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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결혼풍속도] 결혼 '안'하는 남자 vs 결혼 '못'하는 남자

결혼 안하는 남자 "내 삶이 우선, 결혼은 나중에"
결혼 못하는 남자 "현실 막막, 사회 안전망 필요"
1인 가구, 2013년 기준 4가구 중 1가구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2014-09-05 16:16 송고

결혼과 연애는 언제나 가슴 두근거리는 청춘의 표상이다. 그러나 시대상에 따라 청춘의 상징도 큰 변화를 겪는다. 특히 최근 들어 결혼과 연애 풍속도가 경제·사회 변화상과 맞물려 예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뉴스1이 추석연휴를 맞아 영원한 단골 얘깃거리인 '우리들의 사랑'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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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서른을 훌쩍 넘긴 싱글남 김모(35)씨는 주말이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훤칠한 키에 호감가는 외모로 이른바 '훈남'인 그가 바쁜 이유는 여자친구와 데이트 혹은 소개팅 때문이 아니다. 주말에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들은 캠핑과 카약, 낚시, 사진 촬영, 동호회 활동 등 다름아닌 취미생활이다.

매주 금요일 회사에서 퇴근하면 그는 곧바로 짐을 싸 교외로 캠핑을 떠난다. 텐트를 치고 가까운 강가에서 카약과 낚시를 즐기며 사진까지 몇 장 찍다보면 어느새 월요일이 다가오고 만다.

하루에도 소개팅 제안이 2~3차례 들어온다는 그는 결혼시기를 묻는 질문에 "지금의 삶이 재밌어 결혼을 생각할 틈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결혼은 나를 이해해주는 좋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 하고 싶다"면서도 "지금 당장은 결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보기 드물게 김씨는 본인의 삶에 90% 이상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여성들과 만남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취미생활 등 내 삶이 우선"이라며 "취미를 함께 즐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외로움도 느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그는 여자친구를 만나 내야 하는 데이트 비용 등을 모아 취미생활을 위한 고급 텐트, 각종 카메라 장비 등을 구입한다고 했다.

보통의 결혼 적령기 남성들이 그렇듯 결혼비용 때문에 결혼을 미루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어느덧 직장생활 8년차"라며 "그동안 직장생활로 모아 놓은 돈도 꽤 있다"며 "결혼비용이 부담돼 결혼을 미루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추석에도 친척들의 '결혼 질문 공세'가 두렵기도 하다는 김씨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남들 다하는 결혼이라 나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에 혼자 사는 남자들이 늘어나는 등 굳이 결혼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다 주변 유부남들이 '싱글이 최고'라고 말하는 것도 영향을 주긴 했다"고 귀띔했다.

2014년 한국사회에서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혼자 사는 '1인 가구' 형태를 띄는 등 가족 형태가 점차 바뀌고 있다.

어머니와 부인이라는 막중한 두가지 역할을 피해 결혼으로부터 도피한 여성들이 1인 가구를 대표했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혼자 사는' 싱글남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하루에도 몇 차례 들어오는 소개팅과 맞선 제안을 거절하며 자신의 삶을 오롯이 즐기는 결혼 '안'하는 남자는 김씨뿐만이 아니다.

송우진(31·가명)씨도 역시 결혼보다는 스스로 삶이 중요하다는 사람 중의 하나다.

한 방송국의 PD로 일하며 동시에 인터넷 음악평론가로도 활동 중인 송씨는 "영원히 혼자 살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혼자 즐기는 시간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송씨는 평일 점심시간과 퇴근 후를 이용해 2개의 외국어 학원에 다닌다. 운동을 좋아하는 탓에 수영, 보딩 등 스포츠까지 즐기다보면 어느덧 주말이 다가온다. 

영화와 연극, 뮤지컬 등 온갖 문화생활에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주말이면 주로 영화관을 찾아 제일 처음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조조영화'를 본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음악도 듣고 음악평론을 하는 이들과 만나 이야기와 함께 맥주라도 즐기다보면 주말이 이틀뿐이라는 것이 매번 아쉬울 따름이다.

