃값이 오를 경우에도 사정이 같을지 주목된다.

뉴스1이 15일과 16일 서울 시내 30여곳의 담배 판매점에서 카드 결제를 시도한 결과 일부 판매점에서는 카드 결제를 꺼리는 일이 지속되고 있었다.

몇몇 슈퍼마켓에서는 카드로 결제하려는 기자에게 양해를 구하며 현금거래를 유도했다. 한 판매점은 카드 가맹점이 아니라면서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고 했으나 이후 다른 물건을 구매하는 손님에게는 카드를 받기도 했다. 모두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상 불법으로 경고나 카드사 거래 해지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담배 판매자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판매점에서 카드를 꺼려하는 이유는 수수료 때문이다. 카드 결제로 지출되는 수수료를 생각하면 마진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담뱃값 2500원 중 담배 제조사와 판매점이 가져가는 유통마진은 950원이다. 업계에서는 이 중 제조사가 700~722원, 판매점이 228~250원 가량을 각각 가져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로 담배 한 갑을 살 경우 판매점은 마진 250원 중 카드 가맹점 수수료로 50~65원 가량을 내야 한다. 수수료율은 점포 규모에 따라 다른데 대략 2% 안팎이다. 여기다 이익에 대한 부가세 10%와 기타 세금, 종합소득세 상승분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수익은 제로(0)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서대문 근방에서 개인 슈퍼를 운영하는 김모(58)씨는 "물건을 팔아도 수익이 안 나거나 오히려 손해라면 과연 팔 수 있겠나. 지금은 무료 판매 봉사를 하는 것과 같다"며 "자주 방문하는 단골 정도만 요청할 경우 해 주지만 보통은 담배 한 갑만 카드로 산다고 하면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청 근처의 한 편의점 점주 A씨는 "심정적으로는 카드로 담배를 팔고 싶지 않지만 그나마 있는 담배 재고의 회전이라도 빨리 시키려고 판다"며 "담배를 사면서 다른 간식거리까지 카드로 긁는 등 '접객'의 의미만 있을 뿐이지 담배의 카드결제 자체는 손해"라고 말했다.

담배 구매시 카드 결제 거부는 주로 영세한 판매점 위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카드 결제를 시도한 30여곳 중 실제로 판매를 거부했던 곳은 대형 마트와 할인점, 체인형 편의점 등이 아닌 동네 소규모 슈퍼와 가로변 판매점이었다.

이에 대해 한 기업형 슈퍼마켓의 점주 최모(43)씨는 "규모가 큰 점포나 체인형 편의점은 카드 결제를 거부할 경우 손님이 본사에 클레임을 넣어 골치 아프다"며 "그게 힘들어 대부분 담배 구매시 카드를 받지만 개인 운영 점포처럼 받고 싶지는 않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담뱃값이 보건복지부의 안 대로 2000원 인상되면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상황이 나아질까. 이 역시 불투명해 보인다. 판매점에 돌아가는 마진 비율이 현재 담배가격의 10% 수준보다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담뱃값이 4500원이 될 경우 유통마진은 기존 950원에서 232원 상승한 1182원이 된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이 인상분 232원 중 182원이 판매점에 분배돼 판매점 마진을 400원~450원 가량으로 하는 안이 성사되도록 담배 제조사들과 논의 중이다. 최종적으로는 제조사와 판매점 간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그러나 마진이 늘어난 만큼 카드 수수료와 세금도 늘어나기에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2% 안팎인 가맹점 수수료로 90~110원 가량이 지출되며 늘어난 이익에 대해서도 10%의 부가세와 기타 세금도 내야 한다. 판매점에서 여전히 담배의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소규모 판매점주는 "담배가격이 4500원으로 올라도 현재 10% 수준인 담배가격 대비 판매점 마진이 달라지지 않는 한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판매점 마진이 250원에서 450원이 되면 다소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가격 인상으로 인해 담배 소비가 감소될 테니 결국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매점주들은 담배 카드 결제 거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카드 수수료를 정부 또는 담배 제조사에서 부담하거나 카드 수수료만큼 판매점의 마진을 올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납부 주체의 결정과 판매점의 마진을 올리는 사안은 정부가 아닌 담배 제조사와 판매점 간 협의를 해야한다"며 "또 정부에서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려면 기존의 세금 항목을 수정해 별도의 항목을 만들어야 할 텐데 현재로선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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