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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5조달러 시장...전 세계가 군침 흘리는 한의학

[한의학의 재발견]①전통의학 시장 파고드는 해외 의료기관들
통합의학 도입한 미국 대학병원 늘어...일본·중국·유럽 등 주목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4-08-31 18:18 송고 | 2014-09-01 08:58 최종수정
편집자주 전 세계 전통의학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통의학 시장이 2050년 5조달러(5070조여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한한 시장 잠재력에 미국 유수 의료기관들이 속속 한의학 치료를 도입했고, 중국은 중의학을 브랜드로 내세워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전통의학 시장을 파고드는 사이 대한민국 한의학은 '비과학적'이란 족쇄가 채워진 채로 뒷걸음치고 있다. 정부는 연일 보건의료산업 육성을 강조하지만 한의학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뉴스1은 3회 기획시리즈를 통해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된 세계 전통의학 시장을 조명하고 한의학의 현주소를 점검한다.
한의학을 체험하고 있는 외국인들./뉴스1 © News1
한의학을 체험하고 있는 외국인들./뉴스1 © News1

2011년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지에 한의학 특집 기사가 실렸다. 대체의학, 비주류의학으로 평가받던 한의학이 주류 과학의 정점에서 재조명됐다. 네이처지는 한의학이 서양의학 발전 단계를 가로질러 발전하고 있다고 적었다. 가장 고전적인 의학이 최첨단 과학의 힘을 입어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의학을 비롯한 전통의학을 가장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곳은 세계 보건의료시장의 중심지인 미국이다.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와 미국 메모리얼 스론-케터링 암센터, 존스홉킨스병원, 메이요 클리닉 등 미국 주요 암센터들이 한의학을 접목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내 통합의학센터는 50여 개에 이른다.

미국 의학 연구재단인 브레이브웰 컬레버레이티브(Bravewell Collaborative)에 따르면 지난 20여년간 통합의학을 도입한 병원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의과대학에서도 관련 강의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대학병원에 종사하는 162명의 임상의사(백인 76%)를 대상으로 한 전국적인 조사에선 61%의 의사가 한약을 처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 정부는 보완대체의학(CAM·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치료 서비스를 장려하고 있다. 미국 성인의 38.2%, 어린이 12%가 보완대체의학을 사용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분야 연구 예산은 2004년 1억1600만달러(1176여억원)에서 2010년 1억2880만달러(1306여억원)로 늘었다.  
지난해 3월엔 일본 최고 명문 도쿄대병원에서 한방시민강좌가 열려 250여명이 몰렸다. 강사는 도쿄대 의학부 한방생체방어기능교실 오카베 테츠로 교수다. 그는 아시아 유수 의료기관에서 한의학을 가르치고 진료하는 교수 신분으로 환자들과 활발히 교류한다. 오카베 교수는 한의학적 이론에 기반을 둔 첩약(탕약)을 통해 만성 희귀난치 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일본에서 소화기 질환에 가장 많이 처방되는 한약은 대건중탕이다. 세계외과학회장으로 활동한 키타지마 마사키 의료복지대학(전 게이오의대) 교수가 한약의 효능에 주목해 연구 성과를 내면서 널리 받아들여졌다.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한약을 주목한 또 다른 사례다.

미국의사협회 내과 전문지 '아카이브 오브 인터널 메디신(Archives of Internal Medicine)‘에 침 치료를 통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의 증상을 개선한다는 연구를 낸 것도 교토의대 연구진들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전통의학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1000여명의 한의학 전문의가 활동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 전통의학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의과학원으로 대표되는 국가기구를 통해 체계적인 관리와 투자가 이뤄진다. 이런 투자 덕분에 전통의학 서비스와 특허 시장을 모두 선점하고 있다. 미국에선 매년 1억8000여만명이 중국 허브를 포함해 천연물에 수십억달러를 소비한다.

독일에서도 한의학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뮌헨의대와 샤르테 의대 등 유수 의학연구기관에서 한의학 연구가 진행 중이다. 샤르테 의대 연구진은 지난 2009년 한의학 고전인 황제내경을 영어로 완역하기도 했다.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덴마크,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유럽 선진국들에도 한의학 치료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전 세계 의료진이 앞다퉈 한의학에 주목하는 이유는 치료 성과와 함께 무한한 시장 잠재력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업체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GIA)'는 전 세계 전통의학시장이 2015년 1140억달러(115조여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50년 5조달러 (5070조여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의학 시장이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국내 한의학 시장은 세계화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2014년 현재 한의학이 전 세계 전통의학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 내외다. 그나마 대부분이 내수시장에서 소비되고 있다. 수출은 꿈꾸기 어려운 실정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수한 인력들이 대거 한의대에 몰렸지만 이들이 졸업 후 선택할 길은 개원을 하거나 봉직의로 근무하는 것 뿐이다.

김태호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지난 10년간 한의대에 우수한 두뇌들이 몰렸지만 이들을 활용할 만한 정부 차원의 비전은 제시되지 못했다"며 "전 세계 전통의학 시장은 무섭게 성장하는데도 한국은 구시대 의학이란 편견에 갇혀 한걸음도 나아가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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