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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갑작스런 '탈당 검토' 왜?

일시적 감정 토로 관측속 정치적 승부수 분석도
당내 반응 엇갈려…"오죽했으면..." vs "의원들 협박하나"

(서울=뉴스1) 김현 기자, 박상휘 기자, 서미선 기자 | 2014-09-15 00:18 송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뉴스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자리에서 박영선 원내대표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2014.9.12/뉴스1 2014.09.12/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4일 탈당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위원장의 '탈당 검토' 소식은 두 차례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문 추인 불발 사태에 이어 '안경환-이상돈' 비대위원장 영입 카드마저 당내 반발로 인해 끝내 무산된 이후 당내 일부 의원들이 이날 박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사퇴는 물론 '원내대표직 사퇴'까지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상황에 전해진 터라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일단 박 위원장 주변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박 위원장의 탈당 검토는 당내 친노(친노무현)계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들이 원내대표직 사퇴까지 요구한 이날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박 위원장의 (탈당) 고민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안다"면서 "중진들이 자제하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원내대표직까지 사퇴하라는 성명을 내는 등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흔들지 않느냐. 박 위원장이 ‘더 이상 (당에 남아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본인이 다 짊어지고 가고 싶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박 위원장의 '탈당 검토'에 대해 우선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자신의 감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박 위원장이 일시적으로 감정을 토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도온건파로 분류되는 김영환 의원은 통화에서 "박 위원장이 그간의 일들에 대한 허탈감으로 인해 힘들다는 고충의 토로가 아니겠느냐"라고 짚었다.

송호창 의원도 "박 위원장이 그간 세월호 특별법이든, 비대위원장 영입이든 당내 반발로 인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데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게 아니겠느냐"라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박 위원장이 '안경환-이상돈' 비대위원장 영입 과정에 있어 상의한 것으로 알려진 문재인 의원과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끊임없이 자신에 대한 '흔들기'를 해왔던 일부 강경 그룹에 대한 강한 서운함 내지는 배신감 등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에 속한 한 초선 의원은 "박 위원장이 문 의원에 대한 진한 서운함에 더해 당권과 연결 지어 자기를 계속적으로 흔들어댄 당내 강경파들에 대한 분노 때문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민집모 소속인 조경태 의원은 "이번 비대위원장 영입 불발 사태에서 문재인 의원이 (안경환-이상돈 비대위원장 영입에) 다 동의했다가 말 바꾸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친노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들이 문 의원에겐 전혀 책임을 묻지 않고 오로지 박 위원장에게만 뒤집어씌우는 데 대한 서운한 감정에다 이들과는 같이 못할 세력이라는 마음이 저변에 깔려서 나온 얘기가 아니겠느냐"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일각에선 박 위원장이 당내 의원 15명이 원내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공개 성명까지 들고 나온 상황에서 이를 돌파하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친노(친노무현)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차단하면서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김철근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위원장이 이미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직까지 내려놓겠다는 마음을 굳힌 상황에서 누가 대표가 돼도 아무런 리더십을 행사할 수 없는 당내 고질적인 계파문제를 이슈화해 다른 전환점을 만들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탈당 검토 소식에 당내 중도온건파들은 대체로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는 동정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당내 강경 그룹에선 "제1야당의 대표가 소속 의원들을 협박하는 것이냐"는 비판론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박 위원장측에서 탈당 검토를 흘린 것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얘기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면서 "명색이 130석의 제1야당 대표가 당 소속 의원들이 대표직 내려놓으라고 하니 탈당하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런 식으로 공갈·협박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날을 세웠다. 

정세균 상임고문과 가까운 한 재선 의원도 "박 위원장이 스스로 묘를 파고 있다"며 "일련의 문제들은 박 위원장의 절차적 리더십에 대한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인데, 그것을 계파정치로 이슈화해서 자기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박 위원장이 탈당을 한다면 본인에게 '누워서 침뱉기'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위원장의 탈당이 현실화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박 위원장이 사실상 '정치적 탈당 상태'라는 해석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탈당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지켜봐야 되겠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 박 위원장 머릿속에 탈당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며 "당 대표격인 박 위원장이 탈당 검토라는 얘기까지 나온 것이면 이미 정치적으로 탈당한 상태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gayun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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