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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소송’ 치열한 공방…“유해성 밝혀야”vs“청구 기각해야”(종합)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기일서 국민건강보험공단·담배회사 '팽팽'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2014-09-12 20:54 송고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재판을 방청하고 나온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4.9.1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정부가 담배가격 인상안을 발표한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형 담배회사들이 법정 공방을 벌였다.

 

건보공단이 케이티엔지(KT&G), 필립모리스코리아,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박형준) 심리로 12일 오후 2시에 진행됐다.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466호 대법정에서 변론기일을 열었다. 재판 시작 20분 전에 180개의 방청석은 이미 빈 자리를 찾기 힘들 만큼 가득 찼고, 개정 후에는 서서 보는 방청객도 있었다.

 

건보공단측 대리인과 담배회사측 대리인은 재판 시작 전 웃는 얼굴로 “건투를 빈다”며 인사를 나눴지만 재판이 시작되자 치열하게 맞섰다.

 

건보공단측 대리인은 “담배회사들은 담배가 기호품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면서 “담배는 기호품이 아니라 공중에 대한 허락되지 않은 위협”이라고 먼저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담배에 관한 인식의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며 “이번 소송을 통해 담배와 담배 제조회사의 실체 및 책임이 낱낱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건보공단은 수진자(진료를 받은 사람)들에게 지급한 급여 537억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며 “향후 담배 자체의 결함이나 제조사의 불법행위를 근거로 청구액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담배 연기에는 타르, 비소,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 69종류가 들어있다”면서 “그런데도 담배회사들은 그 유해성을 추상적으로 경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담배회사들은 중독성 강화를 위해 암모니아 합성물을 첨가해 니코틴의 영향을 쉽게 받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건보공단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남산의 정미화 대표 변호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4.9.1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 코리아 측 변호인은 “이번 소송에는 많은 법률상 많은 문제가 있다”며 건보공단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해줄 것을 요구했다.

 

담배회사측 대리인은 “건보공단이 수진자에게 지급한 보험급여는 법률상 배상 대상인 손해가 아니다”라며 “보험급여 지급은 건보공단 본연의 임무”라고 지적했다.

 

또 “원고가 소장에서 밝힌 소송의 목적은 건강보험 재정건실화 도모와 담배회사들에 대한 책임 추궁, 효과적인 담배규제 정책견인 등”이라며 “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정책적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므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의 소송은 본래 목적보다는 소송 과정을 통해 담배 유해성을 홍보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법정이 정책 홍보의 장이 되기보다 건보공단에 손해배상청구권이 있는지 등 법률적 쟁점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담배회사측 대리인들은 담배의 유해성을 인정하면서도 흡연과 폐암의 개별적 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건보공단은 손해배상을 총액만 밝혔는데 개별적 인과관계 입증을 빅데이터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대법원 역시 특정 폐암과 담배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압도적 다수는 오랫동안 병에 걸리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있다”며 “흡연량과 개인의 직업, 나이, 환경 등 많은 개별적 요인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담배회사측 대리인은 “흡연은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면서 “의존증(중독)은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자유의지에 따라 끊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해성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다는 건보공단측의 지적에 대해서는 "흡연의 유해성은 아주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던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조선시대부터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며 “1960년대 이후 미성년자의 흡연을 법률로 금지하고 금연교육을 실시하는 등 미성년자 보호를 강화하기도 했다”고 제시했다.

 

담배회사가 중독성을 강화하기 위해 첨가물을 넣었다는 건보공단의 주장에 대해서는 “첨가물은 보습제, 향료, 당, 보조제 등이고 전체 중량의 8%에 불과하다”며 “첨가물 사용 목적은 수분유지, 부패방지 등 물리적 상태의 보존과 담배맛 차별화”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소송의 쟁점을 ▲건보공단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지 여부 ▲흡연과 폐암을 비롯한 질병의 인과관계 ▲담배제조회사의 제조물책임 및 불법행위 책임 ▲손해액의 범위 등으로 정리했다.

 

이날 재판을 마치고 나온 건보공단측 대리인은 “보험회사들이 직접 손해배상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지만 건보공단은 보험회사가 아니다”라며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승소를 자신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담배회사측 대리인은 “건보공단이 보험가입자들을 대신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고 가입자에게 치료비를 지급한 것이 공단의 직접 손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이례적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11월7일 오후 2시에 열리며 건보공단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심리가 진행될 전망이다.

 




kuk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