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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 1톤의 생각보단 1그램의 실천이 중요"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 '박약회' 통해 인성교육…8년간 33만명
퇴임 교장들 강사로 나서 '실천' 중심 인성교육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2014-09-15 18:06 송고 | 2014-09-15 20:09 최종수정
15일 오전 이기성 전 경기고 교장이 서울 송파구 삼전초등학교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 News1
15일 오전 이기성 전 경기고 교장이 서울 송파구 삼전초등학교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 News1

"자녀들을 가르칠 때 먼저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낭비처럼 보일 정도의 부단한 노력과 고민, 연습과 훈련을 '실천'에 옮기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1톤의 생각보단 1그램의 실천이 중요합니다"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삼전초등학교 회의실. 이기성(66) 전 경기고 교장의 말을 듣던 삼전초교 학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1개의 인생 목표를 세우고 나, 남, 일 등 3개 영역에서 10개의 실천과제를 정해 습관화하도록 하는 '1-3-10 실천모델'을 자녀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전교장이 구체적인 '인성교육' 방법을 설명하자 학부모들은 '1-3-10 실천모델'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삼전초교에서는 학부모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어머니를 위한 인성교육'이 열렸다. 해당 교육은 삼전초교 측 요청으로 사단법인 박약회가 진행했다.
박약회는 우리나라 IT 1세대인 이용태(81) 전 삼보컴퓨터 회장이 2003년 설립한 유림단체다. 이 전회장은 2007년부터 인성교육을 박약회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박약회 통계에 따르면 2007년~지난해 박약회의 인성교육을 들은 학생, 학부모, 교사, 일반인 등은 총 26만명에 달한다. 올해는 7월31일까지 전국 463차례 강연을 통해 총 6만3596명이 강연을 들었다.

초기에는 이 전회장 등이 주로 강연을 도맡아 했지만 좋은 취지가 알려지며 이기성 전 교장같은 퇴임 교장들이 인성교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육원(72) 박약회 사무총장은 "퇴임교장 154명이 취지를 함께 하며 전국에서 인성교육을 해주고 있다"며 "'강사요원' 프로그램의 실습강의, 자체 워크샵 등을 통해 수준 높은 인성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약회의 인성교육은 '실천'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용태 회장은 "국어, 역사 등 교육과 달리 인성교육은 사람의 행동이 변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그런데 현재 윤리·도덕 교육은 훌륭한 사람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기억해 시험에서 몇 개를 맞추는지를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직해야 한다, 배려해야 한다, 이런 건 알고 있는데 실천을 안하지 않냐"며 "박약회 인성교육의 특징은 알고 있는 걸 실천하게 해서 행동을 변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강의에서도 이기성 전 교장은 실천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이용태 전 회장이 개발한 '1-1-6 실천모델'과 '1-3-10 실천모델'을 제시했다.

'1-3-10 실천모델'은 자녀가 1개의 인생목표를 세우게한 뒤 '나', '남', '일' 등 3개 영역에서 10개의 실천과제를 정해 습관화하는 모델이다.

이 전교장은 세계적인 요리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학생의 모델을 예로 들어 '1-3-10실천모델'을 설명했다.

해당 학생은 남을 위한 실천과제로 '역지사지로 상대방 이해하기'·'신중하게 약속하고 지키기', 자신을 위한 실천과제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다이어리를 쓰며 하루 일과 반성하기' 등을 정했다.

일을 위한 실천과제로는 '메모하는 습관 갖기', '나라별 대표음식을 조사해 정리하기' 등을 정해 실천하고 있다고 이 전교장은 설명했다.

'1-1-6 실천모델'은 한 달에 한 번 가족이 모여 대화를 나누며 실천할 일을 정하고 앞선 약속들을 점검하는 모델이다.

6가지 단계는 ▲내용이 좋고 짤막한 이야기를 함께 읽기 ▲함께 줄거리 요약 ▲이야기 속 교훈 찾아 말하기 ▲경험, 소감 나누기 ▲실천할 일 정하기 ▲앞선 실천 약속 확인하기다.

이 전교장은 자신의 욕심으로 자녀를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 빠뜨렸던 과거 경험을 얘기하며 공감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40대 때 서울의 한 고교 진학지도 교사로 일했습니다. 당시 첫째 딸이 고3이었는데 딸을 좋은 대학 보내려고 매일 야단치고 잔소리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딸은 좋은 대학에 합격했지만 돌이켜 생각하니 당시 딸을 사랑으로 키운 게 아니고 욕심으로 키운 것 같아서 미안했습니다. 10여년이 지난 뒤 딸을 불러 사과했습니다. 잘못한 일이 있으면 부모가 먼저 용기를 내서 사과를 하십쇼."

이날 강연을 들은 학부모들은 대부분 "실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부모 설연자씨는 "이번 강의는 머리로는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다시 실천을 강조할 수 있게 도움을 많이 줬다"고 평가했다.

다른 학부모 정세나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아이에게 공부가 먼저가 아니라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도덕적인 삶, 겸손하고 책임감 있는, 감사하고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인성교육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경숙씨는 "자녀를 사랑으로 대했는지 욕심으로 대했는지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류명숙(59·여) 삼전초교 교장은 "인성교육은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가정교육도 굉장히 중요한데 학부모들이 가정에서, 생활 속에서 아이들의 도덕성과 인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강의를 해줘서 감사하다"며 "강의를 듣고 가정에서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워서 (학교로)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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