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태권도의 불편한 진실…"태권도계 선배 원망 많았다"

태권관장 죽음까지 내몬 편파판정, 뒤엔 '승부조작' 있었다
승부조작 피해학생 "이제라도 아버지가 아셨으면", "기량만으로 승부하길"
경찰, 8개월 수사…승부조작 지시 태권도협회 임원 등 7명 입건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2014-09-15 18:20 송고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1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태권도 관장을 자살로 내몰며 '편파판정' 논란을 낳았던 서울시 태권도 대표 선발전 승부조작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 증거물을 공개하고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1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태권도 관장을 자살로 내몰며 '편파판정' 논란을 낳았던 서울시 태권도 대표 선발전 승부조작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 증거물을 공개하고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태권도 선배들 원망 많이 했다."


2013년 5월 국기원에서 열린 전국체전 서울시대표 고등부 선발전. 당시 시합에서 5-1로 앞서고 있던 A군(당시 고2)은 경기 종료 50여초를 남겨두고 6개의 경고를 연속으로 받으며 반칙패를 당했다.


시합이 끝난 후 인천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아들 A군을 시합에 출전시킨 아버지 B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씨가 남긴 유서에는 '아들과 제자들이 오랫동안 특정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피해를 봤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태권도계는 발칵 뒤집혔다. 2004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출신 문대성 의원의 '승부조작은 늘 있었다'는 폭로까지 더해지며 논란은 커졌다.


B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지 약 1년4개월이 지난 2014년 9월15일. 경찰의 8개월간 수사 끝에 B씨가 유서에 남긴 내용은 사실임이 확인됐다.


이날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해당 시합에서 상대편 학부모의 청탁을 받고 승부조작을 지시한 혐의(업무방해)로 서울시태권도협회 전무 김모(4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실제 경기에서 심판을 본 심판 최모(47)씨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A군은 이날 경찰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찰 관계자분들이 수사를 해서 밝혀진거니까 정말 감사드리고 이 소식을 돌아가신 아버지가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좀 늦었어도 사실이 밝혀졌다. 그것만으로 감사드린다"고도 했다.


A군과 시합에서 맞붙었던 C군의 아버지가 승부조작을 요청한 사유는 바로 '대학 진학' 때문이었다. 태권도 특기로 대학에 입학하려면 전국대회 입상 성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A군은 지난해 시합을 회상하며 "처음에 경고 받을 때는 '내가 잘못해서 받았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경고가 계속 나왔다"며 "전광판을 보니 감점이 돼 있었고 좌절을 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승부조작은 상황마다 조금씩 있다고 들어왔는데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당시에는 너무 과했다"고 말했다.


A군은 "시합 직후 아버지가 '억울하기보단 네가 완벽하게 뛰어난 선수였으면 이런 결과가 안 나왔다. 네가 뛰어나야 그런 상황이 안 일어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최근까지 심리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면서 학창시절 함께 해온 태권도복을 벗으려고도 했다.


A군은 "태권도계 선배들을 향해 원망을 많이 했다. 그 당시에 너무 힘들었다"며 "'내가 운동을 계속 해야 하나' 싶을때도 있었다. 하지만 심리치료를 계속 받다보니 생각이 조금 바꼈다"고 했다.


'오직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한 학부모의 삐뚫어진 결정으로 큰 피해를 당한 A군은 힘든 시간을 스스로 이겨내고 올해 부산지역 태권도 명문 대학에 입학이 결정됐다.


반대로 지난해 시합에서 A군에 승부조작 승을 거뒀던 C군은 아버지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지방 소재 태권도학과에 들어갔다.


국기(國技) 태권도계의 만연한 승부조작의 현실을 지켜본 A군은 "앞으로 상대 선수랑 기량으로만 완벽하게 승부를 봤으면 좋겠다"는 짧지만 진심어린 조언을 남겼다.
 




cho84@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