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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도 잊은 취준생들, 연휴 반납하고 '토익' 올인

"다음 연휴땐 당당하고 자신있게"…토익과 전쟁 중
배동희 토익 강사 "젊은 청춘들, 불쌍한 게 아니라 대견한 것"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2014-09-09 17:22 송고
추석 이튿날인 9일, 종로 YBM 배동희 대표 강사가 진행하는 토익실전반
추석 이튿날인 9일, 종로 YBM 배동희 대표 강사가 진행하는 토익실전반 "추석특강"에 참석한 수강생들이 강사의 설명에 집중하며 수업을 듣고 있다. 2014.09.09/뉴스1 © News1 성도현 기자
대체휴일제가 처음으로 시행돼 대부분의 시민들이 예년보다 긴 연휴를 즐기고 있는 올해 추석이지만 오랜만에 가족들과 만나 담소를 나누는 대신 묵묵히 자신의 꿈을 향해 땀흘리는 청춘들도 있다.

추석 이튿날인 9일, 종로의 한 학원은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대학 재학생이거나 갓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들이 많았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진행되는 '토익' 통합수업 추석특강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 일찍 나온 사람들이다.

삼성그룹이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하반기 대졸 공채를 시작하기로 정한 가운데 SK, LG, 현대자동차, 두산, CJ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대졸 공채가 진행 중이다.

최근 기업들이 스펙보다 직무역량 중심으로 인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바늘 구멍인 취업문을 뚫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스펙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탓에 연휴에도 이들은 '토익'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경기도 평택이 고향인 김모(28)씨는 임용고시 준비생인 동생과 함께 학원 근처에 따로 방을 얻었다. 올 해 2월에 대학을 졸업한 김씨는 공기업과 외국계 기업 취업이 목표다.

김씨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영어가 귀에 익을 때까지 mp3 파일로 된 영어 음원을 무한반복해서 듣는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열심히 듣기 문제를 풀고 있던 김씨는 "친척들은 걱정 말라고 하지만 눈치 보여서 차라리 학원에서 공부하는 게 더 낫다"며 "다음 명절땐 좋은 곳에 취업해 친척들에게 당당히 선물을 사가고 싶다"고 말했다.

종로 YBMe4u 어학원에서 토익실전반을 강의하고 있는 배동희(42) 대표 강사는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매년 연휴 때마다 특강을 연다. 이번 연휴에도 추석 당일을 포함해 연휴 5일 중 4일을 토익특강으로 시간표를 짰다.

종로 인근의 해커스어학원이나 파고다어학원 등의 경우 이날 별도의 강의는 없고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오후 7시까지 자습실만 운영하고 있다.
추석 이튿날인 9일, 종로 YBM 배동희 대표 강사가 진행하는 토익실전반
추석 이튿날인 9일, 종로 YBM 배동희 대표 강사가 진행하는 토익실전반 "추석특강"에 참석한 수강생들이 강사의 설명에 집중하며 수업을 듣고 있다. 2014.09.09/뉴스1 © News1 성도현 기자


입소문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강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배 강사의 강의는 총 330석의 고정된 강의실에서 진행되는데 이날에도 200여명이 넘는 수강생들이 하루종일 자리를 지키며 수업에 열중했다.

배 강사는 가족들이 연휴를 맞아 양평으로 놀러갔지만 이날 새벽까지 추석특강을 위한 문제를 만들고 강의를 준비하느라 시간을 쏟으며 수강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2년 가까이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장모(26·여)씨는 호텔이나 승무원 등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게 꿈이다. 그 꿈을 위한 첫 단추가 바로 지난 7월부터 올인하고 있는 '토익'이다.

장씨는 "사촌동생들이 초등학생들인테 얼른 취업해서 연휴때 용돈도 주고 싶고 명절상여금 나오면 부모님께 드리고 싶다"며 "내년 연휴때는 평소에 보지 못했던 영화도 보고 그간 소홀했던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박건승(27)씨는 부품설계를 담당하는 기업에서 일하다가 복지가 좋지 않아 퇴사한 후 지난 7월부터 재취업을 준비 중이다. 같은 업종으로 가고자 하지만 대우가 좀 더 좋은 곳으로 가겠다는 생각이다.

박씨는 "어렵게 들어온 회사를 나온 만큼 취업을 잘 해서 부모님이나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생활하고 싶다"며 "명절 연휴지만 학원에 나와 옆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 김모(27·여)씨는 "일찍 취업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지금 힘든 건 내가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며 "대학생활동안 동아리 활동과 외부 활동하며 노력한 것처럼 취업준비를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배 강사는 "사회에서는 젊은이들이 불쌍하다고 말하지만 자기계발 하는 거니까 대견한 것"이라며 "꿈을 잃지 말고 영어 실력을 다지는 게 변하는 제도 하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부담감과 걱정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아침과 점심을 간단히 먹고 저녁까지 학원 근처에서 때우면서 꿈을 그리고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청춘들도 많다.

그들은 자신의 꿈을 향해 땀흘리는 지금 시간들이 결코 아깝진 않다고 말한다, 연락 못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꼭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는 누구보다도 커 보였다. 이들의 명절은 그렇게 의미있게 채워지고 있다.


dhs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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