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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비판하던 서울시, 뒤에선 자치구 옥죄기?

‘시립’ 복지관 보조금 하향, 보조사업 대폭 삭제…자치구별 최소 수십억 재정 부담
보조금 관리조례 시행규칙 개정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차윤주 기자 | 2014-09-03 06:41 송고 | 2014-09-03 14:00 최종수정
서울시와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8월12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지방재정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시와 협의회는 올해 기초연금 예산 부족분(607억원)을 전액 국비 지원하고, 국비 분담률을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사진제공=서울시)© News1
서울시와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8월12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지방재정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시와 협의회는 올해 기초연금 예산 부족분(607억원)을 전액 국비 지원하고, 국비 분담률을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사진제공=서울시)© News1

서울시가 자치구에 내려보내는 각종 보조금 사업을 지난달부터 대폭 삭감키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정부의 영유아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 복지사업으로 지방정부가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갑(甲)의 위치에 있는 서울시가 을(乙)인 자치구에 주기로 했던 보조금을 일방적으로 대폭 깎아 가뜩이나 힘든 구들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서울시 및 자치구에 따르면 시는 지난 7월31일 자치구에 지급하는 보조금 사업의 보조율을 조정한 ‘서울시 보조금 관리조례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개정규칙은 서울시가 자치구에 보조금을 주는 사업의 기준을 정비하면서 일부 보조율을 삭감하고, 일부는 자치구의 기준재정수요(행정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최소한의 재정규모) 충족도에 따라 지원율을 차등화했다.

이에 따라 시립 노인종합복지관 운영비 보조율이 95%에서 80%(매년 20%씩 하향)로 줄었다. 대신 자치구의 부담은 15% 포인트 늘어난 셈이다.
시립 종합사회복지관·장애인복지관·장애인재가복지봉사센터 운영비도 규칙 개정 전 95%에서 90%(매년 5%씩 하향조정)로 보조금 비율을 깎아 자치구의 부담이 늘게 됐다.
 
더욱이 항목별로 매년 5~20%씩 보조율을 하향하겠다는 조항이 붙어 있어 자치구들의 부담은 계속 불어날 전망이다. 시립 노인종합복지관의 경우 올해 보조율 80%에서 규칙대로 매년 20%씩 줄여나가면 4년뒤 자치구가 온전히 운영비를 충당해야 한다.

당장 다음달부터 기초연금 지급도 못할 위기에 처한 몇몇 자치구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정부가 올해 7월부터 기초연금제도를 시행하면서 자치구들은 ‘매칭’(국비 69.2%, 시비 15.8%, 구비 15%) 사업비로 수십억원씩 추가 재정을 토해내고 있다.

특히 성동·금천·중랑구 등은 지난 달부터 기초연금 지급으로 인한 파산(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됐고, 세수가 든든한 몇 안되는 자치구를 제외하면 대개 몇달을 버티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한 구청장은 “구립도 아니고 ‘시립’ 노인복지관·종합사회복지관 등은 당연히 서울시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사업인데 자치구에게 운영비의 10~20%를 내라고 강요한 것”이라며 “시가 자치구의 기준재정수요를 100% 충족시켜 주지도 않고 복지예산으로 허덕이는 구에 부담을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정부가 기초연금이나 무상보육 재정사업을 지방정부에 떠넘길 때는 ‘같이 대응하자’고 했던 맏형 서울시가 뒤에서 소리소문 없이 아우들 용돈을 빼앗는 격”이라며 “시 공무원들은 자체 예산 부담을 몇백억 줄였다고 자랑하겠지만 이게 ‘갑(甲)질’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성토했다.

개정된 규칙은 또 자치구 소식지(부당 35원), 청소년대표축제 운영(구별 800만원) 등 31개 보조금 사업을 삭제해 자치구가 온전히 부담하도록 했다.
 
한 자치구의 예산팀장은 “당장 개정된 규칙으로 우리 구는 1년에 20억원 가까이 재정부담이 불어난다”며 “더 짜낼 마른 수건도 없는데 그야말로 죽으라는 얘기”라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각종 시립 복지관은 보조율 인하를 예고했던 사업이고 자치구의 어려운 형편을 감안해 속도도 늦췄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예산담당관 관계자는 “복지관 운영비는 자치구가 어느 정도 부담해야 책임감을 갖고 운영할 수 있다”며 “매년 보조금을 일정 비율 하향하기로 했지만 자치구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부 사업은 보조비율을 올려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개정규칙은 제설대책(구별 4500만원→1억원), 작은 도서관 건립(평가에 따라 100~300만원) 등 5개 사업의 보조금 비율을 올리고, 에코마일리지사업(평가에 따라 500~3000만원), 주거정비 공공관리사업 지원 같은 4개 사업은 보조금 항목을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자치구 예산담당자는 “항목 몇개를 올려줬지만 깎거나 사라진 사업이 훨씬 많다”며 “몇개는 올려줬다는 식으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서울시의 일방적인 보조금 삭감에 반발, 오는 23일 예정된 정례 회의에서 이를 정식 안건으로 올리고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ch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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