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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원 담뱃값 10년만에 오르나...4500원 인상 '때는 왔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적극적으로 추진"...담배소송 등 여론 변화 무르익어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4-09-02 18:30 송고 | 2014-09-02 19:02 최종수정
서울 시내 한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뉴스1 © News1
서울 시내 한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뉴스1 © News1

지난 2004년 이후 10년 만에 담뱃값 인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오후 2시 20분쯤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을 방문해 "현행 2500원인 담뱃값을 4500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직접 밝혔다. 

또 가격 인상과 함께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삽입하고 편의점 등의 담배 진열을 금지하는 비가격 규제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장관은 "가능하다면 올해 정기국회에서 정부 입법 등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문형표 장관 "담배 해악 너무 크다"

문형표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담배 해악이 너무 크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라고 담뱃값 인상의 불가피론을 펼쳤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이 44%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과 함께 지난 10년간 담뱃값이 인상되지 않은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문 장관은 "2004년부터 10년 동안 물가상승률만 보정하면 3300원 수준은 돼야 한다"면서 사실상 담뱃값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문 장관은 지난 2005년 가입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담뱃값 인상의 주 된 이유로 꼽았다. 이 협약에 따라 한국은 2008년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고 2010년 담배 광고를 규제해야 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 우리나라가 FCTC 당사국총회 의장 자격으로 담배 규제를 강화해야 할 책임이 커진 점도 담뱃값 인상의 배경이 되고 있다. 

2001년 캐나다에서 처음 도입한 경고그림 제도는 최근 도입 국가가 급증하면서 2014년 9월 현재 70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경고그림 도입으로 단기간에 3% 이상 금연율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담뱃값 인상에 필수 요건인 여론이 우호적으로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담뱃값 인상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4월 KT&G와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 국내외 3개 담배제조사를 상대로 540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담배 유해성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졌다.

음식점과 PC방, 공공장소 흡연 금지 등의 금연정책이 속속 도입돼 효과를 내고 있는 것도 담뱃값 인상에 유리한 여건을 만들고 있다.

◇우려스러운 청소년 흡연율..."가격 인상이 효과적"

담뱃값 인상은 취약계층인 청소년과 저소득 근로자들의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데 효과를 보인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흡연율은 2013년 기준 남성 14.4%, 여성 4.6%로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의 '2013년 청소년 건강형태' 온라인조사 결과에선 흡연 청소년 2명 중 1명은 담배를 직접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 장관은 "담배 가격 탄력성을 고려하면 청소년들과 저소득층에게 큰 금연 효과를 유발한다"며 "흡연 문제가 심각한 만큼 적극적으로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장관이 밝힌 적정 담뱃값은 4500원이다. 보건사회연구원 등 여러 연구용역을 통해 제시된 금액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담뱃값은 6.4달러(7000여원)로 우리나라의 3배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의 '국가별 담뱃값 현황' 자료를 보면 한국은 담배 1갑당 가격이 2500원으로 주요 15개국 가운데 13위로 매우 싼 편에 속한다.

담뱃값이 가장 비싼 국가는 노르웨이로 1만6477원에 이른다. 담뱃세 비율도 주요 15개국 가운데 한국은 12위에 그친다.

담배에는 수십 종의 발암물질을 포함해 4000여 가지의 유독물질이 들어있다. 한국인 사망원인 1위인 암의 주요 원인으로 담배가 지목된지 오래다.

◇복지부, 정부 입법 검토...경제부처·국회 설득이 관건

문 장관은 담뱃값 인상을 정부 입법으로 올해 정기국회 때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종규 복지부 전 건강정책국장(현 대변인)이 지난 6월 "WHO의 담뱃세 50% 인상 권고를 받아들여 상당폭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게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힌 지 3개월 만이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여러 건의 담배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담배 1갑당 641원인 담배소비세를 각각 775원과 757원으로 올리도록 했다. 법안대로면 담뱃값은 3000여원이 된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담배소비세를 1169원으로 인상해 담뱃값이 4500여원으로 오른다.

복지부 장관의 강력한 담뱃값 인상 발언이 나왔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정책 저항을 우려하는 여야 의원들을 설득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경제부처와의 협의도 필수다. 

국내 담뱃값 2500원 중 유통마진과 제조원가 950원을 뺀 나머지 금액은 세금과 부담금이다. 담배소비세 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 지방교육세 320원, 부가가치세 227원, 폐기물 부담금 7원이 포함된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담배가 분명 건강에 해롭지만 서민 증세 우려가 적지 않다"며 "정부가 이 점을 명확히 설명하고 흡연자들을 위한 재원 지출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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