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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모습 갖춰가는 IS…봉급도 주고 소비자보호원도 가동

(베이루트 로이터=뉴스1) 이준규 기자 | 2014-09-05 19:35 송고
이슬람국가(IS)가 직원으로 고용한 라카 주민들이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부패한 식료품들을 폐기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이슬람국가(IS)가 직원으로 고용한 라카 주민들이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부패한 식료품들을 폐기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참수, 집단 학살 등으로 악명을 날리고 있는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이지만 근거지인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는 점차 국가적인 면모를 갖춰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잔혹한 전투 전략과 엄격한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강요하는 모습 등이 주로 언론에 의해 보도됐지만 이곳 주민들은 IS가 실용적이고 효율적으로 점령 지역을 다스리고 있다고 말했다.
IS의 근거지인 시리아 동부 라카에서는 그들이 언젠가 동쪽으로는 중국, 서쪽으로는 유럽까지 넓히겠다고 포부를 밝힌 이슬람 칼리프 통치국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라카에 살고 있는 한 활동가는 "솔직히 말하자면 이들은 상당히 많은 양의 제도화 된 일들을 처리하고 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로이터통신이 IS의 무장대원은 물론 점령지역 주민, 심지어는 IS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을 취재한 결과 이들은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의 지도 아래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현대 국가와 유사한 형태의 사회 구조를 만들어냈다.
라카는 지난해 시리아 도시 중 최초로 반군의 수중에 떨어진 곳이다. 이 때문에 IS를 비롯한 반군들은 라카를 '혁명의 신부'라고 부른다.

IS는 강경노선부터 중도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군이 있던 이곳에서 신속하게 공격의 발톱을 뽑아들었고 무자비하게 경쟁 무장세력을 제거해 나갔다. IS에 비판적인 활동가들은 죽임을 당하거나 실종되거나 또는 인근의 터키로 도피했다. 물론 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른바 '회개한' 이들은 앞선 '죄'를 용서받고 재산을 유지한 채 IS에서도 상당한 지위를 부여받았다.

IS는 라카 장악 후 엄격한 통제를 시작했다. 모든 주류는 판매가 금지됐다. 가게들도 오후 무렵이 되면 문을 닫아야하며 해가 지면 통행금지가 시작된다. 매우 가까운 지역이라고 할지라도 소통을 하려면 반드시 IS의 미디어센터를 통해야만 한다.

IS는 초기 이 같은 탄압 속에서도 필요한 기관들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명칭도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 또는 ISIS)'에서 이슬람국가로 바꿨다. 말 그대로 국가화를 시작한 것이다.

한 IS 군 사령관은 "우리는 국가이다. 신의 법에 근거해 통치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의 삶은 위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아파인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위해 일했던 일부 수니파 무슬림들도 남아 IS에 가담했다. IS에 반대하는 한 라카 주민은 "어떠한 정파에도 속하지 않았던 시민들이 점차 IS에 적응해나가고 있다"며 "시아파인 아사드 정권과 수니파인 반군의 내전에 지친 탓도 있지만 IS가 라카에서 행정업무를 처리해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주민은 "IS는  공공서비스와 관련한 모든 기관을 회복시키거나 개선시켰다"며 "이 중에는 소비자보호기관과 법원 등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와 스티븐 소트로프의 참수, 속옷만 입은 시리아 포로의 기관총 사살 등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며 그 잔악함을 널리 알린 IS 이지만 자신들에게 필요한 부분에서는 실용성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차별 총격을 가한 시리아 병사들과 달리 인질로 잡혀있던 시리아 기업인들은 아사드 정권과의 협상을 통해 석방시켰다. 아사드 정권에서 일하던 주민들 중 일부는 과거 경력을 토대로 제분소 관리를 맡아 제과점에 밀가루를 배분하는 업무를 처리하거나 라카 댐을 맡아 전기와 수도를 공급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라카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직종 종사자들을 그대로 두어 불필요한 혼란을 줄인 것이다.

행정 전문화도 꾀하고 있다. 바그다디는 라카 텔레콤 운영을 통신 전문가인 튀니지 출신의 한 박사학위 소유자에게 맡기는 등 북아프리카와 유럽에서 온 외부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시민 행정분야와 군사분야를 나눠 각각의 전문성과 효율성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

사회 안정화도 이뤄지고 있다. 전투부대원과 피고용인들은 '무슬림 금융거래소'로 불리는 기관으로 부터 봉급을 받고 있다. 전투 중에 사망한 IS 조직원의 미망인과 자녀들에게는 각각 100달러의 지원금이 제공된다. 물가는 안정적이며 시세를 조장하는 상인들은 경고 등 처벌 조치를 받고 있다.

이러한 조직화는 대부분 바그다디가 직접 지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IS 설립을 발표하면서 자신을 직접 '칼리프'라고 소개한 그는 전장에서는 전투에 앞장서는 한편 통치과정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다.

그를 수행했던 한 IS 조직원은 "바그다디는 절대 형제를 떠나지 않는다. 시리아 17사단과의 전투에서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며 "그는 라카와 데이르 알조르는 물론 이라크의 모술까지 점령지역을 계속해서 이동하며 모든 전투를 이끄는 한편 관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용성과 바그다디의 역량이 IS를 유지하는 주요한 자원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들의 종교적 이념이다.

IS가 칼리프 통치국가를 선포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무슬림들이 IS를 찾아왔다. 이들 중에는 전투부대원을 비롯해 각종 분야의 전문가들도 포함돼 있다.

조직 유지도 이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IS 재원의 상당 부분은 칼리프 국가라는 특성 때문에 지갑을 열고 있는 외국 무슬림 부호들로 인해 채워지고 있다. IS는 이를 사용해 무기공장을 가동하고 미사일을 제작하는 한편 첨단 기술을 전수해줄 과학자들도 경호하고 있다.

IS는 기존 이슬람 단체들과는 달리 미래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들은 점령 지역 대학교에 이슬람 강좌를 개설하도록 해 젊은이들에게 이슬람 교리를 주입하고 있다. 아울러 어린이들도 IS 조직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회활동을 제한받아온 여성 조직원이 늘고 있는 점도 독특한 부분이다. IS는 '참된 이슬람'이 되는 훈련 과정을 거친 여성들에게는 함께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이런 탓에 IS는 그 몸집을 빠른 속도로 불리고 있다. 한 조직원은 "바그다디가 칼리프 국가를 선포한 후 3일마다 조직원이 1000명씩 늘어가고 있다"며 "게스트하우스마다 자원군으로 가득차서 지원자들을 머물게 할 곳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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