송씨는 "개인적으로 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여자를 만날 시간이 적다"며 "개인적인 시간을 소개팅 등과 교환하고 싶지 않은 것같다"고 전했다.

그는 "서른이 넘고, 서른 다섯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해야 한다는 발상이 누구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며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생각은 구시대적이 발상"이라고 밝혔다.

캠핑 등 취미를 즐기며 혼자 사는 싱글남들이 늘고 있다. 2014.08.12/뉴스1 © News1
캠핑 등 취미를 즐기며 혼자 사는 싱글남들이 늘고 있다. 2014.08.12/뉴스1 © News1
'싱글 라이프'를 즐기며 김씨와 송씨처럼 결혼을 '안'하는 남성들이 있는 반면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남성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올해로 여자친구와 5년째 연애 중인 결혼 적령기의 이영운(35·가명)씨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씨는 "여자친구는 내년 가을쯤 결혼하길 원하고 있지만 결혼해서 함께 살 집, 결혼식을 올릴 장소 등을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이후부터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와 동생 등까지 다섯명의 생계를 책임져 온 그는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며 명성도 얻었다. 월급도 웬만한 대기업 부럽지 않을 정도로 받고 있다. 그러나 매번 통장에 남은 잔고를 보면 한숨만이 나온다.

이씨 여자친구 부모는 이씨가 대기업 직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탐탁치 않아 했다. 그는 "여자친구 부모는 안정된 직장을 원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안정된 직장이 한국사회에서는 대기업밖에 없지 않나"라며 "지금 내 직장에 만족하지만 결혼을 위해 대기업으로 이직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 도움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결혼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며 "지금 상황에서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결혼 후 대출금을 갚으며 한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신혼집으로 작은 월세 아파트를 생각하고 있다는 그는 "집을 산다는 것은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며 "결혼 후 매달 집값을 내면서 아이를 낳아 생활한다는 것은 '재앙'과 다름 없다"고 전했다.

이같은 현실에 대해 이씨는 "결혼 등 생활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너무나 부족하다"며 "돈도 문제지만 결혼해서 편하게 살 수 있는 사회적 보장제도가 없어 내 능력만으로 결혼을 하고 결혼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부모 도움으로 호화롭게 결혼해 순탄하게 시작하는 친구들을 보면 예전에는 '팔자 좋네' 하고 말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저 부러울 뿐"이라며 착잡함을 달랬다.

이처럼 결혼을 의도적으로 안하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우리사회의 1인 가구는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이미 25.9%를 넘어 섰다. 1990년 국내 1인 가구 수가 9%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큰 증가 폭이다. 통계청은 오는 2025년 국내 1인 가구 수가 31.3%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민인권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 30대 이하 청년층은 1인 가구가 이처럼 급증하는 원인에 대해 '비혼자의 증가(30.1%)'와 '고용불안 경제여건 악화(26.5%)'를 꼽았다.

이들은 1인 가구의 증가로 발생할 문제점으로 '심리적 불안감 외로움'(36%), '아플 때 간호해줄 사람이 없음'(21.8%), '경제적 불안정'(16.4%) 등을 들었다.

남녀 할 것 없이 점차 늘어나는 1인 가구에 대해 1인 가구 연구단체 '언니네트워크' 측은 "한국은 국제적으로도 눈에 띌 만큼 높은 수치의 1인 가구 수를 점유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를 위한 사회 안전망과 고용 안전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적 이유, 그리고 '결혼을 하면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1인 가구 급증 원인으로 꼽힌다"며 "더불어 결혼 후 살아야 하는 삶을 개인이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구조와 조건 등이 구비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과 남성들이 1인 가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조사하고 더불어 1인 가구 등 다양한 가족제도를 인정해 이에 따른 다양한 사회적 복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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